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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해외거주자에게 [아리랑]이 주는 의미

by 일본의 케이 2015.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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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독주회에 다녀왔다.

나보다는 깨달음을 위해 목사님이 알려주신 독주회였다.

먼저 도착한 나는 팜플렛을 차분히 읽어보고,,,

메인인 [곽 수은]님 이외에도 대금 [안 성우]님, 해금[강 은일]님이

특별출연으로 짜여져 있었다.


 

독주회가 시작되자 세 분이 함께 무대에 올라오셨다.

첫 곡은 풍유음악의 대표적인 기악곡 영산회상중의 타령, 국악부분을 연주해 주셨고

두번째 곡인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오른손의 힘과 탄력을 조절하여

 섬세하고 노련한 기술이 엿보이는 곡이였다. 

세번째  비단길이란는 곡은 [황 병기]님이 작곡하신

비단처럼 펼쳐진 신비로움을 표현하는곡이였다.

네번째 춘설 역시 [황병기]님의 곡으로 느리고 조용하다가도

템포가 점점 빨라져서 신명나게 하는 곡이였다.

연주를 시작하시기 전에 곡에 대한 설명도 미리 친절하게 해주셔서 문외한이 나역시도 

뭔가 이해하기 쉬웠던 시간들이였다.

연주중에 깨달음을 힐끗 쳐다봤더니 손가락으로 장단을 맞추기도 하고

고개로 리듬을 잡기도 했었다. 


 

그리고 마지막 곡을 연주하기 전에 [안 성우]님의 대금독주가 있었다.

바로 앞에서 들어서인지 대금소리가 온 몸 구석구석까지 스며드는 느낌은 처음이였다.

마지막 곡은 세 분이서 함께 [고향의 달]이라는

 처음엔 밝은 음색을 보이다가 뒤로가면서 애절한 가락으로 변하는 곡을 연주해 주셨다.

이렇게 준비된 5곡을 마치고, 앵콜곡으로 [아리랑]을 연주해 주셨는데

연주 도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대금은 대금대로, 가야금은 가야금대로 해금은 해금대로

제각기 품어내는 음색 속에 묻어나는 애절함에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무대 조명이 밝아지고 옆에 앉은 깨달음을 봤더니

깨달음도 누가 볼세라 얼른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눈물범벅인 내 얼굴을 보더니 [슬프지?] 라고 물었다.

[ ............................ ]


 

연주자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집으로 돌아와

깨달음이 [아리랑]을 다시 듣고 싶다고 그래서 집에 있는 DVD를 틀려고 했더니

자기가 안 본 영상이 보고 싶다길래 유튜브에서 찾아 [아리랑]을 틀었는데

난 또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 [ 너무 슬퍼,,,아리랑,,,]하면서 깨달음도 울먹였고

나보고 역시 당신은 한국사람임이 분명하다면서 어깨를 들썩이더니

팔까지 펴고 덩실덩실 아리랑 춤을 훙내 내다가

대금 소리를 낸다고 입을 뽀쪽하게 내놓고 휘파람을 불고 난리였다.

[ ............................ ]

난 왜 그리도 슬펐을까... 마치 가슴 깊숙히 묻어둔 정체불명의 아픔들이

한꺼번에 터져버린 듯 설움이 복받쳐 왔었다.

내가 너무 서럽게 울어서였는지 [곽 수은]님이 연주를 끝나고 내게로 오셔서

해외생활 오래하셨냐고 물으셨다.

내가 너무 슬프게 울어서 본인도 연주 중에 눈물이 날 뻔했다고 하시며,,,

[ 15년째입니다...]라고 대답하자

[오래 계셨네요...]라고 좀 안쓰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셨다.

해외생활을 너무 오래 한 것일까...

20년, 30년, 아니 50년을 넘게 타국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들으면

아직 멀었다고 하실 15년,,,,,, 뭐가 그리도 서러웠을까,,,

어설픈 춤을 추고 있는 깨달음을 보고 울다가 웃었더니 

자기는 해외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오리지널 한국사람도 아닌데 왜 이리도 슬픈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또 고개를 옆으로 기울리고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아리랑 음절에 맞춰 춤을 추는 통에 또 웃다가,,,, 울다가,,,,,,

이 날 우리 부부는 [아리랑]을 듣고 또 듣고,,,

술도 한 잔씩 하면서 한국인의 피, 한국인의 한(恨)

그리고 해외거주자들의 애환 같은 걸 얘기하며,,,,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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