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모여행사에서 정기적으로 오는 출판물이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
결혼하고 매해 해외여행을 다녀왔던 터라
올 초에도 하와이를 한 번 다녀 오자는 얘기를 잠깐 나눴었는데
지금까지 솔직히 정신이 없었다.
집 이사 건도 있었고 한국도 다녀오느라
이래저래 여행에 쏟을 마음적 여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깨달음이 여행 팜플렛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기더니
갑자기 자기 책상에 올려져 있던 저금통 2개를 가져와서는 털기 시작했다.
특별한 이유에서 모았던 것도 아니고
나보다는 깨달음이 훨씬 열심히 돈을 넣었기에 느닷없는 깨달음의 행동에도
아무런 불쾌감을 느끼질 못했다.
500엔짜리 동전부터 천엔짜리 지폐까지 모두 털었다.
무표정으로 사진만 찍고 있었더니 사진 그만찍고
동전 좀 세어 달라길래 함께 세었다.
500엔이 9만 4천엔, 천엔이 5만 2천엔, 합하면 14만6천엔이였다.
돈을 가지런히 줄 맞춰 세우면서 이 돈으로 여행가자고 제한을 했다.
그저 멍하니 듣고 있었더니 어디 가고 싶냐고 물었다.
가고 싶은 곳이야 많지만 앞으로 이사도 해야하고 이래저래 돈 들어 갈 곳이
많아 걱정이 앞선다고 속마음을 털어 놓았더니 바로
[괜찮아, 괜찮아]라고 손을 내저었다.
이사 초기비용, 세금, 그리고 이 집을 세 놓기 위한 리폼비용 등등
현실적인 얘길 했는데도 전혀 동요하지 않길래
당신은 걱정 안되냐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자기한테 돈 많다며 비밀얘기 해주겠다면서
지난 주 한국에서 돌아오던 날, 어머님이 자기 생일선물로
돈봉투를 주셨다고 씨익~ 웃었다.
[ .......................... ]
그날, 엄마가 깨서방 생일이 곧 다가온다면서 봉투를 건네 주셨을 때
내가 필요없다고 괜찮다고 늘 신경써서 소포 보내주시니까
안 받아도 된다고 둘이서 사양을 했었던걸 기억하는데 깨달음이 나 몰래 받은 모양이다.
당신 받았냐고 난 몰랐다고 의아해 했더니
내가 잠깐 방을 나간 사이, 어머님이 다시 들어와서 자기에게
[ 선물 사, 선물 ]하시면서 자기 손에 꼭 쥐어주셔서
너무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빋았단다.
엄마가 배즙이며 인삼이며 이것저것 매번 당신 위해 보내주지 않냐고
그런데 그걸 굳이 뭐하러 받았냐고 그러자 솔직히 받고 싶었단다.
어머님이 뿌리치는 자기 손을 잡고 꼭 쥐어 주시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단다. 그래서 그냥 받고 싶어
다시 돌려 드리더라고 그 때는 그냥 어머님 하시는대로 맡기고 싶었단다.
어떤 마음에서 깨달음이 받았는지 알 것도 같아서
잘 했다고 그럼 당신 사고 싶은 거 사라고 그랬더니
자긴 필요한 거 없으니 그 돈은 다음에 한국가면 그대로 돌려 드릴 생각이란다.
어머님이 자길 많이 생각해 주시는 그 마음이 고마웠고 행복했으니
마음만 받고 물질은 필요치 않으니까
자기 생일날 어머님에게 전화해서 자기 뜻을 전할 생각이였단다.
그럼 여행 간다는 소리는 뭐냐고 쏘아 부쳤더니 내가 돈 걱정 하는 것 같아서
돈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어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온 거라며
그 돈은 써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 .......................... ]
이번에 한국 갔을 때도 어머님 선물로 봄철 마후라를 사 가겠다고 깨달음이 고집을 피웠었다.
색깔별로 많으니까 필요없다고 그렇게 말렸지만 기연코 샀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늘 깨서방에게 미안해 하셨다,
해 준것도 없는데 광주까지 잊지 않고 고생스럽게 내려와 주는 것도 고맙고
필요없다고 해도 늘 선물 사와서 입어 보라,
신어 보라, 걸쳐 보라 하는 것도 미안하다고....
작년에는 깨서방 생일 선물을 준비했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아무것도 준비 못해 미안하다고 그러셨다.
그래서 봉투를 준비하셨고, 그걸 깨달음은 받은 것 같다.
장모와 사위,,,, 말은 통하지 않는 외국인 사위이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통했던 것 같다.
얼마였냐고 물었더니 생각보다 많이 들었더라면서
두 손을 크게 벌려 [입빠이]라고 얘기할 뿐 금액은 알려 주지 않길래
사진이라도 찍게 내 놔 보라고 해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엄마가 깨달음에게 얼마를 넣어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깨달음이 필요한 무언가를 살 수 있게 해야겠다.
그게 엄마가 사위를 생각하는 진실한 마음일 것이고
깨달음 역시도 장모님의 사랑을 직접 느낄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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