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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재충전 할 수 있는 바로 이곳

by 일본의 케이 2016.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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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어제까지 3일연휴였다.

우린 특별한 스케쥴이 없어서

오전에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정각 12시, 거실로 나온 깨달음이 겨울준비용

 코다츠(전기난방 테이블)를 설치하겠다고 

카페트를 새로 바꾸고 청소를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하기 싫었는지 누웠다 앉았다, 

개구리처럼 몸을 피였다 움추렸다하더니

내가 한 번 쳐다보면 죽은척 했다가 뒹굴기도 하면서

 내게 무언가를 어필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이댈 때마다 

더 과하게 몸을 움직이며 막상 하려고 하니까

귀찮아서 하기싫다고 아이처럼 투정을 부린다.

저렇게 일을 못하는 남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깨달음은 몸 움직이는 걸 싫어하고 일이 서툴다.

보다 못해 한마디했다.

[ 깨달음씨, 내가 해도 되니까 그만 놔 두세요 ]

[ 아니야, 내가 할 거야..]

[ 그럼, 점심은 뭐 먹을까? ]

[ 어제 말했잖아, 먹고 싶은 거.. ]

[ 알았어, 그럼 바로 나갑시다 ]

나가자는 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몸 동작이

빨라지더니 언제 그랬냐싶게 후다닥

테이블을 조립하고는 옷을 갈아입었다.


코리아타운은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호떡집엔 어딜가나 이렇게 줄을 서 있었고

깨달음도 기웃기웃 거렸지만 사려고는 하지 않았다.

한국슈퍼에 들러 고춧가루를 찾고 있는데

깨달음이 양은냄비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더니

내게 아무말 없이 쓰윽 내밀었다.

[ 안 돼, 건강에 안 좋아..그리고 인스턴트 라면도

  이제 끊었잖아, 그래서 필요없어..]

[ 그래도 여기에 신라면 끓여 먹으면 ...]

[ 라면 끊기로 약속했잖아. 그니까 안 돼 ]

매몰차게 못사게 했더니 무표정으로 냄비를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온 코리아타운이여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필요한 것들을 좀 사다가

큰 대형슈퍼 앞에 나와있는 과자에

발걸음을 멈추고 날 한 번 쳐다보는 깨달음.

[ 회사 직원들에게 주려고,,,]

[ 그래,,사고 싶은만큼 사,,]

집에서 과자를 없앤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회사 직원들 준다는 명목으로

언젠가도 사가지고 왔었다.

내가 아무리 못 먹게 해도 내 눈을 피해 

회사에게 자유롭게 먹을 거라 상상은 됐지만

그냥 사라고 했다.  


그리고 연휴내내 한국 TV를 봤던 깨달음이

 3대천왕을 보면서 먹고 싶다고 이틀동안 

날 피곤하게 했던 짜장면을 먹으로 갔다.

[ 몇 개월만에 먹는 거지? ]

[ 6개월쯤 지난 것 같은데...]

식단도 그렇고 면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짜장면도 제외되는 음식에 속해 먹질 않았다.

그런데 한국행도 연기되고, 오랜만에

코리아타운에 나왔으니 깨달음 기분도

생각을 해야할 것 같았다.


[ 탕수육도 주문해?]

[ 응, 아까 집에서 일도 했으니까 많이 먹어 ]

[ 근데 이 집이 맛있을까? ]

[ 한국보다 더 맛있다고 그러던데..]

[ 주방이 다 중국사람이야..]

[ 우리 단골집도 주방은 중국사람이였어 ]

[ 한국사람이 해야 맛있는데..

 수타면일까? 소리가 나네..

저 손님도 짜장 시켜 먹네..

단무지 많이 주라고 할까?

잡채도 맛있게 보이네..만두도 시킬까? ]

[ ........................... ]

처음 오는 가게여서인지 맛이 불안했는지

주방과 홀을 두리번 거리며 

궁금증에 질문이 멈추질 않았다. 

음식이 거의 동시에 나왔고 먼저 짜장면 한 번 맛보고

그릇을 돌려 짬뽕맛도 한 번 먹어 보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땀까지 흘려가면서 먹는 깨달음을 보고 있자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 생각한다며 이것저것 제한했던 음식들이

 많아졌는데 깨달음은 의외로 잘 따라와 주었다.

그런데 워낙에 면을 좋아한 깨달음이

라면, 우동을 줄이는 게 그리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은 되도록 안 먹으려고는 하는데 

가끔 몸이 간절히 원할 때가 있으면

그냥 먹는다고 했다. 

맛있게 먹고 역을 향해 가는데

호스트 클럽 오빠들 사진이 즐비하게

놓은 곳을 지나다 문득 나도 모르게

연예인처럼 잘 생겼다고 했더니

자기가 훨 잘생겼다고 사진 옆에서 폼을 잡고는

여러 포즈를 취했다.

[ 저 남자가 넘버 원인가봐, 잘 생기긴 했다 ]

[ 뭐가 잘 생겨? 다 성형한 얼굴이네... ]

[ 좀 느끼하긴 한데 그래도 멋지네..

당신이 만약에 호스트라면 인기가 있을 거라 생각해? ]

[ 당연하지, 당신이 몰라서 하는 말인데 

얼굴이 잘생겼다고 인기가 있는 게 아니야

나처럼 애교가 있어야 돼~~ ]

[ ........................... ]


[ 자기 입으로 그런 소릴 하냐? 

그리고 뭐 당신이 여자냐? 애교가 있게? ]

[ 모르는 소리하네..내가 젊었으면 넘버 쓰리안엔 분명 

들어갈 자신이 있어, 한국 호스트바에서,,]

[ 응? 왜 한국이야? 일본이 아니고? ]

[ 음,그냥 한국에서는 내 얼굴이 먹힐 것 같애..]

[ ........................... ]

 참,,,얼척이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본인이 잘 생긴줄 알고 있는 건지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남들이 들으면 어딘가 모자란 부부들의

 대화라 할 것 같아서 이쯤에서 그만 두려는데 

깨달음이 말을 이어갔다.

[ 민철이 엄마도 나한테 잘 생겼다고 했잖아,

그리고 후배 해정씨 부모님도 나보고

멋있게 생겼다고 했다면서, 

아, 당신 동창도 귀엽다고 그랬고,,, 

그래서 난 한국에 가면 분명 인기가 넘칠 거야 ]

[ ............................ ]

[ 알았어,,그만 하세요]

[ 내가 젊었으면 저런 애들보다 훨씬..,,]

한국과자도 사고 6개월만에 짜장면도 먹어서인지

기분이 최고에 달한 깨달음은 계속해서

자기 자신이 좀 괜찮게 생겼다는 걸 강조하며

거기에 애교까지 있으니 언니, 아줌마들이 좋아할 거라고

옆에서 쉬지 않고 얘길 했다. 

가끔 우린 나이에 안 맞게 아주 유치하고 

웃기지도 않는 대화들을 이렇게 나누며

바보처럼 웃기도 하고, 실없이 즐거워하기도 한다.

이날 깨달음은 코리아타운에 와서 

재충전할 수 있었고 기분도 좋아 

자기가 호스트보다 잘 생겼다는 착각까지했다.

깨달음에게 있어서 코리아타운은 

한국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이기에 

마음껏 즐기고 마음껏 웃으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장소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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