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했던 생수와 생필품, 과일이 도착하자
생수는 깨달음이 발코니에 넣어두고
나는 주방에 넣어야 할 것들을 챙겼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함박스테이크도 동시에
도착해서 하나씩 정리하는데 힐끔 쳐다보고 가던
깨달음이 갑자기 몇 개 들었냐고 물었다.
[ 10개, 왜 갑자기 개수가 궁금해? ]
[ 응,,아니..]
그렇게 정리를 다 해 두고 우린
외출을 했다.
뭘 먹을까 검색을 하며 망설이다가 예전에
한 번 갔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평일이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
느긋하게 런치를 즐길 수 있었다.
디저트를 두 접시째 가져다 먹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 왜 아까 개수 물어봤어?
원래 그런 거 잘 안 물어보잖아 ]
[ 음,, 내 것을 또 누구한테 주는가 보려고,,]
[ 뭔 소리야? ]
어제저녁에 쥐포사건?부터 얘길 꺼냈다.
어젯밤,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는 깨달음에게
쥐포를 두 마리 구워 다 내어주면서
이게 마지막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그 많던 쥐포가 어디 갔냐고 하길래
10마리 중에 6마리는 당신이 먹었고
2마리는 지난번 민경이 아플 때 넣어 줬고
나머지 2마리는 지금 당신이 먹는 거라고
답을 했더니 그 쥐포가 원래 자기 것
아니냐고 따지듯 되물었다.
[ 당신 거?,, 음,, 당신 거라면 당신 거지 ]
[ 근데 왜 내 것을 당신이 맘대로 줬어? ]
[ 깨달음,, 꼭 그렇게 네 것 , 내 것 해야 돼? ]
[ 엄연히 그건 나 먹으라고 한국에서
보내준 거잖아, 근데 당신이
다른 사람한테 막 나눠주고,,]
이런 유치한 대화를 하는 자체가 난 참 체질에
맞지 않지만 깨달음이 네 것 내 것을 가리는
소유권을 행사하고 싶어 해서
냉정히 말했다.
명백히 말해 그 소포를 보내 준 건
내 친구니까 내 것이다. 그런데 당신을
생각해서 당신 것으로 한 것이니
나한테도 맘대로 할 지분이 있다고
그랬더니,, 아니라며 100% 자기 것이란다.
그리고 지난주 민정이 한테 내가 반찬 만들어
챙겨 보낼 때 쇼핑백을 열어 봤는데
자기가 매일 아껴가며 한 숟가락씩 먹는
도라지청이 들어있더라면서
그것도 어머니가 자기 기침하니까
먹어라고 준 건데 퍼 줬다는 거였다.
한국에서 보내 준 파김치도 자기 것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친구 만날 때 또 가져가더라며
한국에서 온 물건들은 되도록이면
자기만, 아니 우리만 먹었으면 좋겠단다.
얘기를 하면 할수록 정말 어이없고
추접스러워서 더 얘기하고 싶지 않은데
깨달음은 계속해서 자기 것이라 생각한
것들을 나열했다.
[ 깨달음,, 내 말 들어 봐,, 네 것 내 것 없이
내가 무조건 준 게 아니라는 건 알지? ]
[ 알아,,]
[ 나도 당신 만큼 선 긋기 잘하고 내 것
칼칼히 챙긴다는 것도 알지? 그런데도
같이 나눠 먹었으면 하는 사람한테
준 거야,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쥐포가 됐든
뭐가 됐든 나한테도 분명히 지분이 있어,
당신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
우린 아주 유치하고, 쫌스러운 이 이야기를
가지고 자리를 옮겨서도 결론을 맺기 위해
열심히 토론?을 했다.
[ 깨달음,, 먼저, 한국에서 온 소포를 모두
당신 거라 생각하지 말아 줘,,]
[ 나 먹으라고 보낸 건 내 거지 ]
[ 알겠는데.. 그 보낸 출처가 누구냐는 거지,
대부분 내 친구나 지인, 그리고 가족이잖아,
그 외에 블로그 이웃님들이 보내주신 것은
모두 당신 거잖아, 그 거에 대해 내가
무슨 말 한 적 있어? 없잖아 ]
[ 그건,, 그래...]
[ 그리고 내가 쥐포 몇 마리 챙겨주는데
일일이 당신한테 물어보고
당신 허락받아야 돼? ]
[ 그건 아닌데.. 나 먹을 게 없잖아,,..]
[ .............................. ]
결론적으론 자기 먹을 게 줄어드는 게
싫었던 거였다.
깨달음이 한창 한국과자에 빠져 있을 무렵
내가 지인을 만나러 가는데 아이가 같이
온다길래 깨달음 방에 있는 과자를 몇 개
챙기려고 했더니 자기 것이라고 싫어했다.
먹탐 많은 깨달음에게 자기 것이라 인식된
모든 먹거리가 줄어드는 게 꽤나
못마땅했던 것 같다.
하긴, 아내인 내가 과자 하나 집어 먹으면
그것도 못 먹게 했던 사람인데 남에게
주는 게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 깨달음, 다시 한번 명확히 해 두는데
한국에서 오는 모든 게 100% 당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둬,,그게 뭐가 됐든, 알았지? ]
[ 알았어, 그 대신 누구한테 줄 때 나한테
일단 물어보고 줘,,]
[ .............................. ]
교회에서 어느 일본인 아빠가 자기 아들이
노트북을 만지니까 내 것이니까 만지지
말라고 하는 걸 들었을 때도 어이가 없었다.
아들한테..아빠 것이 아닌 내 것이라고
표현을 할까 싶었다,
추성훈 씨도 한국에서 유도선수 생활을 할 때
숙소 냉장고에 넣어둔 자기 우유를
한국 선수들이 먹는 게 아주
싫었다고 하던 게 생각나고,,
아무튼 깨달음도 그들과 별반 다름 없었다.
나 또한, 네 것과 내 것을 확실히 하는 걸
매우 좋아하고 늘 그렇게 살아 왔는데
나와는 다른 형태로 선을 긋고 있었다.
국민적 기질, 성향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식탐이 많은 자에게서는 나눔이나
배려, 공유하는 마음은 찾기 힘들었다.
60넘은 아저씨가,, 쥐포가
자기 것이라고 목숨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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