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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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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신문응모에서 당첨된 서프리멘트

(supplement;영양보조식품)가 도착했다.

참깨에 들어있는 지용성 리그난 성분의

 세사민 캡슐이였다.

늘 그렇듯 깨달음과 똑같이 응모했지만 나만 

당첨이 되었고 우편함에서 가져올 때부터

 뽀루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자신에겐 이런 행운들이 전혀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서도 왠지 게임에서

나한테 진 것같고, 역시 자긴 운이 없는

 사람임을 재확인 받는 것 같아

 기분이 다운된단다. 

[ 깨달음, 이거 당신이 먹어, 나보다 더 

세사민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 ]

[ 아니야, 난 그런 서프리멘트 안 먹어도 건강해]

여러말 하지 않고 포장을 뜯어

 깨달음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자긴 이 세사민이

탐나는 게 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행운들이

부럽다며 다시 내게 돌려주고는

 복용해보고 괜찮으면 정기기적으로 먹어보란다.

그리고 자긴 지금 다이어트 중이여서

 다른 철분제가 필요다며 작년10월부터

 시작했던 월요단식이 효과가 있기는 한데

생각만큼 감량이 안 되고 있다고 했다.

 원래는 한달에 1키로씩 빠질 거라 계산했는데

 월요일에 못 먹는다는 생각에 주말에

많이 먹은 탓인지 아직 5키로밖에 빠지지

않았다며 그 원인을 찾아야겠단다.


[책에 나온대로 하지 않았잖아, 그래서 

조금밖에 안 빠진 거 아니야? ]

[ 맞아, 단식한 다음날은 요구르트와 과일,

그리고 평일에도 이제까지 먹었던 자신의

 음식량을 조금씩 줄여야하는 게 정석인데

 나는 그냥 월요일만 단식하고 다른 날은

평소처럼 잘 먹고 그랬지..]

 허리에 붙은 군살과 뱃살이 조금 빠지긴 했는데 

목표 체중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잘 알고 있었다.

24시간 비워둔 몸에 음식을 넣을 때는

뭐가 좋은지, 술은 일주일에 어느정도

 마시는 게 좋은지 꽤 상세히 책에는 적혀 있었지만

깨달음은 그냥 월요일에만 단식을 하고 

다른 날은 맘껏 먹고, 맘껏 마셔서

 효과가 적었던 것이다.


그래도 거래처에 가면 살이 왜 빠졌냐며 

묻는다고 한다. 그러면

아내가 돼지라고 놀려서 빼는 거라고

월요단식이 스트레스가 없이 괜찮은 다이어트 

방법이라며 추천을 하곤 했단다.

[ 그래도 5키로 빼서 당신 와이셔츠 단추가 

터질 것 같진 않아 보기 좋아.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머지 5키로도 빠지겠지..]

[ 정말 책에 나온대로 해볼까..]

작년 여름만해도 가방이나 쇼핑백으로 

자기 배를 가릴정도로 신경을 많이 썼는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는다.


[ 단식하면서 스트레스 같은 건 정말 없었어? ]

월요일 이외는 뭐든지 먹어서 

 스트레스는 별로 없었어. 한국에서는 

요일에 상관없이 먹었잖아 ]

[ 그랬지 ]

한국에 가면 둘이 먹으면서도 기본적으로 3개정도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그리고 단 것을 좋아하는 

깨달음은 꼭 커피숍에 가면 달달한 케잌

한조각을 같이 먹었고 일본으로 돌아와서

단식을 했었다.


 힘들지는 않았냐고 묻자 거래처에서 도저히 

월요일밖에 시간이 없다고 해서 만났는데 

미팅 끝나고 술 마시자고 할 때가

가장 곤란했단다. 

[ 어떻게 빠져 나왔어? ]

[ 월요단식 한다고 솔직히 말했어 ]

[ 거래처 분이 아무말 안했어? ]

[ 응, 별말 없었고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도 

술자리가 거의 줄어서 굳이 다이어트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돼 ]

그리고 스트레스까진 아니였지만 단식날, 퇴근하고

 돌아오는 길에 여기저기 레스토랑에서 세어나오는

음식 냄새, 특히 카레향을 맡으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번 했단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지금 옆에서 내 블로그 사진들을 보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먹는 재미가 꽤 큰데

 다이어트 때문에든 어떤 건강상의 이유로든

먹고 싶은 걸 못 먹는 사람들은 안 됐다며

 건강히 먹을 수 있는 자신에게, 또한 맛난 음식을

 세상 곳곳에서 열심히 만들어 주시는 분들에게 

많이 많이 감사하고 싶단다.

[ 근데, 깨달음,왜 다이어트 계속하려는거지? ]

[ 나이를 먹으니까 남자들도 살이 안 붙었으면

하는 곳에 살이 붙고 무엇보다 몸이 

무거워져 움직임이 둔해진 것 같아서 

계속할 생각이야, 10키로 빠질 때까지.. ]

원래 먹는 걸 즐겨해서 맛집 찾아가고

맛평가 하는 걸 좋아했던 깨달음이 월요단식을

막 시작했을때 조금 힘들어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하루를 쫄딱 굶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투덜거렸었다. 그래서 난 

단식날이면 음식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했고

저녁은 함께 공복으로 보냈다.

자만 먹을 수 없어서.

 목표에 도달하진 못했지만 스트레스 없이 

체중감량에 성공한 깨달음을 

많이 칭찬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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