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왜 회사에 출근을 하냐고? ]
[ 갈 때가 없대. 집에는 아이들이
어려서 부인이 나가라고 그랬대 ]
[ 그런다고 회사에 오면 어떡하자는 거야?
회사 사람들이 다 걸릴 수 있는데 ]
[ 이젠 다 나았대 ]
[ 검사해서 음성이 나온 거야? ]
[ 아니.. 지금 도쿄에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PCR센터가 붐벼 예약만 했고
검사 결과도 3,4일 걸린대 ]
[................................ ]
그렇지 않아도 깨달음이 몸살로 상태가 안 좋아
코로나에 걸렸을까 신경이 바짝 서 있는데
양성인 직원이 날마다 출근을 했단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도대체 상식이 있는지 없는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억누르고 나도 다시
PCR검사를 하고 나오면서 깨달음에게
검사 결과를 물었더니 아직 연락이 없다길래
직접 전화를 해서 물어보라고 하자
주말은 통화가 안 된단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 정책은 예초부터
맘에 들지 않았지만 총리가 바뀌면서
PCR 검사를 무료로, 인원수 제한 없이
실시한 것만도 장족의 발전이라 싶어
하고 싶은 말들을 삼켰다.
내과에서 일단 목감기약을 받아 온 깨달음의
편도염은 많이 잡히고 있지만
여전히 기침이 남아있다.
열은 없지만 나른함이 계속되는 상태이며
두 직원들 일을 자기가 대신하다 보니
어제도 늦게까지 미팅을 하느라 피곤해했다.
[ 장어 또 먹으러 갈까? ]
[ 아니.. 지난주에 먹었잖아 ]
[ 그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
[ 별로 없어,,아,,나 삼계탕 먹을래 ]
[ 삼계탕? ]
일본에서는 기력이 떨어지거나 여름철
보양식으로 장어를 많이 먹는데 지난주에
두 번이나 먹었다. 특히 깨달음은 아프면
무조건 장어를 먹어야 한다고 믿고 있어
또 장어를 원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였다.
다른 한국음식에 비해 즐겨찾지 않는 메뉴중에
하나인데 삼계탕 역시 기력 보충을 위해 먹는
음식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먹고 싶단다.
[ 예전에 나 수술했을 때, 당신이 해 준
삼계탕이 먹고 싶어. 인삼들어간 거 ]
[ 한약 냄새 싫다고 하지 않았어? ]
[ 아니야, 난 지금 한약이 들어간
삼계탕이 필요해 ]
마침 집에 사 둔 녹두가 있어
대추도 듬뿍 넣고 압력솥에 삶아
저녁으로 삼계탕을 줬더니
녹두가 들어 있어 맛있단다.
[ 이 녹두가 해독에 좋은 거지? ]
[ 응, 많이 먹어 ]
[ 삼계탕을 먹으면 왠지 몸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 한약 덕분이겠지?
그래서 아프면 먹고 싶은가 봐 ]
잘게 썰어 넣은 인삼이 흐물어져 녹두와 섞여
쓴 맛도 없고 단맛이 난단다.
[ 인삼튀김은 좋아하면서 왜 한약은 싫어? ]
[ 싫어하는 건 아니야, 냄새가 특이할 뿐....
근데 지금 잘 먹잖아..]
몸이 아프면 입이 먹고 싶은 것보다
몸이 원하는 걸 먹어야하는 거라며
자기도 몸이 삼계탕을 원한 걸 보면
이제 곧 나을 것 같단다.
[ 깨달음, 당신, 원래 기관지가 약해 잔기침도
많이 하니까 도라지청이나 엑기스, 아무튼
도라지로 만들어진 것들을 주문할까 하는데 ]
[ 아, 예전에 먹었던 거? 근데
어디서 살 수 있는데? ]
[ 여기서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
결혼초 몇 년 동안 도라지즙, 배즙, 양파즙을
계속해서 먹었다. 한국에서 엄마랑
언니, 동생이 잊지 않고 보내줬는데
너무 미안한 것도 있고 이곳에서 몇 군데
사이트를 찾아보니 구매가 가능할 것 같아
그만 보내달라고 했었다.
[ 아,,, 도라지 나물도 맛있잖아 ]
[ 나물은 말린 거 사서 만들어 줄게.
그니까 깨달음,, 아프지 마..]
[ 나 이제 안 아파.. 인삼도 먹었으니까 ]
녹두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한 장
찍으려 했더니 싫다면서 닭다리를
열심히 먹는다.
저렇게 잘 먹는데 진작에 해 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삼계탕은 날마다
해 줄 수 있으니 어서 빨리 좋아져서
기운찬 깨달음이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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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PCR결과가 나왔습니다.
깨달음은 양성판정을 받았고
저는 음성이였습니다.
어떻게 치료를 할 것인지 조금 막막한 심정이지만
걱정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며
잘 이겨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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