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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집처럼 편안한 바(BAR)

by 일본의 케이 2015.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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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담당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일이면 결과가 나올 거라고 안심해도 될 것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음을 깨달음에게 메일로 보냈더니

퇴근하고 당장 만나자고 한 곳은 무지루시(無印)였다.

왜 이곳에서 보자고 한 것인지 금세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날 보자마자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가구코너로 무조건 올라가길래

뭔가를 준비하기엔 좀 이르지 않냐고 그랬더니

시간 있을 때 여유있게 골라놓는 게 좋다고 혼자서 빠른 발걸음으로 쇼파쪽으로 걸어갔다.


 

주방용품코너, 수납코너도 낱낱히 훓어 보면서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 옆에서 이사를 하더라도 새로운 물건들은 사지 않을 거라고 얘길 했고

깨달음은 쇼파와 침대, 책장까지 새 것으로 사길 원했다 

난 필요없다는 말을 계속했고 깨달음은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카다로그와 자기가 맘에 드는 가구 주문표까지 챙겨 집에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집에 있는 모든 가구 센치를 재기 시작하는 깨달음.

김치 냉장고가 의외로 크다는 둥, 책장이 너무 많다는 둥,,,

 

그리고 바로 도면을 꺼내 뭔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가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저리 가라고 작은 눈을 치켜뜨면서

열심히 도면 속에 가구들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자기가 작성한 도면을 들고 오더니 나한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큰 책장은 여기에 단스는 이 방에, 김치 냉장고는 여기에, 손님용 침대는 이곳에,,,,,

내가 듣는 둥 마는 둥 했더니 한국말로

[케이,,, ,케이 아줌마,  바봐, 바봐 ]라면서 내 손을 가볍게 때렸다.

[ ...........................  ]

게스트용 침대를 하나 더 사야할 것 같고, 쇼파도 4-5인용이 좋을 것 같고

당신이 갖고 싶다고 했던 와인셀러는 베란다에 두어야 할 것 같고,,,,

듣고 있다 말을 끊었다.

이사하면 이사비용부터 시작해 지출이 많아지고

우리는 지금 대출을 받아서 가는 거라고 그러니 절약도 해야하니까

새로운 가구를 장만하기 보다는

지금 있는 가구들로 보충해도 충분하다고 그랬더니 대출금이 약간 있는게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고 걱정말란다.

그러면서 이번에 이사할 우리집의 컨셉은

 집처럼 편안한 바(Bar)라면서 자기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주문만 하란다.

집이 무슨 바냐고 질색을 하고 쳐다봤더니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편하게 먹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단다.

가볍게 술 한 잔 하고 싶고, 얘기도 나누고 싶을 때

언제든지 편하게 들릴 수 있는 집,, 바로 그런 분위기의 집을 꾸밀 거란다.

[ ........................  ]

차라리 술집을 차리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신이 나 있는 깨달음에게 찬물을 끼얹은 것 같아 그냥 참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컨셉을 바 (BAR)로 정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지만 

난 솔직히 내 이름으로 된 대출이기에 마음이 무거운 것도 있고

 더 솔직히 말하면 한국으로 언제 불쑥 돌아갈지 모르는데

새로운 것들로 사고 꾸미고 그러고 싶지 않는 게 내 속 마음이다.

그래도 깨달음이 저렇게 좋아서 도면을 치는데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남자와 여자는 이렇게 다른생각 속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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