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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의 생일날,, 내가 쓴 편지

by 일본의 케이 2019.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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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우린 도쿄를 잠시 떠났다.

니가타(新潟)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차장 넘어 보여지는 풍경은 한편의 수묵화 같기도 

하고 도쿄와는 다르게 이곳은 겨울세상에 

갇혀 있는 듯했다아침 7시, 신주쿠 출발행

 버스투어를 참가하게 된 것은

 마지막 눈을 보러가자는 깨달음의 느닷없는

 제안이였다. 급하게 찾다보니 유일하게 

빈 자리가 남은 투어는 이 곳 뿐이였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끼가 포함된 버스투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깨달음은 아주 만족스런

 얼굴을 하고 여유롭게 신문을 읽었다. 


아침으로 나온 생선정식을 먹고 난 후 쌀로

 유명한 니가타산 쌀 퍼가기 이벤트에 참가했는데 

남성 참가자가 별로 없어서인지 깨달음이 두 손으로

쌀을 입빠이 떠 올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아가씨들이 자기 대신 해주면 좋겠다고 했고

깨달음은 기꺼이 해주려고 두 팔을 걷어 올렸지만 

룰 위반이라는 쌀집 아줌마의 차가운 말 한마디에

조용히 가게를 빠져나와 다음 목적지인 

버섯농장에 들러 버섯도 하나씩 따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니가타 중심가에 도착해 약 20종의 정종 시음을 

하고 제일 맛있다는 술을 두 병 사고

곱게 내린 눈밭에 깨달음은 앞으로 자빠지고

뒤로 드러눕기를 몇 번 하더니

 눈사람을 만들면서 놀고 있었다.

[ 깨달음 재밌어? 손 안 시려?]

[ 원래 눈을 보면 눈사람을 만드는 거야 ]


그렇게 즐겁게 논 덕분에 점심은 아주 맛있게 먹고

비록 시음이였지만 20잔정도 술을 마신 탓에

취기가 올라온 우리는 버스에 타자마자

바로 낮잠을 청했다. 


우리를 포함한 모두가 낮잠을 자고 일어났을 땐

군마(群馬)의 어느 딸기하우스에 도착해 있었고

깨달음은 평소 한 두개밖에 먹지 않는 딸기를

20개나 먹었다면서 착실하게 꼭지를 

세며 내게 보여줬다.

[ 더 먹고 싶은데 못 먹겠어. 배불러서..

당신은 몇 개 먹었어? ]

[ 나는,,30개 정도 ]

[ 진짜 당신 딸기 좋아한다..안 질려? ]

[ 좀,,질려,,그래도 먹을래 ]

깨달음은 자기가 딴 딸기를 내 컵에 부지런히

올려주면서 [ 먹어요, 많이 먹어요]라고 했다.


그렇게 마지막 코스를 마치고 도쿄로 돌아오는데

주말이라 차가 막혀 1시간이상 늦은 도착을 했다.

 저녁식사를 예약해 둔 가게에 전화를 드리고

우린 작은 조각케잌 두 조각을 사서 들어갔다.

그리고 촛불을 켜기 전에 먼저 편지를 건넸다.

[ 깨달음, 생일 축하해 ]

[ 고맙습니다 ]

 편지를 다 읽고는 얼른 하트를 보낸다. 

그리고 기록용 사진?을 위해 촛불을 켜고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점장이 자기가 

한 장 찍어 주겠다고 해서 아니라고 정중히 

사양하고 다시 케잌을 넣었다. 


[ 깨달음, 샤브샤브 맛있어? ]

[ 응 ]

[ 게를 좀 더 시킬까? ]

[ 응 ]

[ 편지,,어땠어? ]

[ 간동(감동) 했어요 ]

[ 진짜 감동했어? ]

[ 응, 사람은 사랑하는 방식이 다 다르니까

난 당신의 사랑법을 이해 해..]

[ 깨달음, 난,,정말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애 ]

[ 아니야,사랑은 어느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는데 표현방법이 서툰 것 뿐이야 ]


한국에서 돌아오던 날, 우린 엄청나게 

큰 다툼이 있었다.

싸우는 중에도 참 지긋지긋하다고 생각을 했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말다툼을 했다.

이렇게 매번 같은 문제로 싸울바에 그냥 이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져 들었고 

조금씩 지쳐가는 내가 있었다.

처음부터 아닌 것은 단칼에 잘라버리는 성격을

갖고 있는 나는 깨달음과 결혼을 하고

참아야하고 눈 감아야했던 게 많았다.

그럴때마다 역시 결혼이라는 제도가 나라는 

사람은 맞지 않는구나 실감을 했고, 

결혼이란 게 원래 전혀 다른 남남이 맞춰가며 

서로를 인정하며 사는 거라고 교과서적 명답은

 알고 있지만 나에겐 그런 일상의 상식들이

 전혀 맞지 않았다. 이런 게 결혼생활이고 

부부로서 성숙되어가는 과정이라면 전부 놔 

버리고 처음으로 돌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 일련의 것들을 실제로 행하지 못하고 

있다보니 같은 문제들에 부딪히고 에너지를 

소비할 때마다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내 숨통을 죄어왔다. 물론 깨달음도 나로 인해

 많이 힘들었던 게 분명 있었음을 알고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명언도 우리에겐

 통용되지 않았고 반복되는 트러블이

  서로를 아프게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깨달음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더 이상 아픈 상처를 

만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또 했다.


------- 깨달음,,생일 축하해-----

결혼하기 전부터 축하를 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었네.

당신과 결혼을 하고는 8년째 맞이하는 생일이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함께 했네..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참 잘 버텨 왔던 것 같애.


나는 어쩌면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 같애.

 사람을 사랑하는 법이 너무 서툴러서 

당신을 좋아하면서도 마음과

 다른 말들이 나오기도 하고 그로 인해 

당신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어서

 많이 미안하게 생각해. 이젠 적당히 지금의

 내 삶을 만족하며 살아야되는데

여전히 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애.


당신이 내게 준 상처가 더 크고, 

더 아픈 것 같아서 내 스스로가 

그 상황을 참을 수가 없고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았어.

그래서도 당신을 아프게 했던 것 같애.

많이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라고 언젠가 당신이 

그랬는데 정말 그렇게 되도록 내가 많이 노력할게.

내년 생일까지 아프지말고 행복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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