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야, 주문한 책이 왔거든 그래서 그거랑 깨서방이 좋아하는
과자 몇 개 보내려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아니, 과자 아직도 많이 남았어, 그리고 필요한 것도 없고~
2월달에 우리가 가니까 그 때 가져올게~]
[ 그래?,,, 그럼 책도 그냥 놔둘까?]
[ 응, 언니야, 그냥 놔 둬~]
2주전에 언니랑 이렇게 통화를 했는데 소포가 왔다.
깨달음 과자, 명태코다리, 호박고구마, 동치미,
오징어, 명란젓, 성경통독이 들어 있었다.
가족들과 속초여행 갔을 때 산 것들을 넣었단다.
깨달음이 안 먹어 본 과자가 있어 좋아할 것 같아 퇴근하고 돌아 올 때까지 펼쳐 놓았다.
이른 퇴근을 하고 들어 온 깨달음이 보자마자 금새 알아차리고 하나하나 봉투를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 보더니 홍어를 보내주셨냐고 물었다.
[ .......................... ]
홍어가 아니라 명태코다리라고 보여줬더니 맛있는 냄새 난다면서
빨리 먹고 싶다고 얼른 만들어 달라며 보챘다.
그래서 코다리에 양념 넣고 만들기 시작,,,
다 익기도 전인데 간을 보게 해달라고 옆에서 왔다갔다, 사진을 찍고 난리였다.
거의 익을 무렵, 맛보라고 한 점 주었더니
어머님이 해주신 맛이 난다면서 너무 좋단다.
그러면서 갑자기 숟가락이 아니라 손으로 한 번 줘 보란다.
왠 손으로 주냐고 뜨겁다고 그랬더니
어머님은 나물이나 김치 담그실 때 자기한테 맛보라고
돌돌 말아 주시지 않냐고 맛볼 때는 손으로 원래 먹는 거란다.
[ ............................ ]
김치나 나물이면 몰라도 이런 건 뜨거워서 숟가락으로 먹는다고 그랬더니
그래도 손으로 주면 더 맛있을 것 같단다.
깨달음은 내가 반찬 만들려고 재료를 썰어 놓으면 옆에 와서 손으로 집어 먹고 갔다가
또 와서 하나 입에 물고 간다. 특히 어묵이나 햄, 소세지를 자르고 있으면,,,
그렇게 명태코다리를 간을 본다면서 두 토막을 먹더니만 만족했는지
이번에는 오징어 한마리 주라면서 후라이팬에 굽기 시작했다.
저녁식사 전에 너무 먹는다고 한 소리 했지만 내 말은 안 듣고
구어진 오징어를 혼자서 자기 테이블에 가져가 먹으면서 명란젓은 저녁식사 때 먹잔다.
[ .......................... ]
오징어 한 마리를 야금야금 먹으며 행복한 미소를 띄우더니
갑자기 자기가 20여년 전 한국에 갔을 때 호텔 앞 리어카에서 아줌마가 팔았던
오징어 맛을 잊을 수가 없네,,, 군밤도 그렇게 맛있었네,,라며 회상모드에 빠져 들어갔다.
명동의 뒷골목에 가면 그런 리어카 장사들이 엄청 많았고
저녁이 되면 포장마차가 즐비해서 참새구이를 먹으며 밤늦게까지 술을 마셨단다.
늘 같은 장소의 리어카 아줌마에게 저녁마다 오징어, 갑오징어, 쥐포, 다슬기, 땅콩 등등을
사먹었고 그런 자길 기억하신 아줌마가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날엔
군밤을 봉투 가득 넣어 주셨다며 기억이 생생하단다.
관광이 아닌 연구조사를 목적으로 갔기에 한 번씩 갈 때마다 보름이상 장기 투숙을 했단다.
그런데 지금에 명동은 튀김집이 많은 것 같다면서
리어카의 그 풍경이 눈에 선하다고 옛날이 좋았단다.
그 분들은 지금도 리어카를 끌고 계실까 괜시리 궁금해진다면서
한국이 많이 변해가고 있어 조금 안타깝단다.
지금도 명동쪽에 포장마차는 있을 거라고 다음에 한 번 가보자고 그랬더니
그 시절의 그 분위기를 다시 한 번만 느껴보고 싶다며 많이 그립단다.
이런 깨달음의 얘길 듣고 있으면 깨달음 머릿속에 있는 한국의 이미지는
약 20년전의 모습들도 가득차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타임머신이라도 태워 그 때 그 시절, 그 호텔 앞으로 데려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어릴적, 서로 친하지 않아도 말없는 정이 오갔던 한국으로,,,
괜시리 나까지 그런 한국이 그립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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