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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은 병이 나기 시작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1. 1. 11.

[ 오머니, 한국에 눈이 많이 와요? 많이 추워요?

밖에 나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오늘 깨달음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였다.

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마시라는 말을

하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

눈이 많이 오는 것도 힘들지만,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엄마에게 다시

다짐 시키 듯이 [ 밖에 나가지 마세요.

절대로 안돼요 ]를 강조했다.

나랑 엄마랑 통화를 하고 있는데도 옆에서 외출하면

큰 일 나니까 절대로 어디 못 나가시게

 또 말하라고 꾹꾹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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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 일본도 지금 코로나로 난리가 아니라드만

깨서방은 괜찮냐? 회사는? ]

[ 응,, 주 2회로 출근을 줄이고 있어 ]

[ 직원들은 안 나오고?  ]

[ 응, 재택근무한 지 꽤 오래됐어..]

[ 세상이.. 어찌 돌아갈랑가,,올 해는 코로나가

도망갈지 알았는디..더 독해져서 왔다고 한께

조심해야쓰것드라. 일본도 확진자가 많다든지

조심해라잉 ]

[ 우리도 조심하고 있어요 ]

[ 밥은 맨날 집에서 해 먹것네? ]

[ 응, 다 집에서 해 먹어 ]

[ 징하것다...그래도 집에서 먹는 밥이 보약인께

맛난 거 해서 깨서방이랑 같이 먹어라잉 ]

[ 알았어요..]

[ 뭐 좀 보내주끄나? ]

[ 아니.. 필요 없어.. 여기 다 있어요..]

엄마와 백신 얘기를 하다가 건조한 피부에

잘 듣는 크림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또 전화드리겠다고 끊으려는데 엄마가

9월에  올 수 있냐고 넌지시 물으신다.

[ 모르겠어.. 지금은 간다고 확실히 말을

못하고,,, 그때 상황을 보고 말씀드릴게]

 

조카가 9월에 결혼날을 잡았다는데 난 갈 수 있다고

아니, 꼭 가겠다고 밀어붙이지 못했다.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3일이 지났다.

처음 발령되던 작년 4월엔 도심이

텅텅 비었는데 이번에는 유명 음식점에 여전히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고, 시부야엔 20대 남녀가

어울려 어깨동무를 하며 술을 마시고,

자신들은 젊어서 코로나에 걸려도 괜찮다며

단축영업을 한다 해도 심야 영업하는 곳을 찾아

가겠다는  걸 보고 좀처럼 감염자가

줄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 은빈이(가명)이가 9월에 결혼한다고? 

날을 잡은 거야? ]

깨달음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 그럼 우리 가야 되잖아 ]

[ 가야 되는데.. 코로나가 지금처럼 잡히지

않으면 못 가지..]

못 간다는 내 말에 뭔가 곰곰이 생각한 듯하다가

자기도 왠지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했다.

 

[ 근데, 가야 되지 않아? 결혼식인데 ]

[ 가면 좋은데 9월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

[ 백신을 맞고 진정되면 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양국 모두 감염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지 않으면 입국 제한하겠지?]

[ 그러겠지..]

깨달음 머릿속은 온통 2년 전 참석했던

조카의 결혼식 장면들로 가득했다.

keijapan.tistory.com/1045

 

남편이 한국 결혼식장에서 놀란 이유

공항에서 날 발견하고는 손을 번쩍 들고 웃는다. 너무 얄미워서 마중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역시나,, 모든 가족들이 한국어를 못하는 깨달음을 위해 나가는데 당연한 거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keijapan.tistory.com

[ 결혼식날에 가고 싶다~진짜 가고 싶어,

한복 입은 모습도 보고 덕담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은데... 가고 싶어..

홍어도 먹고,, 그 호텔 뷔페 맛있었는데..]

조금씩 아이처럼 칭얼거리기 시작하는 깨달음.

[ 다른 가족들을 다 모일 거 아니야?]

[ 그러겠지..]

[ 아,,, 나도 가고 싶어. 나도 가서

축하해주고 싶단 말이야~~ 가게 해 줘 ]

[.................................. ]

 

 깨달음은 신년 소원으로

한국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조카의 결혼날이 잡혔는지 몰랐던 1월 1일,

마음을 다해, 정성을 다해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렸다고 했다.

그런데 난 왠지 그 소원이 9월이 되어도

이뤄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가면 누구보다 깨달음이 몇 배로

축하해주고 자기 일처럼 즐거워할 텐데

그걸 못하니 미칠 지경일 것이다.

[ 나,, 병 날 것 같아,,]

[ 병이 나도,, 이 상태라면 한국 못 가,,,]

[ 그렇지 않아도 미치겠는데 조카 결혼식까지

한다고 하니까 못 참겠어..]

참고 못 참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깨달음인데

안달이 나는 듯 보였다.

누구의 탓을 해서 뭐하고,

누구를 원망한들 뭐하겠냐 싶어

그냥, 이런 지금의 현실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맞춰야 한다고 다시 마음을 먹어 본다.

깨달음은 옆에서 기도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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