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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조카가 건넨 뜻밖의 선물에 감동받은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19.10.20

한국에서 첫날, 엄마와 동생, 언니가 기다리고 있는

조카네로 갔다.이제 태어난지 50일이 갓 넘은 

신생아를 보러 가는데 기분이 묘했다.

[ 당신은 이모할아버지야, 나는 이모할머니]

[ 하버지? ]

[ 응 , 할아버지 ]

[ 당신도 할머니야? ]

[ 응,,나는 이모 할머니..]

나도 이모할머니가 된 게 실감이 나지 않았고

깨달음 역시도 갑자기 할아버지가 된다는 걸

생소하고 낯설어했다.


깨달음이 이 조카를 처음 만난 건 우리가 결혼전

도쿄에서였는데 고등학생에서 대학생이 되고

직장을 다니며 그리고 결혼을 하고 이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 아이를 보기 위해

 우린 이번에 한국에 간 것이였다.   

얌전히 누워있는 아이를 지긋히 바라보는 깨달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으니까 사춘기때 만났던 

조카가 이젠 엄마가 되었다는 생각에 

지금껏 봐왔던 성장과정이 머릿속을 스친단다.


지난번 홋카이도 오타루에 갔을 때 샀던 오르골을

 깨달음이 선물로 주자 함께 있던 가족들이

멜로디에 맞춰 동물들이 좌우로 움직이는 걸 보고 

너무 귀엽다며 다들 탐을 냈다. 

그렇게 찬찬히 보고 있던 깨달음이 좀 망설이다가 

조심히 아이를 안았다.

[ 아직 애기인데 이목구비가 뚜렸해, 귀엽다]

5분도 채 안아보지 않고 엄마에게 

다시 조심히 아이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누굴 닮았는지 얘길 하고 있는데

막내 조카가 멀쓱하게 뭔가를 가져와 

깨달음에게 건넸다.

번역기를 돌려 일본어로 쓰긴 썼는데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쑥스럽게 내민 봉투에는

돈이 들어 있었다.

간호사를 하는 조카가 첫월급을 받았는데

친척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뜻으로 정말

약간의 성의만 표했다고 한다.


어리둥절한 깨달음은 조카가 내민 용돈을 받아도 

되는건지 왜 주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되서 

눈만 깜빡거리며 서툴게 적힌 일본어를

 읽고 또 읽으면서 대견하다며

 간호사하느라 힘들다고 들었는데 뭘 이런걸

챙겨주냐며 이제 직장인, 아니 완전 어른이 

된 것 같아서 왠지 뿌듯하면서 안쓰럽다며

내게 몇번이고 되물었다.

[ 진짜 받아도 되는 거야? 우리가 고생했다고

줘야하는 거 아니야? ]

[ 나도 모르겠어..왜 주는지,,근데,,받나 봐 ]

실은 나도 약간 당황을 했고 받아도 되는 건지 

주저했더니 이제까지 많이 챙겨주셨으니까

작은 보답을 하는 거라고 했다.


호텔에 돌아와 큰 언니 아들도 첫월급을 탔다며

내민 봉투와 번갈아 꺼내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

[ 왜? 깨달음? ]

[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조카들 돈을 

받아도 될지 지금도 좀 갈등이야 ]

[ 나도 잘 모르겠는데 받아도 되는 것 같애]

[ 서툰 일본어인데 조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서 가슴이 따뜻해져, 근데,,언젠가

 설날에도 조카들이 나를 위해서 일본어로

 준비해줬잖아, 난 이런 마음이 너무 고마워,

비툴비툴한 일본어 좀 봐,사랑스럽지 않아?]

깨달음은 일본어로 써져 있는 것도 감동이였고

힘들게 번 첫월급에서 우리까지 이렇게 챙겨주는 

그 마음이 대단하다며 봉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 역시,,이런 마음 씀씀이는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애..뭐랄까,,상대의 가슴 

가득히 감동을 주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애,

정을 나누는 법을 안다고나 할까,, ]

[ 깨달음,,진짜 감동했나보네 ]

[ 응,,생각지도 못한 일이여서,,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전혀 없지, 내가 초등학생 때부터

봤던 조카가 직장인이 되고 이렇게

이모부를 챙겨주는 것도 그렇고,,

절대로 흉내낼수 없는 배려라고 해야하나,,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해야하나,,]

잠시 말을 끊고 조용해지는 깨달음...

세월의 무상함, 그리고 조카들의 성장에

나 역시도 복잡미묘한 감정들이 흘렀다. 


그리고 일본에 돌아와 깨달음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옷 갈아입고 자기 지갑에 조카가 넣어 준

 5만원권을 집어 넣는 일이였다.

[ 만원권도 넣어 둬 ]

[ 그렇지 않아도 만원권은 5만원으로 바꿔서

 넣었어, 남은 것은 당신이 해 ]

 기내에서 반반씩 가지자던 그 약속은 잊은채 자기

지갑에 채우느라 바빴다. 그냥 깨달음에게

나는 없어도 되니까 다 넣어두라고했더니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린다.

[ 진짜 내 지갑에 넣어도 돼? ]

[ 응, 다 가져, 근데 그 돈으로 뭐 할거야? ]

[ 이 돈은 쓰면 안 돼, 이대로 뒀다가 조카들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러면 다시 돌려줄거야 ]

아니라고 당신 사고 싶은 거 사라고 했더니

아주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가 첫월급인 

소중한 돈이니 다시 그들에게 뜻깊은 돈이 

되도록 돌려주는 게 맞는 것 같단다. 

언니들이 아이를 낳고, 꼬물꼬물했던 조카들이 

걷기 시작하며 [이모][이모]라고 부르고

쫒아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다들 사회의 일원으로 

성실히 일을 시작했다.

깨달음이 봐 온 조카들의 성장, 그리고 어른이 된

조카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한 반면, 나는 나대로 

 조금 다른 빛깔의 감동을 했던 것 같다.

 바르고 착하게 자라줘서 그저 고마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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