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어도 이젠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코로나 탓에 이렇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진 듯,
원래부터 이런 생활패턴이였던 듯,
순응하고 살아가는 우리가 있다.
한국식으로 반찬이 식탁 가득 채워지는 백반이
먹고 싶다던 깨달음을 위해 주말에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서 이번에는 누룽지가 아닌
된장찌개를 준비해 아침상을 차렸다.
https://keijapan.tistory.com/1419
(아침부터 남편이 기분 좋아진 식단)
젓가락을 들고 깨달음은 반찬 하나하나에
사랑스런 눈길을 주며 둘러 보았다.
뭔지 모르게 이런 밥상을 받으면 가슴 가득
따뜻한 온기 같은 게 느껴진다는 깨달음 표현이
좀 오버스러웠지만 정성스럽게 그리고
아주 깨끗이 먹는 모습에 만족했다.
아침을 마치고 깨달음은 테이블을 몇 번이나
꼼꼼히 닦은 다음 손에는 볼펜과 안경까지
쓰고 내게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자신이 할 중대한?일을 달라고 했다.
연하장을 한 장 조심히 꺼내 올려놓은 후,
내가 써놓은 한글을 따라 두어번 연습을
하고나서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기 시작했다.
굳이 [ 코로나 조심하세요]가 아닌 [건강하세요]가
좋지 않겠냐고 했을 때, 딱 꼬집어 코로나라고
해야만이 더 조심하게 되다며 우리들이 평상시에
[감기 조심하세요]라고 하는 것은 감기가
별 게 아닌 것처럼 가볍게 보지만
모든 병의 시작은 감기처럼 왔다가
큰 병으로 가니까 건강의 기본이 되는
[감기]를 조심하라고 하는 거란다.
깨달음 나름 심오한 철학이 묻어 있는 것 같아
그냥 뜻대로 하도록 두고 난 잘 쓰는지
주시하고 있는데 20장 정도 적었을 무렵,
연속해서 두장이나 글씨를 틀렸다.
[ 외웠다 생각하고 안 보고 쓰려다가 틀렸어..]
[ 그냥 보고 써 ]
[ 꼭 ㄹ에서 틀리네..ㅗ하고 ㅛ가 헷갈려,
드라마에서 봤을 때는 금방 외웠는데 ]
[ 그니까 그냥 보고 써 ]
지난주에 한국 드라마 [ 뿌리깊은 나무 ]를
보면서 한글이 기호처럼 외우기만 하면 되니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글자가 될 것
같다는 얘길 했었다.
바로 화이트로 수정작업에 들어가던 깨달음이
[ 미안해요 ]라고 적는 게 좋지 않겠냐길래
그냥 이해해 주실 거라고 했더니
[ 많이 미안해요]라고 전해달란다.
(이 연하장을 받으시는 두 분,,죄송합니다)
[ 아니야,,어찌보면 레어(rare)니까
더 가치가 있을지 몰라 ]
[ 그건 당신이 유명 연예인이였을 때 얘기이고
이건 그냥 깨달음이라는 일본 아저씨가 잘 못 쓴
한글일 뿐이야, 그래서 거기에 가치라든가 그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거지. 단지,
잘 못 써서 죄송하다는 마음을 가지면 돼 ]
내가 이렇게 바른 말을 하면 깨달음은
실눈을 뜨고 날 한 번 째려본다.
다음은 우표와 에어메일 스티커를 붙이는
마지막 작업에 들어갔다.
[ 올 해는 몇 분이 신청 하셨어? ]
[ 106명,,]
[ 작년에는 적었잖아,,]
[ 응,올해는 다들 힘들고 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주소를 적어주셨는데 왠지 뭉클한
사연들도 많았어 ]
나도 함께 우표를 붙이며 몇 분들의 사연들을
깨달음과 공유했다. 그리고 이웃님께
드릴 소포도 반듯이 포장을 하고
깨달음이 할 일은 모두 마쳤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2시무렵쯤 한국에서
후배와 동생으로부터 소포가 도착했다.
후배는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들을 위주로
동생은 건강?을 지키는 것들로 보내주었다.
소포를 열었을 때, 깨달음은
어쩌면 이렇게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잘 보내주는지 모르겠다며 마냥 즐거워했다.
이젠, 동생이나 후배들도 우리에게 뭐가
필요하며, 해외 거주자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품목이 무엇인지 모두 파악하고 있어서
그저 고마울따름이다.
과자를 옆에다 풀어놓고 김도 하나 들고 인증샷을
찍은 후에 깨달음이 내게 마스크를 몇 개
회사에 가져가도 되겠냐고 물었다.
[ 왜? 마스크 있잖아,,]
[ 있는데...직원들한테도 한국 마스크
선물해주고 싶어서..성능이 좋잖아..]
솔직히 주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던
나는 선뜻 그러자고 동의하지 못했다.
그런데 깨달음 눈빛이 애처롭고 착한 눈으로
내가 오케이 하길 기다리고 있길래
그렇게 주고 싶냐고 재차 물었다.
[ 응,,좋은 건 나눠 쓰는 게 좋잖아,,]
[ 그래, 그럽시다. 근데 이게 많아 보여도
우리도 써야되는 거 알지?]
[ 알아, 한사람에게 하나씩만 줄거야,,]
[ 직원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
[ 응 ]
[ 그래. 가지고 가서 나눠 줘 ]
우리 옷을 챙겨입고 더 늦기전에 한국에 보낼
소포와 연하장을 챙겨 우체국으로 향했다.
함께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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