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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일본에 있는 모 한국 식당에서...

by 일본의 케이 202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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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울 푸드 중에 하나는 삼계탕이다.

한국에 가면 계절에 관여치 않고 꼭 삼계탕을

먹고 와야할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삼계탕 전문점을 가 보아도

한국의 맛을 제대로 내는 곳이 별로 없고

일본인 입맛에 맞춰서인지 인삼이나

마늘이 빠진 이름만 삼계탕인 게 많다.

올 해도 삼계탕을 먹긴 했는데 요즘처럼

늦더위로 기운이 자꾸만 빠지면 또

 먹고 싶어지는 삼계탕인데 마침

 깨달음이 한국 아줌마가 만든 삼계탕집을

찾았다길래 들뜬 마음으로 

가게를 찾았다. 

깨달음은 삼계탕보다 한국처럼 반찬이

많이 나온다는 게 마음에 끌렸다는 이 식당은

에비스(恵比寿)에 자리하고 있었다.

 

 뭘 먹어야할지 몰라 추천을 받았는데 코스를

주문하면 각종 반찬과 함께 잡채, 불고기,

간장게장까지 맛 볼 수 있다길래

바로 부탁드리고 

시원한 막걸리로 건배를 했다.

먼저 배추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그리고 

김무침이 나왔고 바로 콩나물, 시금치나물

애호박나물, 미역무침이 나왔다.

바로 배추김치를 한 입 먹어보고

다음은 나물들을 하나씩 맛을 보더니

간이 좀 세다고 했다.

여름철이면 어느 식당이나 소금 간을 약간

세게 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러려니 했다.

[ 당신.. 이 나물들 먹어 봤어? ]

[ 음,, 먹어봤어,,]

[ 약간 불안하네. 왜 미역무침이 이렇게

느끼하지? ]

[ 참기름을 많이 넣었네.. 전반적으로,,]

 

다음으로 나온 건 잡채와 김밥이 나왔다.

잡채를 먹어보더니 나를 빤히 쳐다본다.

[ 아무 말도 하지 마,, 깨달음,,]

[ 한 입 먹어 봐 ]

만들어 놓은 잡채를 다시 기름 넣고 볶아서인지

상당히 기름진 맛이었다.

[ 잡채가,,, 남이 먹다 남은 것처럼 

다 짧아서 숟가락으로 먹어야겠는데.. ]

[ 먹기 좋게 잘랐는데 너무 잘게 잘랐네 ]

이번에는 김밥을 입에 넣더니 인상을 썼다.

[ 왜? ]

[ 소금이.. 무슨 소금을 썼는지 써,,

나물에서도 쓴맛이 나더니..

밥에서는 더 쓴 소금맛이 나네..,,]

나도 먹어봤더니 혀가 찌릿하도록 

짜고 쓴 소금맛이었다. 

 

다음은 불고기와 간장게장이 나왔는데

서로 눈치만 보고 먼저 먹으려 하지 않았다.

[ 난,, 원래 간장게장 안 먹으니까 깨달음

당신이 먹어야 돼 ]

[ 알아, 근데 비주얼 자체가 맛이 상상이 가서 ]

 

일단 한쪽 손에 장갑을 끼고 게 발에 붙은

살을 빨아먹어보더니 바로 장갑을 벗었다.

[ 간장에 너무 오래 재워둬서 짜고

게 살이 졸아들어서 딱딱해.. 

[ 싱싱하지 않아? ]

[ 상하지는 않았는데 아무 맛이 안 나..

봐 봐,, 게 살이 거의 없잖아,, ]

내친김에 불고기도 상추에 싸서 먹어보고는

이건 또 너무 달아서 못 먹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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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입 먹었는데,,, 참,, 문제점이

많은 맛이었다.

기본적으로  한국요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만든 게 아닌가 싶었다.

마침 앞접시를 갈아주러 온 직원에게 깨달음이

나물부터 여기 나오는 음식들은 

누가 만드는 거냐고 갑자기 물었다.

[ 박 할머니가 알려주신 레시피를

가지고 저희가 만듭니다 ]

 [ 한국 아줌마가 직접 만든 게 아니라 저기

저 청년이 만든다는 거네요? ]

[ 네...]

 

주방이 오픈돼서 바로 앞에 보였는데 

깨달음 얘기를 들었는지 서빙을 하던  여직원,

주방과 서빙을 왔다갔다 하던 남직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던 30대 초반에

 청년들 모두가 우리 쪽을 힐끔 거리며

안절부절못했다.

홈피와 각종 사이트에 선전하듯이

소개된 한국인 박 할머니의 손맛이라고

적혔던 건 그런 뜻이었던 거였다.

레시피를 물려받아 그대로 만들었다는데

한국요리에 대한 기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요리는

총체적으로 맛에 문제가 많았다.

[ 일본인이든, 미국인이든 레시피대로라면

절대로 이런 맛이 나올 수가 없는데...

박 할머니가 이렇게 가르쳤을리 없고,,

제네들 한국에 한번이라도

가 보기는 했을까,,,]

고개를 연신 갸우뚱 거리며 혼잣말처럼

되뇌이는 깨달음 얼굴엔 의문이 가득했다.

마지막,, 코스 요리의 메인인 삼계탕이

나왔는데 보기에는 국물이 좀 많았지만

 삼계탕과 똑같은 생김을 하고 있었다.

 

안 먹고 싶다는 깨달음에게 

기대는 하지 말고,, 그래도 

맛은 한 번 보자고 한 그릇 퍼 주었다.

[ 이거 미즈타키( 水炊き)도 아니고

삼계탕도 아니고,, 뭐지..]

미즈타키는 후쿠오카 명물로 닭백숙처럼

진하게 닭육수를 내고 그 국물을

즐긴 다음 각종 야채를 샤브샤브해서

먹거나 전골처럼 먹는 요리다.

(일본의 미즈타키-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계산을 하기 위해 카드를 주고 기다리다

벽면에 식사 후기를 남겨달라는 QR코드가 

있는 걸 보고 바로 깨달음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와서는 

핸드폰으로 뭔가를 부지런히

적더니 내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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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상

[ 케이야, 잘 있어? 여긴 너무 덥다, 거기도 덥지? 오늘 참외 먹다가 너 생각나서.. 니가 참외 좋아하는데 거기서 못 먹었다고 그랬잖아 ] [ 아니야, 지금은 코리아타운에서 팔아, 근데 요즘 넌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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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물을 시작으로 소금으로 간을 한

모든 음식에서 쓴 맛이 도는데 지금 요리에

사용하는 소금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참기름으로 어설프게

한국의 맛을 흉내내려 하지 말아라,

잡채는 기름져서 느끼하고 불고기는 너무

달고 딱딱하며 간장게장은 간장에

너무 오래 잠겨 있어서 풍미를 잃었다.

삼계탕은 모양만 삼계탕일 뿐 전혀

삼계탕 맛이 나질 않고 미즈타키도 아닌

삼계탕도 아닌 어중간한 맛을 낸 것은

전반적으로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것이고

그 자신감은 맛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이다.

그러니 박 상이라는 할머니에게

아니, 다른 사람도 괜찮으니 한국 요리를

잘 알고 맛을 낼 줄 아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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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넘어 살면서 태어나 처음으로

남긴 음식점 후기라는데 읽는 이가

뼈가 아프지 않을까 할 정도로 리얼했다.

[ 한식을 제대로 공부했다면 절대로 저런

음식을 만들 수 없어,, 한식 자격증까지는

필요 없지만 기본은 알아야 하잖아,, 

나는 저 젊은 청년들이 좀 더  한국요리에

대해 진심으로 고민하고 연구를 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쓴 거야 ]

[ 알아,, 근데 그 젊은이들이 정말 

고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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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도 어설픈 한국의 맛을 흉내내지

못하게 후기를 적어 올리라는데

나는 솔직히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식을 좋아해서 어깨 너머 배운 솜씨로

너나할 것 없이 일식집, 이자카야, 

선술집을 차린  한국 청년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기대하고 갔던 곳이어서 좀 더 

까탈스럽고 예민해진 깨달음은

오늘도 한식에 진심임을 모두에게

각인 시켰다.

과연 그 청년들은 깨달음의 충고를

받아들일까 싶다. 난 아닌 쪽으로 생각이

기울지만 한번쯤은 한국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맛을 이루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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