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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아쉬움이 가득 남은 한국..

by 일본의 케이 2023.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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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러 가는 중에 

유명한? 소금빵집에 앉아 깨달음은

애피타이저로 뚝딱 두 개를 먹어치웠다.

커피도 함께 마실거냐고 물었더니

청국장이 기다리니까 그냥 가겠단다.

 

마지막날, 아침은 청국장과 계란말이로 결정,

쿰쿰한 청국장을 한 숟가락 밥에 올려 비벼놓고

무생채를 올려 맛있게 먹었다.

[ 더 찐해도 괜찮은데, 맛이 연하네 ]

[ 이 정도면 찐한 거야 ]

[ 난 오리지널이 좋은데 ]

[ 요즘은 완전 시골 아니면 오리지널

찾기가 힘들어. 김치도 안 먹는 사람들이

늘었는데 청국장은 완전 호불호가 심해 ]

옛 것만 찾고 그리워하는 건 우리가

늙었다는 증거라는 얘길 나누며 식사를 했다.

 

[ 오늘은 어디 갈꺼야? ]

[ 영화 볼려고 ]

[ 무슨 영화? ]

[ 서울의 봄] 

[ 일본어 자막 없는데 ]

[ 그래도 보고 싶어 ]

일본에서 이 영화에 대한 리뷰와

시대적 배경에 대한 기사를 많이 읽었고

무슨 내용을 다룬지 잘 알고 있어서 

일본어 자막이 없어도 그날, 그 사건의 

진실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영화를 보고 싶다는 강한 깨달음의 의지를

꺾을 수 없어 근처 영화관에 갔더니

바로 볼 수 있는 티켓이 있어 

맥주와 팝콘까지 준비해 줬다.

[ 한국어여서 이해하기 힘들 텐데 ]

[ 내년에 일본에서 상영하면 그때

또 볼 거니까 괜찮아, 근데 한국

영화관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재밌다 ]

[ 뭐가? ]

[ 그냥,, 일본하고 좀 달라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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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깨달음은 맥주를

조심조심 마시며 영화를 다 보고 나왔다.

어땠냐고 물었더니 마지막 엔딩에 나온

사진 속 인물들을 보니까 정말 무섭다는

생각과 정의도 진실도 감춰진 게 많다며

  내년 5월에 일본에서 개봉한다고 하니까

그때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뭘 의미하는지 자세히 볼 거라고 했다.

[ 다음은 어디 갈까? ]

[ 그 굴 전문집에 가자 ]

[그래 ]

택시를 타고 가는 중에 예약이 되는지

전화를 해봤더니 마침 한 자리가

비어있어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늦은 오후시간인데 모든 테이블에 손님들이

가득했고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꽤나 시간이 걸렸다.

막걸리를 한 병 거의 비울 때까지 음식은

나오지 않았지만 깨달음은 북적대는 사람들과

실내에 가득 찬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한국의 겨울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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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쌈에 나온 무말랭이에 굴전을 올려

먹으면서 엄지 척을 몇 번이나 하는 깨달음을

카운터에 계시던 아주머니가

포근한 눈으로 쳐다봤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그 아주머니가 남은

굴전을 포장해서 가라고 하셨고

깨달음은 일본에 가져갈 수 없다면서 

배가 불러 다 못 먹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막걸리를 한 병만 마셨어야 했는데

술로 배를 채워버렸다고 뒤늦은 후회를 하며

지하철역으로 천천히 걸었다.

[ 대만족이야 ]

[ 응, 정말 맛있다 ]

[ 왜 같은 굴인데 한국 굴은 더 달지? ]

[ 세계의 굴 맛은 다 다르잖아 ]

[ 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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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이 남은

깨달음은 커피를 한 잔 하자고 했다.

[ 서울에만 있었어도 3박 4일이 금방이네]

[ 광주에 갔어야 했는데.. ]

[ 어머니를 보는 것도 좋지만 당신

건강도 중요하니까..]

실은 난 이번 한국행에서 심한 독감에 걸렸다.

코로나 검사를 두 번이나 했지만 아니었고

독감 검사를 해도 독감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온 폐렴인가 싶어 병원을 옮겨

엑스레이를 찍어봤지만 폐렴도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심각한 감기?로 병원 측에서

노인에게 옮길 수 있다는 주의를 받고

계획했던 광주를 가지 못했다.

 

남편 가슴에 슬픔이 묻어나던 날

거래처와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 온 깨달음에게서 술냄새가 났다. 많이 마셨냐고 물었더니 소주 세 잔정도 했다면서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았다. 한 시간쯤지나 다시 깨달음 방에 들어가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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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린 일찍 공항 라운지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으면서 일본으로 돌아가

바로 해야 할 스케줄을 공유했다.

12월에 정리해야 할 것들과 내년 3월까지

일정이 잡힌 프로젝트에 관한 얘길 나눴다.

[ 내년 4월에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형님댁에서 고사리 뜯기로 했잖아 ]

[ 응 ]

[ 그때 우리 친구도 제주도 오라고 할까? ]

 

깨달음 동창들이 모두 퇴직을 하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아내들의 성화가

심해서 피신? 할 곳이 없냐는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일본에도 금수저, 흙수저가 있다

친구가 코로나가 걸린 걸 그녀의 카톡 프로필을 보고 알았다. 통화를 할까하다 괜찮냐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보이스톡이 울렸다. 남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자기가 걸렸다고 그래도 무증상에 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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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끊임없이 저축을 하는 이유

거실 노트북 위에 6만엔이 놓여있었다. 2만5천엔은 여행경비로 우리가 매달 적립하는 돈인데 나머지는 무슨 뜻인지 몰라 샤워하고 나온 깨달음에게 물었다. [ 이거 뭐야? ] [ 지난번에 외식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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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울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걸

하라고 권했다며 제주도도 괜찮을 것 같단다.

비행기에 탑승한 깨달음은 곧바로 잠이 들었다.

나도 약을 먹고 눈을  감았다.

늘 돌아오는 길엔 여운이 많이 남지만 

이번은 유난히 깨달음에게

미안한 3박 4일이 되고 말았다.

깨달음은 괜찮다고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했다고 그랬지만 아쉬움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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