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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내년으로 미룬 남편의 생일선물

by 일본의 케이 202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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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이면 긴급사태 선언이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2주간 연장이 되었고, 감염자의 감소가

무뎌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자 오늘은

이 상태로라면 5월까지 연장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조심스레 의료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아침 뉴스를 함께

듣던 우린 주말로 미뤘던 식사를

오늘 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해 집을 나섰다.

프린스호텔 중식당이 코로나로 영업중단 상태였다.

우린 그것도 모르고 찾아갔다가 발길을 돌려

에비스(恵比寿)로 향하면서 전화를 넣었다.

예전 같으면 당일 예약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인기 가게였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순조롭게 예약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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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도착하니 바로 알아보고 창가 쪽으로

안내를 해 줬는데 깨달음이 소파석이 좋다며

옮기자고 했다.

29층이니까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앉아 

먹었으면 좋겠다는 내 생각은 접고 오늘은

깨달음이 주인공이니까 그에게 맡겼다.

스탭에게 양해를 구한 뒤 미리 사 온 롤케이크를

테이블에 올려 촛불을 켰다.

[ 접시 가져다 드릴까요? ]

[ 아니요, 사진만 찍을 거예요. ]

[ 깨달음, 생일 축하해 ]

[ 고마워 ]

[ 소원 빌어 봐 ]

[ 음,, 없는데..]

[ 그래도 하나 정도 아무거나 얘기해 봐 ]

[ 빨리 여행 갈 수 있게 해 주세요~ ]

촛불을 크고 다시 상자에 곱게 넣으면서 손에

묻은 생크림을 핣아먹고는 맛있단다.

자기가 먹고 싶은 케이크로 골라서 더 맛있게

느껴졌을 것이다.

 

식사를 하며 깨달음이 호텔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을 거라는 생각을 왜 못했는지,

호텔에 투숙객이 없으니 영업 유지가 힘든 게

당연한 거였는데 몰랐다며 호텔에 종사하는

종업원들의 실직상태가 심각할 거라 걱정했다.

이곳을 오기 전까지 실은 다른 호텔의

중식당에도 전화를 했었는데

그곳 역시도 영업중지 상태였다.

[ 깨달음,, 갖고 싶은 거 없어? ]

[ 응, 없어..]

[ 내 편지 읽었어? ]

[ 응 ]

특별히 갖고 싶은 것도 없고, 결혼하고

10번째 맞이하는 생일이어서인지

둘 다 무덤덤했다.

[ 아, 근데 편지에 건강 얘기가 너무

많던데.. 그렇게 걱정돼? ]

[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니까,, 특히

당신 나이가 이젠 60대잖아 ]

60대라는 내 말이 신경 쓰였는지 

제발 나이 얘기는 하지 말아 주라며 자신의

나이를 못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keijapan.tistory.com/1233

 

남편의 생일날,, 내가 쓴 편지

지난 주말 우린 도쿄를 잠시 떠났다. 니가타(新潟)는 아직도 눈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차장 넘어 보여지는 풍경은 한편의 수묵화 같기도 하고 도쿄와는 다르게 이곳은 겨울세상에 갇혀 있는

keijapan.tistory.com

 동안이어서 젊게 보이니까 너무 걱정 말라고

하니까 자기 나이가 실감이 안 나고

괜스레 슬퍼지고 힘이 빠진다고 했다.

식사가 시작되고, 깨달음이 결혼 10주년 기념 여행을

어디로 갔으면 좋겠냐고 내게 물었다.

이 시국에 여행 가는 게 내키지 않지만

그래도 10년을 서로가 잘 버텼으니

서로에게 축하해주고 격려차원에서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왔으면 한다며

내게 장소를 정해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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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코로나 시대에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기에 포기해서인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 괜찮아,, 종식되면 그때 가면 되지..]

[ 아니야, 그냥  말해 봐, 가까운 곳이라도

다녀오자 ]

[ 괜찮아, 안 가도,,,]

어디든 가고 싶은데 불안감이 커서인지

마음이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 그건 그렇고 작년에도 생일 선물 없이 그냥

넘어갔으니 올 해는 작년 몫까지 두배로 찬스를

써도 되니까 뭐든지 말해 봐, 깨달음.. ]

[ 아무것도 필요 없는데..]

[ 봄 양복 한 벌 맞춰줄까? ]

[ 아니야,, 코로나로 미팅도 거의 화상으로 하고

거래처 방문도 줄어서 지금 있는 걸로 충분해  ]

 깨달음이 자신이 그동안 기념일에 받았던

선물들을 나열하다가 문득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다음에 한국에 가게 되면

[송가인 콘서트]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 갑자기 왠 송가인? ]

[ 예전부터 얘기했잖아,, 어제 심심해서 야후에

일본어로 송가인 검색해 봤는데 다 나오더라고 ]

 미스 트롯에서 송가인이 진이 됐을 때부터

가수 이 은미만큼 좋다며 콘서트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keijapan.tistory.com/1312

 

이렇게 남편은 행복한 휴일을 보낸다

요즘 깨달음이 넋을 놓고 보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 [백일의 낭군님]이라는 프로인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알게 된 이 드라마를 마치 숨겨둔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뻐했고  오랜만에 보는 달

keijapan.tistory.com

[ 송창식 라이브 바도 다시 가고 싶고

이소라, 백지영 콘서트도 보고 싶어 ]

[ 그건 한국 가게 되면 바로 예약해줄게 ]

깨달음은 이런 기념일을 맞으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한다. 색다른 장소가

주는 설렘과 기념일을 함께 하면 그 기쁨이

두 배이고 그 장소를 떠올릴 때마다

기념일도 함께 기억할 수 있어 좋다면서

 내년에는 자기가 한국에 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 백신 맞고 그러니까 내년에는 괜찮겠지 ]

[ 그럼, 내년 내 생일은 한국에서 보내면

훨씬 기억에 남고 좋지 않을까? ]

[ 당신이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

[ 그때 2년분 생일 선물 말해도 돼? ]

[ 응 ]

내일 일도 모르는데 내년으로

모든 걸 미루겠다는 깨달음.

[ 그럼, 그때까지 갖고 싶은 거나,

필요한 거 있음 생각했다가 말해 줘 ]

[ 알았어. 근데.. 뭐든지 들어주고, 사 줄 거야?]

[ 응, 내 능력이 닿는 한도에서는 다 해줄게 ]

뭐든지 들어준다는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지

한층 목소리 톤이 높아진 깨달음.

[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게 해 줄 거야? ]

[ 응, 그 대신 좀 미리 말해 줘, 준비를 하거나

예약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

[ 진짜지? 오~~ 벌써부터 기분 좋다~]

어떤 선물을 원할지 왠지 알 것 같지만

뭐든지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년엔 예전처럼 하늘길이

자유로워져 깨달음도 나도

서로가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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