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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이 부탁하는 노후생활을 들어보니,,,

by 일본의 케이 201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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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태국이라는 나라를 참 좋아한다.

동생내 가족이 주재원으로 3년을 넘게 생활을 했던 것도 인연이 되었지만

태국 문화, 태국인의 성향, 기후, 그리고 음식까지도 내 입맛에 맞았다.

깨달음과 함께 태국여행을 했을 때도 우리 서로 너무 적응을 질해

노후는 태국에서 보내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서로 태국을 좋아한다.

다른 동남아에 비해 태국인들의 밝고 차분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고

미소의 나라로 불리어지는 만큼 그 미소속에 숨겨진 비수가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어 좋다. 


 

오늘 깨달음과 약속한 이 곳은 태국 본토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약 1년전에 어렵게 찾은 가게이다.

남편, 아내, 그리고 종업원까지 모두 태국인으로

일본에서 장사를 하신지는 10년 가까이 되지만 일어가 서툴러 

각종 관공서의 업무는 일본인 친구가 도맡아서 해준다고 한다.

가게 분위기도 그렇고 가게 안의 모든 소품들은 모두 태국에서 공수해 온 것이라했다.

볼 때마다 탐이 나는 수저통,,,,, 


 

까나리액젓 듬뿍 넣어 만든 우리의 무우생채같은

쏨탐을 시작으로 하루사메 샐러드(당면), 세계 3대스프인 톰양쿵, 새우카레를 주문,,,

와인도 한 병 부탁하는 깨달음..

난 안 마실거라고 그랬더니 오늘은 할 말이 있으니까 좀 마시란다.

술 먹여놓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따끈한 똠양꿈 스프를 마마가 덜어 주시면서

 바렌타인이 가까워져서 와인 드시냐고 물었다.

아니라고,,음식이 와인하고도 잘 어울릴 것 겉아서 마시는 것뿐이라고 대답한 뒤

깨달음에게 무슨 할 말이 있냐고 어서 말을 하라고 그랬더니 뜸을 들이며 와인을 들이켰다. 


 

와인 한 병을 깨달음 혼자서 거의 비울 무렵 입을 열었다.

지난주, 계약하려고 했던 맨션이 취소되고 난 뒤로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단다.

앞으로 우리 둘의 남은 삶을 어떻게 유익하고 즐겁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그래서 자기가 정리해 본 결과,한국으로 돌아가는 시기를 앞당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난 좋다고 귀국 하는 시기는 당신의 일, 그리고 노후계획이 어느정도

세워지면 언제든지 귀국할 생각이라고 그랬더니

다행이라면서 그런데 가장 큰 문제, 아니 부탁할 게 있단다.

한국에 가면 자긴 정말 아무 일도 안 할 생각인데

자기를 먹여살릴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단다.

[ ........................ ]

 

내가 갑자기 말문이 막혀 멍하게 쳐다봤더니

자기는 한국에 가게 되면 절대로 일을 안 할 생각이란다.

한글 공부부터 시작해서 여행다니고 친구들 사귀고 그럴려면 일 할 시간이 없단다.

한국에서 우동집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것도 안 할 생각이냐고 그랬더니

그건 한국어도 어느정도 구사하게 되고, 많이 놀고, 많이 보고,

많이 먹고, 많이 즐기고 난 다음에 심심하면 할 생각이란다. 

생계유지를 위한 장사가 아니라 취미감각으로,,,,

한국어 학당도 한국인들과 대화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까

쉬엄 쉬엄 하고 싶단다. 고시공부 하듯이 하지 않고,,,

그러니 자기가 이렇게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도록 자기를 뒷받침 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알았다고 한국에 돌아가면 생활비 전반, 아니 모든 생계를

 내가 책임질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더니 꼭 약속 지켜주란다.

그 약속을 지켜주면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자기가 이곳 일본에서 

열심히 아주 열심히 돈을 많이 벌겠단다.

[ ........................... ]

예전에도 이런 소릴 했었는데 오늘은 본격적인 듯했고

가만히 듣고 있어보니 초딩같은 변명도 약간 섞이기는 했지만

정말 한국에선 일 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나에게 다시 확인시키는 것 같았다.

걱정말고 한국에 가면 당신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아라고 그랬더니

막상 한국에 갔는데 몇 년 있다가 힘들다고 가장노릇 못하겠다며 내팽기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노후생활 계획을 짜 놓으란다.

이 얘길 하려고 술 마신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에겐 남은 인생이 달린 중요한 일이니까 꼭 내 확답과 확신을 듣고 싶었단다.

가게를 나오면서 다시 한 번 나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꼭 자길 먹여 살리라고,,,

[ ........................... ]

생계까지 맡기고 자유로운 노후생활을 즐기려고 생각하니 좀 불안하긴 한 모양이다.

한국으로 언제 완전한 귀국을 할지 어느 누구도 모르지만

정말 한국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면

깨달음이 하고 싶다는 것 모두 하게 해주고 싶다.

내가 이곳에서 깨달음에게 받은 혜택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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