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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그곳이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

by 일본의 케이 2015.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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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바로 들어올 생각이였는데 깨달음이 노래방 가자고 어깨를 툭 쳤다. 

난 술을 마시지 않았고 깨달음도 그렇게 술이 취한 상태는 아니였지만

흔쾌히 오케이를 했다.

 가는 곳도 늘 정해져 있다. 미얀마인이 경영하는 가라오케가 딸린 주점이다.

이곳에 간다고 해서 늘 노래 부르기를 목적으로 가진 않는다.

 마마와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옆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과 농담을 하기도 하고, 얘기가 깊어지면 상담을 들어 주기도 한다.

미얀마에 특별히 인연이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나도 그렇고 깨달음도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여서이다.

손님의 90프로가 미얀마인이여서 이 가게에서 우리부부는

아주 가끔 이상한 시선에 휩싸일 때도 있다.

오늘도 우리 빼놓고 모두 미얀마인이였고 여자분 두 분만 태국분이였다.

우리가 이 가게를 자주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어쩌면 이런 글로벌한 분위기를 가깝게 체험할 수 있어인지도 모른다.

 

 

깨달음은 기프해 둔 참이슬에 물과 얼음을 동동 띄워

자기 입맛에 맞게 술을 한 잔 만들어 놓고서는 노래를 선곡하기 시작했다.

난 치료가 끝난 후부터 술이 의외로 몸에서 받질 않아

금주라기 보다는 그냥 특별한 일이 아니면 안 마시고 있어 레몬차를 한 잔 부탁했다.  

난 마마와 뒤늦은 신년인사를 나누고 마마 신변의 얘기(남편과 아들) 등을 나눴다. 

노래를 한 곡 끝낸 깨달음이 마마에게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태국 손님이 계신 것 같은데 손님층이 바뀌였냐고 물었고

 마마는 단골로 오셨던 일본 손님들도 이상하게 요즘엔 잘 오시질 않고

그 대신  중국, 태국 손님들이 와서 메꾸어 준다고 대답을 하셨다.

그러자 깨달음이 요즘, 일본 경기가 별로 좋지 않아 자기 거래처 사장들도

싼 술집만 찾아 다니고 특히 2차는 더 더욱 안 가려고 하는 추세여서

그럴 거라고 그래도 여긴 손님들이 꽉 차서 다행이라고  마마를 위로해 주었다.

예전에는 주방에 사람을 두 명이나 부리고 홀 담당도 한 명 있었는데

이젠 모든 걸 마마 혼자서 한단다.


 

마마와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옆 테이블 태국여자분 두 분이

한국 노래를 부르자 깨달음이 유심히 쳐다봤었다. 

옆, 옆 테이블에 있는 젊은 커플들이 서로 어색하게 웃다가 

태국인이냐 내 여자친구도 태국사람이다라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고

태국분들은 태국어로 미얀마분은 미얀마어로

그리고 4명이서 얘기 할 때는 일본어로 얘기하며 분위기가 업이 되어갔다.

일본에서 무슨 일 하는지 그런 대화들도 조금씩 들려왔고

일본 노래 잘 하던데 일본 노래도 해보라는 소리도 들렸다.

 

그걸 보고 있던 깨달음이 참 이상하단다.

깨달음 눈엔 태국인, 중국인, 한국인. 미얀마인 모두가 일본어를 공통어로 쓰며

얘기하고 노래하고 그런 모습이 일본인인 자기 눈에 신기하고 고맙게 느껴진단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 왜 일본에 왔는지? 왜 일본어를 배우는지?

일본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지? 괜히 궁금해지고 물어 보고 싶단다.

[ ........................... ]


 

참,,, 깨달음은 사람에게 관심이 많다. 오지랖도 넓고,,,

그 뒤로도 깨달음은 그들의 대화에 그들의 노래에 귀를 귀울리며 술을 마셨고

그들의 노래가 끝나면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자기도 부르고 싶어졌다고 이상한 트롯트를 한 곡 부르더니

목 컨디션이 별로라고 발라드 곡으로 한 곡 더 부르겠다며 

이마에 핏대까지 세워가면서 열창을 했다.

.

 

열창을 한 깨달음이 마이크를 놓자 다들 뜨겁게 박수를 쳐주니까

좋아서 입이 찢여질려고 했다. 진짜로,,  

기분이 좋은 깨달음은 노래를 끝내고도 그들의 생활 얘기를 엿들었다. 

마마가 또 우리 쪽으로 와서 작년에 생각해 보라고 했던

 미얀마 투자 건에 대해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술 취한 깨달음이 미얀마에 큰 일본식 가라오케를 세우고 싶다고 하고

마마는 한국식 찜질방이 지금 인기라고 미얀마 사람들은 금장식을 좋아하니까

금색으로 치장한 찜질방 안에 가라오케를 넣으면 된다고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얘기들을 둘이서 계속 했었다.

 

난 우리 테이블 뿐만 아니라  다른 테이블에서 들여오는 3개국어가 뒤섞인 대화를 들으며

문득 한국의 어느 가라오케 주점도 이런 모습들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들고 웃고,,,

그곳이 어디든 국적이 무엇이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큰하게 술이 취한 깨달음이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마마에게 우리 이사할지 모르니까 이사하기 전까지 자주 오겠다고

그리고 이사하면 초대할 테니까 꼭 오라는 말을 했다.

[ ...................... ] 

나한테는 맨션이 결정되기 전까지 이사 얘긴 남에게 꺼내지도 말라고 해 놓고

자기가 보는 사람들에게 다 애기하고 다닌다.

이곳에 오면 일본 가라오케 주점에서 느끼지 못하는 정이 느껴진다고

그래서 자긴 이 가게가 좋다며 집에 가자고 휘청거리는 발걸음을 바로 잡는 깨달음.

아무리 봐도 이 남자는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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