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돌아오는 기내안에서 깨달음은 밀린 일을 하기 시작했다.
동경에 도착하면 바로 직원들에게 도면을 팩스로 보내야 했기에
좋아하는 한국영화도 못보고 열심히 도면체크를 했었다.
한국에 있는동안 팩스 보낼 곳을 찾아 봤지만
우체국에서도 국외로의 팩스는 취급하지 않았고
공항 라운지에서도 A3사이즈는 보낼 수 없다고 해서
급한대로 사진을 찍어 메일로 첨부를 했었다.
빠른 오후편 비행기여서인지 집에 돌아오니 그렇게 늦은 시간은 아니였다.
이른 저녁을 간단하게 먹고 정리할 것들, 필요한 준비할 것들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청소기와 세탁기를 돌려놓고 잠시 쉬고 있는데
깨달음이 한국과자들을 그릇에 옮기기 시작했다.
엄마랑 같이 가서 산 콩엿과 옛날과자,,,
엿은 적당히 달아 질리지 않고 이빨에 붙지 않아 맛있고
옛날 과자는 먹으면 먹을수록 고소함이 있다며
까불까불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는 깨달음이 자기 가방에 과자(몽쉘통통)를
한 박스 넣고 있길래 다른 과자는 어딨냐고
물었더니 못 들은척하고 대답을 피한 채 출근을 했었다.
대답하지 않아도 어디에 감춰두었는지 어느 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먼저 책상 밑 서랍들을 열어 봤더니 배즙이 들어가 있었고
깨달음 옷장을 열었더니 걸려 있는 바지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바지를 옆으로 밀춰 봤더니 아니나다를까 깊숙한 곳에 놓여져 있는 과자들..
한국슈퍼에서 한참을 고르고 골랐던 그 과자박스들이다.
심여를 기울려 고른 만큼 소중했는지 아주 꼼꼼히도 숨겨 놓았다.
나에게는 하나 먹어 보라는 소리도 하지 않고
한국과자는 당연히 자기 것이라 생각했는지 통채로 들어가 있었다.
과자들을 꺼내 사진을 찍다가 허망함을 느꼈다.
언제나 이 버릇이 고쳐질련지...
아무리 그래도 아내 몰래 이렇게 숨겨 놓을 정도로 좋을까...
그 심리상태가 참 별스럽다는 생각과 과자에 대한 애착이 무섭게까지 느껴졌다.
사진을 찍고 다시 그자리에 조심스레 넣어 둔 뒤, 책장에서 심리학 책을 펼쳐보았다.
무언가를 숨긴다는 것은 일단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한 행위라고 나왔는데
내가 먹을까봐 불안한 건지 뭐가 불안해서 옷장 속에 넣었는지...
다른 의견으로는 욕구불만에 의한 만족감을 충족시키고자 할 때
나오는 심리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상황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싶을 때도
감추는 습관이 나온다고 하는데,,, 참,,,쉰살이 훨씬 넘은 아저씨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까지 집착을 보이는지...욕구불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이론적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이해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 많았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에게 굳이 감출 필요가 뭐가 있냐고
그냥 보이는 곳에 두어도 괜찮은데 도대체 무슨 마음에서 감춘 거냐고 물었더니
별다른 의미는 없었지만 그냥 보이는 곳에 두면 내가 먹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감춰 두었단다.
[ .......................... ]
아니꼽고 치사해서 내가 하나 좀 먹으면 어떠냐고 그랬더니
먹고 싶으면 당신 몫으로 따로 사와야했었다고
자기 것을 맘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강경한 어투로 맞섰다.
나 같으면 아내와 같이 나눠 먹겠다고 곁눈질을 했더니
처음부터 이건 자기가 먹고싶어 고른 것이였고
옛날과자와 콩엿은 어머님이랑 같이 쇼핑할 때,
어머님이 자길 위해 사 준 것이기에
누구와 나눠 먹는 건 사 주신 분에게 실례라고 생각한단다.
[ .......................... ]
이기적이고 유치하게 합리화 시키는 모습에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알았다고 당신 마음을 충분히 알았으니 혼자서 맛있게 잘 먹어라고 그랬더니
좀 미안했는지 초코케익은 먹어도 되는데
어머님이 사 주신 것은 손대지 말아 주란다.
하여튼, 깨달음 머릿속에 한국과자는 특별한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어
보통사람들이 좀처럼 분석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집착모드가 발동하는 것 같다.
엄마가 사 주셔서 더 애착을 갖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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