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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출장 다녀온 남편을 위한 한국식 밥상

by 일본의 케이 2019. 2. 2.

깨달음은 첫비행기로 삿포로 출장을 가야했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현장의

진행상황을 파악하러 간다고 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면 조용히 혼자서 출근을 하는데

오늘은 내가 일찍 일어나서 배웅을 했더니

기분이 좋았던지 알 수 없는 기합소리와 함께

[ 갔다오게요, 에~에~에~]를 

외치고 집을 나섰다. 


삿포르에 도착해서는 생각보다 너무 춥다며

남자 직원은 두번이나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였다고 자기는 귀마개를 하나

사야될 것 같아 백화점에 잠시 들렸다고 했다.


그리고 한참 연락이 없다가 스카프 사진과 함께

어머니 생신때 드릴 선물을 하나 골랐다며 

지금 공항에서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있다고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 깨달음, 이젠 안 추워? ]

[ 응, 지금 공항이여서 따뜻해, 

집에 도착하면 9시쯤 될 거야 ]

[ 저녁은 필요없지? ]

[ 아니, 따끈한 국물 먹고 싶어 ]

[ 알았어 ]

하네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택시를 탄 시간,

도착예정 시간까지 카톡으로 알렸다.

어디를 가나 집에 돌아올 때까지 늘 이렇게 

자신의 행적을 보고하는 습관은 결혼초부터였는데

지금까지 변함없는 깨달음의 좋은 버릇이다.


뭘 준비할까 잠시 고민하다 따끈한 순두부와

 김밥을 싸고 깨달음이 지난번에 얼핏

흘리듯 말했던 상추튀김을 준비했다.

상추튀김은 전라도 광주에서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 아주 심플하면서도

계속 먹고 싶어지는 음식이다.


손을 후다닥 씻고 와서는 차려진 식탁을 

보고 고개를 까딱 거리며 콧노래를 불렀다.

 [ 이거 내가 먹고 싶었던 거잖아, 어떻게

알았어? 고마워~~ ]

먼저 상추에 오징어튀김을 하나 올리고

청량고추와 파를 듬뿍 넣어 한 입에 넣는다.


[ 맛있어요~~죽인다~]

[ 그렇게 맛있어? ]

[ 청량고추가 완전 포인트야~ ]

입에 오물오물 하면서 손은 또 다음 쌈을 준비한 뒤

손가락까지 먹을 기세로 쌈을 한 입에

밀어 넣는데 턱이 빠질까봐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 깨달음, 턱 빠지겠다 ]

[ 역시, 공항에서 안 먹고 오길 잘 했어. 당신이 

이렇게 맛있는 거 해 놓을 거라 믿고 있었지 ]

[ 그럼 직원들만 먹었어? ]

[ 응, 나는 사시미만 몇 점 했어,

여기 양념장에 청량고추랑 좀 더 넣어 줘 ]

따끈한 국물을 찾아놓고는 상추튀김 싸는데

 정신이 없다. 입 안 가득 상추쌈을 넣고는

 하트를 크게 만들어 보낸다.

[ 근데, 당신은 나한테 한번 먹어보라는 말도 

안 하고 혼자 진짜 잘 먹어 ]

[ 이 밥상은 나를 위한 밥상이잖아,

출장 갔다온 남편을 위해 아내가 차려줬으니까

 맛있게 먹어주는 게 내 임무야~삿포로가 

추워서 얼어 죽을 뻔 했는데 또 이렇게

당신이 맛난 음식을 차려주니까 피로도

 싹 가시고 몸과 마음이 따뜻해서 좋아 ]


귀마개는 왜 안 샀냐고 물었더니

귀에 걸어봤더니 따뜻하긴 한데 자기 나이에

하기에는 좀 디자인이 젊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순두부를 식기 전에 먹어야하니까 

나한테 대신 상추쌈을 싸주란다.

[ 난 당신이 전라도 사람이여서 정말 좋아,

요리도 잘 하고, 이렇게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맛 볼 수 있잖아, 그래서 내가 

홍어도 잘 먹잖아 ]

 다른 지역은 또 다른 그 지역의 향토음식이

있고 나도 모르고 당신도 모르는 

각 지방의 고유음식들이 엄청 많다고 했더니

자긴 지금만으로도 대만족이란다.

김밥만 몇 개 남기고 모든 튀김과 순두부를 

깨끗이 비운 깨달음이 추위와 긴장이 풀렸는지

갑자기 졸립다고 했다.

일찍 자야겠다며 방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쇼핑팩을 내밀었다. 내 스카프도 하나 사왔다며.

 이 스카프하고 또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주라며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지난달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나고야, 오사카,

 홋카이도를 왕복했었다.

 잦은 출장으로 심신이 지친 깨달음이

 음식으로나마 피곤함을 잠시 잊을 수 

있다고 하니 난 열심히 맛있는 요리를

준비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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