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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연휴이지만 외식을 못하는 이유가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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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8일을 시작으로 이곳은 오봉(추석)연휴에 들어갔다.

16일까지 연휴이지만 코로나 감염자가 도쿄뿐만

 아니라 전국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보니

  60%이상은 귀성을 하지 않고 자숙을 택했다고 한다.

우리도 매년 이맘때면 시부모님을 만나러

갔었는데 올해는 요양원측에서 면회사절을 하는

바람에 가질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여행을 떠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10일가까운 황금같은 연휴를 

집에서 보내는 걸로 무언의 합의를 봤다.


매일 300명 넘게 경로를 알 수 없는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딘가로 휴가를 떠난다는 것도

위험도가 높아 내키지 않아, 굳이 어딜갈까라는

얘기조차도 서로 꺼내지 않았다.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으며 코로나가 위협하고

있으니 쉽게 어딘가를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주말은 언제나처럼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살고 있는 시나가와구에서 모든 

구민들에게 지원금이 아닌 격려차원에서

3만엔씩 준다는 응원금을 신청했다.  

[ 깨달음 이건 당신이 모두 가져, 지난번 지원금은

나한테 줬으니까 ]

[ 아니야, 나도 필요없어 ]

[ 그럼, 여행경비에 포함시킬까? ]

[ 응, 그게 좋겠다, 내년쯤이면 코로나 백신이 

만들어질거니까 해외도 바로 나갈 수 있겠지..

여행경비에 넣어두는 게 좋겠어 ]

[ 알았어 ]


그리고 오후엔 깨달음이 도쿄역에 볼 일이 있다고해서

 오랜만에 긴쟈에 나가 내가 좋아하는 빵집에 

갔는데 변함없이 줄이 서 있었다.

 갓구어낸 식빵을 사기위해 우리도 줄을 섰고

 이번 연휴동안 먹을요량으로 따끈따끈한 

식빵을 한통 구입하고는 가게안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 깨달음, 맛있어? ]

[ 응,,아주 촉촉해. 그리고 여긴 이 우유가

이 식빵하고 아주 잘 어울려 ]

난 더워서 맥주를 한 잔하며 앞으로 일주일간의

연휴를 어떻게 보내고 싶냐고 물었다.

[ 음,,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위험하니까

정말 코로나 대책을 잘하는 레스토랑만 찾아서

 맛집투어 같은 걸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애.

도쿄를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 코로나대책을 잘 해도 난 불안해 ]

[ 아니야, 호텔 레스토랑은 철저히 하고 있어.

 이 가게도 장소가 장소인만큼 테이블 간격두기,

손님들 거리두기, 손소독, 체온체크를 

일일이 하잖아, 그니까 이렇게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이번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애 ]

솔직히 조금 솔깃한 얘기였지만 여전히 이 

혼란스러운 코로나 속에서

 외식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지 않아

 흔쾌히 좋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빵집을 나와 우린 서점에 들러 나는 8층,

깨달음은 3층에서 각자 필요한 책들을 찾았다.

이번 휴가가 아니여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읽을만한 에세이와 전공관련책을

몇 권 사고 싶었다.

내가 찾던 일러스트책을 펼쳐드는데 많은 생각들이

순서없이 스쳐지나갔다. 

 완성시키지 못한 작품들이 꽤 있는데

빨리 마무리를 지어야한다고 생각만 늘

하고 있을뿐 난 펜을 들지 못하고 있다.

 개인전을 취소한 후로 더더욱

작품에 손을 대지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본다면 분명히 변명같은 까닭들이

즐비해지겠지만 난 여전히 망설임 속에서 

펜을 잡지않고 있다.


깨달음이 적극추천하는 책도 한 권 더 구입하고

도쿄역내에 있는 단골집인 돈카스가게에서 저녁을

해결하자고 날 유혹했지만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했다.

메뉴는 전날 먹다 남은 만두와 오징어 어묵튀김, 

두부샐러드,고마쯔나김치,단무지, 야끼소바로 차렸다.

만두를 한입에 넣으며 깨달음이 앞으로 일주일을 

또 이렇게 삼시세끼 챙기려면 힘드니까 빵집에서

 말한 것처럼 맛집투어를 하자고 다시 물었다.

[ 생각해볼게..]

[ 내일 저녁은 아까 말한 그 호텔로 예약할까?]

[ 아니야,,잠깐만 기다려 봐,,오늘도 300명이

넘었어..] 

[ 괜찮아,정말 소독 잘하고, 완벽하리만큼

코로나 대책을 세워놓은 레스토랑이

 의외로 많아 ]

[ 아니야,,그냥 집에서 먹는 게 맘이 편해..]


 코로나발생전까지 우린 일주일에 서너번씩

 외식을 즐겼다. 물론 주말은 항상 맛집을 찾아 다녔고 

나역시도 여기저기 맛집 찾아 다니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이러니 예전처럼 

쉽게 돌아다닐 수 없는 것도 있고 더 큰 이유는

코로나 대응이 전혀 선진화되지 않고 있는 이곳

사정이 내가 외식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임을

깨달음에게 얘기했다.

여전히 이곳 일본은 PCR검사를 간단히 해주지 않아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이 며칠씩 검사를 받지

못한채로 여기저기 방문을 하고 다닌다. 

그러다보니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들이 

넘쳐나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또한 병실이 부족해 집에서 격리치료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응책도 없이

시간보내기를 하고 있으니 행여나 코로나에 걸리면

 제대로 된 검사와 치료를 받는다는 보장이 없기에

리스크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런 내 속마음을 듣던 깨달음도 할 말이

없는지 고개만 끄덕이다가 PCR검사만 해줘도

좋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래서 난 이번 추석연휴에는 열심히

삼시세끼를 만들 생각이다. 

외식을 할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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