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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해외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한국음식들

by 일본의 케이 2015.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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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소포를 보내왔다.

우리가 이번 주에 한국에 들어가도 

일본으로 가져올 물건들이 많기에 

 미리 보내는게 낫지 않겠냐는 언니의 조언으로

 이렇게 한국에 가기도 전인데 소포를 보내주었다.


 

동치미, 파김치,조기, 육포, 문어다리, 

쥐포, 낙지젓갈, 곶감까지,,,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동치미와 파김치, 그리고

깨달음 몫으로 건어물도 함께 보내 주었다.

 

때마침, 깨달음 퇴근 시간이 곧 다가와서

 소포 내용물을 그대로 펼쳐 두었다.

퇴근하고 돌아 온 깨달음이 이 소포를 

보고 뭘 할 것인지 알고 있기에...

아니나 다를까  집에 들어오자마자

싱글벙글 신문을 깔고 자기 입맛에 맞춰 

문어다리를 자르길래 너무 길다고 그랬더니

이건 내 것이니까 자기 맘대로 할 거라고

가끔 긴 채로 구워 먹으면 

맛있으니까 내버려 두란다.

[ .......................... ]

 

 저녁 준비를 하려고 주방에 섰는데 

깨달음이 쥐포랑 문어다리를 몇 개를 굽더니

자기 책상에 가져가 야금야금 먹기 시작했다.

곧 저녁 먹으니까 조절하라고 

한마디 했지만 전혀 듣지 않았다. 

저녁상엔 동치미와 파김치를 접시 

가득 담아 맛있게 밥을 먹었다.

멀리 있어도 이렇게 가족 덕분에

한국음식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게 참 고맙고 행복했다.

난 흰 쌀밥에 파김치를 올려 먹었고, 

깨달음은 신라면에 먹고 싶다고 

고집을 피우는 통에 컵라면를 줬더니 

파김치를 면발에 돌돌 말아 맛있게 먹고,,

매워서 입술이 빨개지면 동치미

 국물을 마셔가면서 역시 파김치는 신라면이 

최고라고 땀까지 흘리며 맛있게 먹는 깨달음..

남들이 보면 몇 십년만에 파김치를 먹어보는 

사람들처럼 서로 반은 정신없는 상태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해외생활을 하면 참 많이 그리운 게 한국음식이다.

코리아타운에 가면 뭐든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늘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국에 있을 땐 전혀 입에 대지 

않았던 것들이 먹고 싶어질 때도 참 많다.

멸치젓갈무침이라든가 호박잎 

쌈이라든가 고추잎 무침같은 거,,

그리고 매생이 나물, 무우청 나물,

 토란대, 고구마줄기 볶음 등등

 내 입맛이 어른이 되어 간 것도 있겠지만

이곳에서 찾기 힘든 것들이 그렇게 먹고 싶었다.

멸치젓갈 무침이 너무 먹고 싶어 

이탈리아 요리에 쓰이는 안쵸비를 

잘게 썰어 양념해서 먹었던 적도 있었다.

고추부각이 먹고 싶어 고추를 사다

 말리고 맛을 재현해 보기도 했지만

옛 맛이, 아니 엄마 맛이 나질 않았다.

자매들 중에서도 큰 언니는 잡채를

 작은 언니는 엄마의 김치맛을 그대로 재현한다.

그래서도 작은 언니가 담은 파김치를 

내가 더 더욱 좋아하는지 모른다.

여동생은 마른 새우국을 엄마보다

 더 엄마처럼 끓인다.

그래서 어느 자매집에 가서 밥을 

먹어도 엄마맛을 맛 볼 수 있다.

이런 옛 음식들을 먹고 싶어하는 날 보고

모처럼 한국에 와서 늘 짜잔한 것만 

찾는다고 핀잔을 받을 때도 있지만

 내 어릴 적 먹었던 반찬들, 음식들이 

제일 그립고 제일 먹고 싶은 것 같다.

내 몸을 만들어 준 음식들,,그래서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맛,,, 

그것들을 먹어야만이 허허로운 

내 가슴이 채워지는 것 같아서,,, 

어쩌면 이렇게 형제,자매들이 있어 내가 

해외생활을 버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고맙고 고맙다.

내일은 한국 후배들에게도 파김치 맛을 

좀 보여줘야할 것 같다.

그들도 분명 그리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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