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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준비한 뜻밖의 생일선물

by 일본의 케이 2017.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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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를 알 수 없는 봉투가 놓여있었다.

대부분, 큰 싸움을 한 다음날이나

깨달음이 내게 특별히 부탁할 사항이 있을 때,

아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이렇게 노트북에 편지를 올려놓는데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침 약속이 있어 외출을 하고 돌아와 

천천히 열어보았다.

결혼해서 7번째 맞이하는 생일을 축하하고

나와 함께 있을 때가 정말 행복하다는

좀 과한 애정표현이 적힌 편지와 

돈이 들어 있었다.

왠 생일인가 했더니 내 음력생일이 아닌

양력으로 쓰는 생일을 기념한 것이다.

결혼하고 매해 음력과 양력을 가르쳐 줘도

깨달음은 한 번 입력된 생일날만 

기억할 뿐, 음력은 언제인지 모르고 넘어간다. 


점심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다.

[ 내 생일은 11월 초야,,음력,,]

[ 아,,그래? 해년마다 두번씩 해야하네 ]

[ 아니야, 음력생일 때만 하면 되는데,,

그리고,,무슨 생일축하 선물이 돈이야? 

지금까지 없던 패턴이네....]

[ 음,,,같이 쇼핑할 시간이 없어서,,,,

 당신 필요한 거 사라고,,]

[ 축하주, 케잌, 축하송도 그냥 생략한 거야?] 

[ 응! 당신도 바쁘잖아, 시간도 안 맞고,,]

[ 음,,그렇긴 한데 왠지 허전하네...

그냥 돈을 되돌려 줄테니까 다음에 시간 내서

생일다운 그런 생일을 보냈으면 좋겠는데? ]

[ 그래? 그럼 편지는 읽었어?]

[ 응, 읽었어 ]

[ 알았어, 일단 조금 생각을 해볼게]

그리고 이틀 후, 깨달음이 내게 

꿀상자를 내밀었다.


[ 위가 안 좋은 사람은 이렇게 벌집, 밀랍이랑 함께

먹으면 좋다고 그래서 내가 주문했는데

오늘 회사로 도착해서 가져왔어 

당신 이거 찾았잖아,, ]

[ 그렇지 않아도 사려고 했는데, 진짜 고마워  ]

[ 먹어 봐~]

[ 완전, 오리지널 꿀맛이야~]

[ 나 잘 했지? ]

[ 응, 많이 고마워..]

[ 그럼 이건 생일 선물로 해도 되겠지?]

[ ............................ ]

[ 왜 맘에 안 들어? ]

[ 아니,,고마운데 이걸로 생일 선물 한다는게

좀 그렇지 않아? ]



[ 왜? 당신에게 필요한 게 가장 좋은 선물이잖아 ]

[ 알았어, 당신도 한 입 먹어볼거야? ]

[ 나는 위가 튼튼해서 괜찮아~

이 꿀은 달콤한 내 마음이야, 이거 봐 봐~]

갑자기 하트를 만들어서는 내 눈앞에 갖다 댔다가

떼였다가 까불어서 멍하게 보고 있었더니 

팔 아프니까 빨리 사진찍으란다.

[ .............................. ]

[ 알았어,,그만해..]

[ 아니야,, 당신이 질려할 때까지 하트를

날려줄게]

[ 충분하니까 그만 하세요..]

 [ 진짜 생일 선물로 뭐 갖고 싶어? ] 

[ 없어,,그냥 나는 같이 식사하면서 와인 한잔 

하고 싶었을 뿐이야,,]

[ 갖고 싶은 거 없어? ]

[ 응,,]


[ 역시 당신 갱년기 시작되면서 모든 욕심을

버린게 확실한 것 같애..]

[ 욕심이라기 보다는 모든 의욕이 사라진 듯한

무기력증이 제일 힘들어....

근데..지금은 벗어나려고 하지...아니,,

더 이상 이렇게 쳐져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여기저기 다시 움직이잖아..]

[ 좋아지고 있는 거지? ]

[ 이겨내려고 하는 거지..]

빤히 날 쳐다보던 깨달음이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티브이 볼륨을 줄었다.

[ 역시, 당신은 정신력이 대단한 것 같애...

모든 병은 마음에서 온다고 하는데 당신은

오기와 끈기로 이겨내잖아,,]

[ 그거 칭찬이야? ]

[ 응,,,난 마음이 약해서 금방 쓰러지는데

당신을 보면 참 강한 사람이라 느껴, 그건 그렇고

생일 선물을 그럼 한국 가는 걸로 할까? ]

[ 어차피 12월에 조카 결혼식 있어서 가잖아,]

[ 그것 말고, 어머니 만나러 광주 가자,

당신이 저번에 크루즈 갔을 때 어머니한테

잘못한 것 같다고 속상해 했잖아, 그니까 같이 

가서 어머니에게 효도해 드리자, 어때? ]

[ 좋은 아이디어네..근데,,언제 가? ]

[ 11월, 당신 음력 생일날에 가자 ]

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깨달음과 나는 서로의

 스케쥴을 살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여러 모임이

겹혀 있었지만 우린 과감히 날을 잡고

 서둘러 예약을 했다.



http://keijapan.tistory.com/1013

(엄마를 속상하게 만든 효도여행)

[ 고마워,,깨달음...]

[ 이제 생일 때마다 선물로 한국행을 택하면

당신도 좋고 나도 좋겠다, 그치? ]

[ 당신도 가고 싶었어? ]

[ 응, 광주 내려가면 나 혼자 어머니 사랑을

독차지 할 수 있잖아, 그니까 나도 좋아,

당신 생일선물도 되고 효도할 수 있어

일석이조잖아~~

 근데,,이번에 광주 가면 뭐 먹을까? 

지금부터 리스트를 짜서 다 먹고 와야지...

아,[생활의 달인]에서 나온 맛집 좀

검색해서 나한테 말 해 줘. 전라도지역 맛집들

모두 찾아서 다 돌아다니면서 먹고 오자~

지금 검색해 볼 수 있어? 무슨 종류의 맛집이 

있는지 알고 싶어,, 면인지 빵인지, 밥인지 

구별해서 3박4일동안 다 먹고 오려면 스케쥴을

 짜야할 것 같애, 아~~벌써부터 기대된다~

먹을 게 너무 많을 것 같은데 뭐부터

먹어야 될까~~

[ .............................. ]

[ 당신 혹 예전부터 광주행을 생각했던 거 

아니야? 먹방투어 하고 싶어서? ]

[ 아니야~순수하게 당신 생일 선물을

생각하다가 문뜩 떠오른 거야~

당신이 갖고 싶은 게 없다고 하니까......]

내가 지긋히 쳐다봤더니 입을 쭉 빼고

또 까불면서 하트를 날린다.

[ 센 츄카 하니다(생일 축하합니다)

센 츄카 하니다, 하트 후~~~~] 

100% 아내의 생일에 맞춰서 생각한

선물이라고 하기엔 약간 불순함이 담긴 듯했지만

참 많은 면에서 고마워하게 만드는 깨달음이다.

올 해도 깨달음은  기억에 남은 생일선물을

준비해 주었다. 너무 고마워서인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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