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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일본인이 한국 여친에게 감사한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9.02.19

깨달음 후배분이 많이 늦을 거라는 연락이 와서

우린 일단 간단하게 건배를 했다.

오늘 우리가 만나려고 기다리는 분은

깨달음과 20년 이상 알고 지낸 후배로

40대 후반의 돌싱분이다. 

40분이 지나서 오신 노무라 상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3명이서 새롭게 건배를 하며 사진을 찍으려하자

사진 울렁증이 있다고 하셔서 카메라를 거뒀다. 


작년, 깨달음 회사 송년회때 참가하지 못한 

이유와 요즘 자신의 상황들을 얘기하며 

술 잔을 기울리는데 내게 음식 사진은

편하게 찍으라며 자신이 사진 울렁증이 생긴

사연을 말해 주셨다.

SNS에 회사 동료들과 올린 작업사진을 보고

손님들에게 크레임 전화가 빗발쳤고 여러

 사건과 얽히면서 경찰서에도 다녀온 뒤로는

사진에 찍히는 것도, SNS를 이용하는 것도

모두 끊었다고 한다.

온라인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체험했다며

나보고 블로그를 그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노무라 상에게 있었던 SNS테러를 이곳에

자세히 올릴 수 없지만 정신적, 심리적,

금전적으로 꽤나 손실이 컸다고 한다.


화제를 바꾸기 위해 깨달음이 지난번에 

재혼한다던 여친과의 진전상황을 물었다.

그 여친이 바로 한국여성이였고 2년 가까이 

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동거하시는 분이 한국인이라는 말에 

오늘 나를 만나고 싶어했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호적은 언제 올릴 생각인데? ]깨달음이

취조하듯이 물었다.

[ 그렇지 않아도 생각 중입니다..]

[ 그 분도 한 번 이혼하셨다고 했나? ]

[ 한국에서 한번 실패했다고 하더라구요 ]

[ 얼른 재혼 해, 간단하게 식도 올리고 ]

[ 네, 그럴 생각입니다 ]

그리고 깨달음은 뭘 주로 해 먹냐, 요리는 

잘 하냐, 한국은 얼마나 자주 가느냐등

가정실태조사를 하듯 세세하게 물었고

노무라 상은 아무렇지 않게 또박또박 

궁금해 하는 것들을 털어놓았다.


 여친이 일식을 좋아해서 일본 음식들을

주로 많이 먹기는 하는데  날마다 싸주는

오벤토(도시락)에는 나물이나 김치볶음, 

부침개, 창란젓같은 반찬류가 많다고 그 

벤토를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 날마다 오벤토를 싸준다고? ]

[ 네, 가끔 하트도 만들어서 해주고,전부인은

전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는데...]

[ 진짜 좋은사람 만났네, 얼른 식을 올려~ ]

깨달음이 갑자기 흥분을 하면서 찍어 둔 

사진은 없냐고 한번 보고 싶다면서

 한국인 아내들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애정표현이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

 여친에게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해야한다며 결혼생활에서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튼, 노무라 상은 올 안에 재혼할 생각을

하고 있으며 첫번째 결혼에서 느껴보지 못한

부부간의 책임감 같은 걸 느끼고 있다고 했다.

[ 많이 감사하고 있어요. 끼니를 엄청 

중요시해서 꼭 밥을 챙겨주는 것도 고맙고,

퇴근하고 돌아오면 맛사지를 자주 해주는 것도 

고맙고 무엇보다 자기처럼 수입도 적고,

못 생기고, 가진 것도 없는 남자랑

같이 살아주는 것에 감사하줘 ]

그렇게 겸손할 필요까지 없지 않냐고 내가 

한마디 하자, 자기가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깨달음은 그렇게 미안하면 열심히 일해서

월급을 많이 가져다 주라며 그게 아내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현명한 길이라고 했다. 

[ 근데 하나 궁금한 게 한국사람들은 애정표현을 

아주 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꼭 나한테도

얼마나 좋아하냐고 묻는데 그게 제일 곤란해요,

그걸 왜 묻냐고 하면, 듣고 싶다고 그러는데

답하기도 쑥스럽고 굳이 말하기도 그렇고..]


애정표현은 한국말로 하는지 일본말로 하는지도

 묻자 한국말로 사랑해, 너무 좋아해

보고 싶어, 내 사랑, 진짜 좋아, 빨리 와를 

날마다 한다고 답하니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깨달음이 노무라 상의 머리에 

군밤을 한방 먹였다.

[ 왜 때려요? ]

너무 행복해하는 것 같어서 한 방 먹인거라면서

얼마나 사랑하냐고 여친이 물으면 죽을만큼

 사랑한다고 답하라면서 이제 듣기 싫으니까

그만 얘기하라고 했다.

점점 술이 취한 우리는 한국인의 애정론, 

결혼과 재혼의 차이점, 한일관계 등

한일커플들이 갖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점에

대한 대화도 나눴다. 

다음에는 우리집으로 여친을 데리고 오라는

약속을 받고 헤어져 오면서 깨달음이

우리집하고 똑같은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괜히 자신이 뿌듯했다고 한다.

[ 역시, 아내는 한국여자가 최고인 것 같애,

좀 사납긴 해도..근데 당신도 나한테 

 사랑햐냐고 가끔 묻잖아,

 왜 그런 걸 꼭 물어 보는 거야? ]

[ ............................. ]

좀 사납다는 말이 귀에 거슬렸지만 딱히 

반격할 말도 떠오르지도 않고 술도 올라와  

그냥 집에 도착할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남자들은 한국식이든 일본식이든

자신을 향한 애정표현을 참 많이

좋아하고 갈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무라 상이 지금처럼 변함없이 여친에게

감사하며 사랑 가득한 재출발을

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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