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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자들도 실은 많이 외롭다

by 일본의 케이 2016.10.17

매주 수요일이면 깨달음은 출장을 간다.

호텔 건설이 도쿄뿐만 아니라 나고야, 교토에

있다보니 매주 출장을 떠나야한다.

아침 첫 신칸센을 타고 가서 오후 6시쯤에

도쿄에 다시 돌아오는 스케쥴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는 미팅이 잡힌 것도 있고 

지난번 직원의 실수가 신경이 쓰였는지

본인이 직접 확인하기 위함이였다.

그리고 이렇게 본인이 출장 옷가지를 챙긴다.

내가 사진을 찍었더니

속옷까지 찍을 거냐고 날 한 번 쳐다봤다. 



그렇게 깨달음은 출장을 떠나고

후지산을 통과중이라는 카톡이 오전에 한 번 

왔는데 도쿄에 도착할 무렵쯤에

[외롭다]는 한 단어와 함께 이모디콘을 보내왔다. 


며칠 전부터 약간 분위기가 이상하다했더니

드디어 자기 기분을 솔직히 털어놓은 것이다.

이대로 넘어가선 안 될 것 같아서

역으로 나가겠다고 했더니 알아서 하란다.

적당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다시 카톡을 보냈다. 

10분후 가게 입구를 들어오는

깨달음의 얼굴과 몸에서 가을이 

뚝뚝 떨어지는 듯했다.

[ 당신 너무 폼 잡는 거 아니야? ]

[ 폼 아니야,..]

일단, 와인을 한 잔씩 해야할 것 같아

이것저것 주문을 하고 건배를 나눴다.


음식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거래처와

통화를 하느라 자리를 뜨고 돌아와서도

문자를 보내느라 바빴다. 그렇게 20분쯤...

모든, 업무를 끝내고 나서는 한숨을 쉬었다.

[ 일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애.

그래서 피곤한 거 아니야?]

[ 일는 원래 하는 건데 뭐...]

[ 근데 뭐가 그렇게 외롭다는 거야?]

[ 그냥,,,,]

[ 말해 봐,,뭐가 외로웠어?]

[ 그냥,,,]

[ 한국에는 봄처녀 바람난다는 말이 있어.

 봄이면 여자들이 왠지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가을에는 남자가 가을을 탄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은 그런 표현 없어?

[ 가을은 식욕의 계절이라는 말 밖에 없어 ]

[ ........................ ]

[ 근데 남자의 계절이라는 건 무슨 뜻이야? ]

[ 지금 당신같은 상태를 말하는 거야,,

그냥 외롭고,,왠지 쓸쓸하고,,

그게 다 호르몬 분비와 관계가 있는데

과학적으로 입증 된 거래..

봄에는 여성 호르몬 활동이 활발하고

  가을엔 남자 호르몬이 증가하고,,

그니까 당신이 왠지 씁쓸한 것은

 이 호르몬 작용때문이야

[ 작년까지 안 그랬는데 왜 올 해 갑자기 그래? ]

[ 그건 나도 모르지..당신도 갱년기여서 그러겠지..]

[ 내 몸이 한국사람이 되어 버린건가? 

한국남자처럼 가을을 타는 거 보면...

몸이 변한 거 아니야? ]

 [ .......................... ]

그런 얘기들이 오갔고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데

바로 앞 노래방을 보고 깨달음이

한 곡 하고 가잔다.

그렇게 들어간 노래방에서

거의 한시간 내내 부른 노래는 바로

[ 여러분]이였다.


지난 판타스틱 듀오 프로에 가수 [윤 복희]님이

 나온 이후부터 팬이 되었고 이 노래를

유튜브를 통해 [ 임 재범] 버젼까지

 10번 이상을 듣고 또 들었다.


[ 네가 만약 외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음정이 정확한 건 아니였지만

내 도움 없이도 아주 감정을 잘 잡고 불렀다.

열심히 노래하고 있는 깨달음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문뜩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라는 존재,, 

365일 일 속에 파묻혀 살아야하고

한 여자에게는 느티나무와 같은 존재이여야 하며

살다가 보면 좋은일, 궂은일, 아픈일에 부딪혀도

 가장으로 짊어지고 책임져야할

멍에 때문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어찌보면 참 힘겨운 입장에 서 있다.

내가 깨달음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무엇인지,,, 

 이 가을의 쓸쓸함을 채워줄 따뜻한 쉼터가 되어야

하는데 난 과연 잘 하고 있는지.....

노래를 듣는내내 자문을 거듭해 보았지만

 부족했던 것들만 떠오른다. 

조금만 더 웃어줄 걸, 조금만 더 다정할 걸

조금만 더 감싸안을 걸,,,

[ 만약 내가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여러분...]

노래를 마치고 생각보다 

잘 부른 것 같다며 날 향해 씨익 웃는

깨달음에게 난 따뜻한 박수를 오래도록 쳐 주었다. 

당신이 만약 외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주겠다고

하니까 엄지를 척 들어 보인다.

세상 모든 남자, 특히 가장들은 

누군가의 위로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댓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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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17 06:21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내별meinstern 2016.10.17 06:22 신고

    그렇지 않아도 오늘, '김제동의 톡투유' 주제가 고독이었답니다.
    방송을 보고 난 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구요.
    케이님의 글을 읽고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봅니다.
    케이님도, 깨서방님도, 우리 모두 아자아자 입니다~ ^^
    답글

  • 윤양 2016.10.17 07:26

    맞아요~~남편의존재는 그렇죠 저희남편도
    그렇습니다 안쓰럽고 불쌍하고 미안하고 그런좃재입니다 이글을 읽고 남편에게 더 따뜻한밥과
    따뜻한말 다정하게 품어주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드는군요 ~깨달음님께서도 어서 털고 일어나시고 맛난음식 많이 드셔서 힘내십시요!


    답글

  • Hwan 2016.10.17 08:59

    감사합니다 잘보고가요
    답글

  • Lovelycat 2016.10.17 09:55

    여자들은 수다를 통해 친구든 가족이든 속내를 털어놓고 스트레스 해소가 어느정도 되는데 남자들은 그게 어렵다보니 더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것 아닌가해요
    저도 남편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요즘은 다행히 둘째가 잠들고 나면 틈이 좀 생겨서 남편 어깨 맛사지도 해주고(많이 뭉쳐서 아프겠더라고요) 족욕이랑 발맛사지도 해줘요
    아마추어라 별거없지만 그래도 가만있는거 보면 은근 좋아하는거 같아요
    나이들면서 점점 더 친하게지내는 부부가 되고싶은게 제 소망이에요^^
    케이님이랑 깨달음님처럼요~
    답글

  • 박씨아저씨 2016.10.17 11:17

    잘했쪄~~~
    남자가 나이들면 애가 된다고 하지~~~
    가을이면 더욱더~~~
    답글

  • 이형호 2016.10.17 11:24

    안녕하세요 케이님 공감 100% 입니다 ㅋㅋ

    한국 남자들 특히 40대 후반에서 50대 아저씨들 떨어지는 낙엽만봐도 슬프답니다..

    깨달음님 위로 많이 해주시고 꼭~~ 안아주세요 ^^

    환절기 감기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답글

  • 맛돌이 2016.10.17 16:10

    가을이 뚝뚝~
    그래요 가을은 외로움의 계절이지요.
    답글

  • 2016.10.17 16:4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제로미 2016.10.17 18:31

    왜 제가 위로받은 느낌이죠? 감사합니다.
    답글

  • blossom 2016.10.17 19:02

    두 분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답글

  • 2016.10.17 19:03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은아 2016.10.17 21:20

    깨달음님 힘내세요.^^
    답글

  • 2016.10.17 21:4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노엘 2016.10.18 01:47

    이노래가 윤복희남매가 예수님 만나고 만든 노래라 들었어요
    복음적메시지를 가사에 넣었다고...
    왠지 케이씨부부도 콜링중 아닐까요?
    답글

  • 2016.10.18 07:3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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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처럼 2016.10.18 22:01

    이은미씨 콘서트 한다고 하네요.
    콘서트로 가을남자 깨달음님에게 위로를 드리는 건 어떠실지 ^^
    답글

  • 2016.10.18 23:33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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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후아빠 2016.10.19 17:23

    남자의 고독을 알아주시는 케이님때문에, 깨달음님은 그래도 덜 외로우실거 같네요...
    남잔 사실 늘 외롭습니다. ^^
    답글

  • 2016.11.08 16:09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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