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모두가 귀성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난, 이곳에서 벌써 16년째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유학시절, 추석이면 유학생 몇 명이
돈을 모아 코리아타운에 가
송편과 다른 떡들을 몇 팩 사 온 다음
기숙사에 있는 학생들과 함께
특별식으로 나는 김밥을 만들고
어린 학생들은 한국 집에서 보내 온
라면들을 꺼내와 같이 끓여 먹었던
기억들이 난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깨달음과 함께
매해 조금이나마 추석답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깨달음에게 전화를 했다.
[ 뭐 먹고 싶어? ][ 음,,잡채..]
[ 잡채? 질리지도 않아? ]
[ 응, 안 질려,, 잡채 먹을래,,,]
[ 다른 것은 또 뭐 먹고 싶어?]
[ 꼬막..]
[ 꼬막은 지금 못 구해,.쯔끼지시장(수산시장)에
가야 될 거야,,]
[ 알았어, 그럼 잡채만 만들어 줘~]
[ 그래, 빨리 와~ ]
갈비에 핏물을 뺀다음 양념을 재워두고
토란탕을 올려놓고 전을 부치기 시작했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명태전, 조기구이도 없다.
이럴줄 알았으면 지난 주말 코리아타운이라도
다녀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잠시 들었다.
삼색전, 삼색나물, 샐러드, 갈비, 잡채, 토란탕을
상에 차리는 동안 깨달음은 샤워를 하고 나왔다.
사진을 찍으면서 런닝셔츠가 보인다고좀 집어
넣으라고 했더니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며 흰 난닝구를 보인채 밥을 먹기 시작했다.
먼저, 갈비를 먹어보고는 엄지를 격하게 흔들어댄다.
어머니 맛이 난다면서...
[ 다른 건 어때? 맛있어? ]
[ 응, 맛있어, 이 꼬치전도 오랜만에 먹으니까
진짜 맛있는데..]
[ 근데 꼬막 먹고 싶었어? ]
[ 응, 꼬막이랑 명태 코다리, 홍어찜도 먹고 싶어..
아,,그리고 병어구이도,,,]
[ ........................ ]
갈비를 양손으로 뜯어 먹으면서도먹고 싶은 걸
얘기하는 깨달음이 얄미웠다.
[ 그런 메뉴들은 한국에 가야 돼..
여기서는 재료를 구하기 힘들잖아..]
[ 알아,그래서 더 먹고 싶은 것 같애
명절때마다 한국 가면 좋은데 잘 안되네..]
[ 그니까,,가면 좋지...]
[ 홍어는 어디서 안 팔까?][
코리아 타운에 냉동 홍어가 있긴 했어]
[ 한국 홍어하고 똑같은 맛은 아니겠지?]
[ 그러겠지... ]
[ 낙지도 먹고 싶어...]
[ 알았어,한국 가면 먹을 수 있으니까조금만 참아..]
[ 근데, 왜 떡이 없어 ?]
[ ................. ]
[ 속에 달콤한 깨맛이 나는 떡 있잖아 ]
[ 알어,,송편,그거 사려면 코리아타운 가야 돼..]
[ 집에서 못 만들어?]
[ 집에서 만들 수 있어..]
[ 근데 왜 안 만들었어? ]
[ 무슨 떡 까지 만들어~바쁜데..]
[ 원래 추석에는 송편 먹는 거라며
당신이 그랬잖아..]
[ 그러긴 한데...무슨 송편을 만들어...
한국에서도 다 사 먹거든~]
[ 다음엔 송편 만들어 줘, 먹고 싶어..]
[ ..................... ]
[ 왜 만들어 준다고 대답 안 해? ]
[ 알았어,,만들지는 못하겠고 다음 추석엔
꼭 송편을 준비할께... ]
갈비 7대째를 뜯어가면서
깨달음은 계속해서 다른 음식들 얘길 했다.
이제 나에게 떡까지 만들어 주길 원하는
깨달음에게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버릇을 잘못 들인 게
분명하다. 깨달음에게 명절 상차림은
우리 엄마처럼 차려야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힌 듯했다.
참, 아내를 귀찮게 하는 남편이지만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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