8월 15일 이곳은 한국의 추석과 같은 오봉이였다.
8일부터 시작된 긴 연휴가 오늘로 끝이 났지만
올 해는 코로나때문에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60%이상이였고 어쩔수없는 개인 사정으로
꼭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을 뵙거나
성묘를 가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연휴 중반무렵, 성묘를 위해
자신의 고향 아오모리에 귀성한 60대 남성의 집에
손글씨로 쓴 종이가 놓여있었고
그 내용은 [이런 시기에 도쿄에서 왜 왔냐 ]
[알만한 나이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어서 돌아가라]고 적힌 유인물이였다.
이 남성은 고향에 내려오기 전,
자비로 PCR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고
고향에 내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쿄에서 왔다는
이유로 이런 비난받아야하는 게
억울하다며 하소연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던 초창기
지난 3월부터 일본은 코로나19 이지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에현에서는 코로나19 환자 가족의 집에
돌을 던지거나 집담벼락에 낙서를 하기도 했고
후쿠시마현 모여대 부속고교의 학생들은
교복대신 사복을 입고 등교해야만 했다. 이 대학
70대 교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속고교 학생들을 마주치면 코로나, 코로나라고
손가락질을 하기 때문이였다.
에히메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직업이 트럭기사인
두 가정의 부모에게 입학식, 개학식에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 학부모가
코로나19 확산지역을 운행한다는 이유였다.
오사카에 사는 60대 남성은 코로나19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스포츠센터에서 이용을
자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또한 졸업여행을 해외로 다녀온 교토산업대학생 30여명이
감염자로 밝혀지자 학생 신상정보를 캐내려고
전화가 빗발치고 학교에 불을 지르겠다,
감염자의 신상을 공개하라.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전화가 쏟아져 업무마비 상태였다.
나가노현 고모로시에서는 나가노은행에 근무하는
20대 남성직원이 감염자로 판정을 받자
그 지점의 유리창이 투석으로 인해
파손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에히메현에 감염자의 이름과 사진이
실린 유인물이 배포되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런 개인적인 이지메, 중상모략도 문제이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코로나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 대한 차별과 혐오이다.
지난 4월, 일본 간호협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간호사들과 그 가족들에게 대한 이지메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를 택시가
승차거부를 한다거나 간호사 자녀들을
보육원에서 등원거부를 한다거나 등원을 해도
간호사 아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한다며
자제해주길 호소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면서
몇몇의 개인병원들은 행여나 자신의 병원도
차별대상이 될까봐 아예 코로나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의심되는 환자자체를 접수조차 받지
않는 곳이 많아지며 의사로서의 사명과
이지메 사이의 딜레마에 빠져있음을 토로하곤했다.
일본 언론들은 감염자가 적은 중소규모 소도시 등에서
코로나 이지메가 많이 발생하는 현상에
코로나하치부(村八分)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무라하치부(村八分)란 에도시대에 촌락,
마을 공동체내의 규율 및 질서를 어긴 사람을
마을 사람들이 의논해서 따돌리는 제재행위를
가리키는 뜻이다. 대략 10가지의 집안 대소사중
장례뒷처리와 화재를 제외한 모든 것 (결혼식,
성인식, 출산, 병수발, 수해복구지원 등 )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관습이다.
지금도 전통적인 지역공동체가 자리잡고 있는
농촌이나 어촌마을에서는 여전히 존재하는 현상인데
코로나와 관련된 사람에게도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오사카대 심리학교수팀이
일본, 미국, 영국, 이탈리아, 중국 등 5개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책임소재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미국은1%, 영국 1.14%, 이탈리아 2,51%,
중국 4,83%가 자기책임이라 답한 반면
일본인 응답자의 11.5%는 코로나19감염이
자업자득, 즉 코로나에 감염된 것이 환자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일본에서 코로나19감염자를 비난하거나
차별하는 문화가 다른 나라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배경을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또한 피해자를 과도하게 비난받는 경향이 강해
코로나 19감염 또한 개인의 책임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집단주의가 뿌리 깊은 일본은 소수자에 대한
이지메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그래서 국가적 재난사태가 발생하여도
늘 이런 이지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후쿠시마 출신자들에 대한
이지메가 사회적 문제로 발전해
일본정부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원전사고와 관련된 온갖 조롱과 욕설이 난무했고
후쿠시마 출신인 남자학생에게
후쿠시마군이라 별명을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이달,11일, 나카야치 도시샤대학 사회심리학 연구팀이
마스크를 쓰는 이유와 빈도를 조사한 결과,
다른 사람이 쓰고 있기 때문(0.44)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0.16)라고 답했다.
본인의 감염방지나 다른 사람에 대한 전염예방에 대한
답변은 0에 가까운 결과를 보면 일본인들이
주변의 눈치를 얼마나 보고 사는지를
절실히 보여주는 조사결과였다.
연구팀 교수는 일본인들에게 바람직한 행동을 하게
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하고 있다라는 동조심리를
자극하면 유효할거라 답하며 그 정도가 지나칠 경우
답답한 감시사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혔다.
집단에 속해있기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집단을 두려워하는 심리적 상황들이
이지메로 직결되는 결과라 볼 수 있다.
이기적이며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속에서
코로나19감염은 자업자득, 자기책임론이라
논하면서도 늘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자신이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차별적 사고와
행동을 낳고 그에 따른 배척이 두려워 증상을
숨기는 사람이 늘어나며 감염경로를
밝히지 않는 감염자들이 확산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일본정부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코로나 이지메로
표출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신뢰 속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회적분위기 형성과 의식변화가
현 일본 사회가 풀어가야할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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