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우린 여수로 향했다.
스케쥴을 맞추기 위해 아침식사를 거른 채로
차에서 바나나와 삶은 계란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여수에 도착하자 바로 유명한 간장게장집에서
아침겸점심으로 아주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깨달음은 근 4년만에 다시 찾은 곳이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해서인지
그 많은 손님들 중에 양손으로 잡고
게살을 쭉쭉 발라 먹는 건 깨달음 뿐이였다.
마치, 4년동안 못 먹었던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간장게장 한 번 먹고, 양념게장 한 번 먹고
아주 조근조근, 잘근잘근 게발에 붙은
속살까지 깨끗이 발라먹었다.
다음은,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여수 시내를 돌아보고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유람선에 올랐다.
유람선엔 어르신들이 필리핀 싱어들이 부르는 올드팝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계셨고 각 테이블에서는
막걸리, 소주가 올려져있고
그 자리에 서서 춤을 추는 분들도 계셨는데
우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하면서
은근한 매력에 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춤추는 어르신들을 보며 한참을 웃고 있던 깨달음도
같이 신이 났는지 해물파전과 소주를 주문해서
또 열심히 마시고, 먹고,,,
얼굴이 빨개진 깨달음이 갑자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해서 언니, 엄마, 나 모두 깨달음 춤에
반은 쓰러질 듯 웃었다. 너무 웃겨서....
그렇게 유흥을 즐긴 후, 내릴무렵에는
그곳에서 춤추던 어르신들과 흡사 비슷한 형태로 변신한
깨달음이 같이 춤추고 노래 불러준 언니들과 악수하고
싶다면서 많은 사람들 틈을 삐집고 들어가 악수를 했다.
[ ........................ ]
다음 코스는 여수 풍물시장에 들러 자기 입맛에 맞는
한국산 쥐포를 찾으러 다녔고 길거리에서 보이는 모든 먹거리를
다 맛보고 사는 깨달음 때문에 점점 짐봉투가 늘어갔다.
늦은 오후에 여수에서 돌아온 우린
말바우시장에 들러 마지막 쇼핑을 했고
깨달음은 또 막 튀겨낸 고구마튀김이 싸고 맛있다고
간장에 있는 풋고추를 올려 열심히 먹었다.
사진을 찍으며 점점 튀어나오는 깨달음 배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냥 기분좋게 먹었으면해서 아무말 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여수에서 사 온, 해삼과 전복을
싱싱할 때 먹어야 한다고 바로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그렇게 많이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은
자기가 좋아하는 왕만두가 먹고 싶다는 깨달음을 위해
엄마의 단골집으로 가서 막걸리에 부추전,
닭볶음탕까지 주문해 배가 빵빵해질만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왕만두도 깨달음 혼자서 다 먹고,,,
그렇게 집에 와서는 잠시 입을 쉬는 듯 하더니만
이번엔 어제 슈퍼에서 사 온 부라보콘을 꺼내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며 맛나게 먹는 깨달음.
배 안 아프냐고 물으니까 왜 배가 아프냐고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 ............................... ]
다음날, 일본으로 돌아가야했던 우린 일찍 짐을 챙기고
잠시 쉬고 있는데 엄마가 또 내주신 박카스를 한숨에 들이키고
엄마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공항으로 떠났다.
광주공항에서 시간이 남은 깨달음과 커피숍에 들어가
카페라테에 올려진 생크림이 너무 맛있다면서 빨대로
정신없이 먹었다. 비싼 만큼 맛있다면서 .....
커피숍을 나와 탑승 5분전인데
뭔가 생각난 듯, 자기 가방 비닐봉투 속에서
사라다빵(공룡알)을 꺼내 또 맛있게 먹었다.
전날, 궁전제과에서 큰 언니랑 샀던 빵들을
냉장고에서 아침에 잊지 않고
챙겨왔다며 맛이 그대로 살아있다고
나에게 한 입 먹어보란 소리도 없이 다 먹어치웠다.
그렇게 김포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작은언니와 여동생이 우리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고
나와 주었고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그래도 뭘 간단히 먹자고 해서
깨달음은 또 짜장면을 시켰고, 언니가 주문한 짬뽕도
한그릇 얻어 먹었다.
비행기 안에서 내가 먼저 물었다.
[ 만족했어? ]
[ 응, 대만족이야 ~]
[ 먹고 싶은 거 다 먹은 거지? ]
[ 응,,,근데 담양 갈비 못 먹었잖아...]
[ 당신이 안 간다고 했잖아,,멀다고,,,]
담양 국수거리에서 국수도 먹고 떡갈비도 먹었으면
더 좋았을 거란다.
[ ......................... ]
허리 벨트 괜찮냐고 배가 장난 아니게 나왔다고 하니까
날 곁눈질로 째려보면서 날마다 이렇게 먹는 것도 아니고
한국 왔을 때나 이렇게 먹지 자기가 언제 또 이렇게
맘껏 먹겠냐고 눈치 주지 말란다.
[ 나,,배 나온 사람 싫어해,그니까 좀 신경 좀 써 줘...]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더니
가방에서 빵을 꺼내면서 이것도 먹어버린다고 협박을 했다.
[ ......................... ]
분명 깨달음 배가 아주 많이 나왔다.
전형적인 50대 아저씨의 똥배와 윗배가 이젠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는 걸 자신도 알고 있다.
그래서도 더 음식섭취에 주의를 했으면 하는데
한국에만 가면 입맛이 도는 건지
이때다 싶은 건지 몸도 마음도 입도 컨트롤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술마시고, 춤추고, 놀고, 자고, 먹고,,
저 배를 어찌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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