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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생일선물로 후배에게 부탁한 것

by 일본의 케이 2015.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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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장소에 도착한 난 주문을 먼저 해두었다.

1일 한정판매 메뉴가 있어 깨달음이 오는 시간에 맞춰 요리를 부탁드렸다.

15분후 깨달음이 들어오고 먼저 와인으로 생일축하 건배를 하고나자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당신 생일이니까 먹고 싶다는 것 무조건 시키라고 그랬더니

날마다 생일이였으면 좋겠다면서 메뉴판을 뚫여져라 쳐다봤다.

 

결혼하고 4번째 맞는 깨달음 생일..

첫 해는 양복, 두번째 해는 구두를 그리고 작년엔 온천을 다녀왔었다. 

[ 깨달음씨, 뭐 갖고 싶어? ]

[ ..........................]

[오늘은 생일이니까 뭐든지 들어 줄게]

[ ..........................]

[ 왜? 아무 것도 필요 없어?,오늘 아니면 안 들어 줄 거니까 필요한 거 있음 오늘 말 해?]

[ ..........................]

[ 진짜 필요 없어? 선물이 아니면 다른 것도 괜찮아,

뭐 원하는 게 있음 뭐든지 말해 봐~ ]

내가 묻는 내내 아무말 없이 요리만 맛있게 먹고 있더니 부탁할 게 있다며 입을 열었다.

자기에게 살 쪘다고 똥배가 어쩌고 저쩌고 그런말을 하지 말아주란다.

요즘 식욕이 좋아 뭘 먹어도 맛있어 먹는 행복을 느끼고 있는 중인데

내가 옆에서 그만 먹어라, 배 나왔다, 다이어트 좀 해라 등등

그런 소리를 하는통에 스트레스 받았단다.

[ ........................ ]

 

알겠다고 이젠 아무말 하지 않을테니까 편하게 많이 먹어라고 그랬더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부탁할 게 있는데 지난번 한국 갔을 때

사가지고 온 과자들이 진짜 맛있었는데 후배에게 좀 부쳐달라고 그래란다.

[ .............................. ]

그럼 이 식사 끝내고 코리아타운 가서 사 오자고 그러니까 한국에서 사야 더 맛있단다.

같은 과자여도 일본에서 파는 건 맛이 없는 것 같단다.

똑같은 거라고 당신 기분 탓이라고 목구멍까지 말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꾹 참았다. 

일본에서 사면 되는 걸 굳이 후배한테 부탁할 게 뭐가 있는지

여러사람 귀찮게 한다는 말도 꾹 참았다.

오늘은 깨달음 생일이니까,,,  

 

배가 너무 불러 생일 케익은 집에 돌아와 불었고

축하카드도 함께 읽으며 너무 행복해 하는 깨달음에게

정말 후배에게 얘기하냐고 다시 물었더니 생일 선물이라고 하면

후배도 흔쾌히 들어 줄 거라면서 오예스와 브라우니는

질렸다는 말도 잊지 말고 해달란다.

[ .......................... ]

당신 후배가 아니고 내 후배라는 걸 알고는 있냐고

꼭 후배한테 이런 걸 부탁해야하는지 입이 안 떨어질 것 같다고 그랬더니

그 후배와 전화통화 하게 해주라며 자기도 5년이상 알고 지낸 사이이니까

통화하면 후배가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게 분명하다고 

어디서 오는 자신감인지 억지인지 모를 의기양양함을 보였다. 

 

그래서 오늘 오후 망설이다 후배에게 카톡을 보냈다.

사정을 얘기하고 한국 과자 좀 보내달라고,,,,

생일만 아니였으면 단칼에 베어버릴 깨달음의 부탁,,,,

 어쩔 수 없이 후배에게 부탁을 해야했다.

기분 좋게 받아주는 후배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도 좀 들었다.

이것은 좋아하고, 저것은 싫어한다는 주문까지 넣어서 부탁하려고 하니

미안한 마음이 더 했다.

난 깨달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잘 모르겠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도 아니고

생일 선물로 과자를 부탁하는 그 발상 자체가

아무리 생각해도 약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도대체 왜 그렇게 과자를 좋아하는지,,,어릴 적 많이 못 먹었는지...

한국 사람들은 일본 과자가 훨 맛있다고 입을 모아 얘기하는데

왜 이 남자는 한국 과자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것일까,,,

애정 결핍인가,,,,,, 점점 나오는 똥배는 어찌할 생각인지,,,,

계속해서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정말 정신과를 데리고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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