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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이렇게 남편은 행복한 휴일을 보낸다

by 일본의 케이 2019.10.23

요즘 깨달음이 넋을 놓고 보는 한국 드라마가 있다.

[백일의 낭군님]이라는 프로인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알게 된 이 드라마를

마치 숨겨둔 보물을 찾은 것처럼 기뻐했고

 오랜만에 보는 달콤한 로맨스에 젖여있다.

난 많이 유치한 듯한데 깨달음은 그

유치함과 뻔한 스토리이지만

두 주인공이 꽁냥꽁냥하는 걸 보면

웃음이 절로 새어나와 좋단다.

[ 마약이야,,마약,안 봐야 되는데 이렇게

한 번 보면 재밌어서 미치겠어, 

어쩜 이렇게 잘 만들까, 참 대단해.. ]

유치하면서도 순수함이 묻어나고 애절함도

적절히 잘 섞어있어 볼수록 즐겁단다.  


[ 좀 만화 같지 않아? ]

[ 만화처럼 환상적인 면과 약간의 무모한 설정으로

현실 가능성이 희박한 게 재밌잖아 ]

[ 그게 재밌어? ]

[ 아니, 이 드라마는 더 그런면이 많다는 거야,

해를 품은 달 같은 드라마는 명작이잖아,

그런 드라마에 비하면 약하지만

이건 이대로 끌리는 내용이야 ]

깨달음은 한국 드라마 중에서도 사극을 꽤나

좋아했다. 깨달음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한국 사극은 중년 아저씨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껏 일본에서 방영된 한국 사극(BS포함)

 인기 순위를 보면 10위 마의, 9위 추몽, 8위 추노,

 7위 구르미 그린 달빛 6위 황진희, 

5위 해를 품은 달, 4위 이산, 3위 선덕여왕,

 2위 동이, 대망의 1위는 대장금이였다.

 깨달음도 모두 좋아했던 드라마로 특히 거래처나 

지인들이 추천해주는 드라마가 많다.

임시휴일이였던 오늘(천왕직위식), 아침부터 

뒹굴뒹굴 하던 깨달음이 지난주 한국 가느라

 보지 못한 13회를 보고 싶다고 해서

 아무리 찾아도 일본어판을 찾지못하고

 영어판을 틀어줬다.


일본에서는 1시간으로 축악된 드라마인 줄 몰랐던

깨달음이 1시간 20분의 제대로 된 드라마를

 보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드라마 시청이 끝나고 기분이 좋아진 깨달음이

겨울준비를 위한 청소와 카페트 교환을 솔선에서

하겠다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열심이다.

그러다 주체하지 못하는 텐션으로 갑자기 

삼겹살이 먹고싶다며 홍대입구에서 젊은이들이

춤췄던 춤을 해보겠다고 무거운 몸을 흔들다가

 다리를 벌리고 나름 움직이려 애를 쓰는데

전형적인 몸치의 어설픔에 웃음만 나왔다.

삼겹살하고 댄스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도통 모르겠지만 아무튼 꿈틀거리는

깨달음을 잠시 지켜보았다.


업드렸다가 뒤집어졌다가 팔을 돌렸다가 참 많은

노력을 하는게 안타까워서 그만하라고 하니까

 마음과 달리 몸이 전혀 따라가지

않는다하면서도 브래이크댄스도 아닌,

 힙댄스도 아닌 의미없은 몸놀림을 계속하다가

마트에 갈거라 나섰더니 쪼르르 따라 나온다.

[ 그 돌판에 구어서 먹자 ]

[ 알았어 ]

[ 기름칠 해 놨어? ]

[ 응 ]

이번에 한국에서 깨달음이 그렇게 사고 싶어했던

3.5키로나 하는 오리지널 돌솥불판을 사왔는데

거기에 삼겹살을 구어먹자는 것이였다.


돌판에 구워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난 후, 

휴일이면 일과가 되어버린 음악프로

 시청을 시작했다.

[ 비긴 어게인 ][ 유희열의 음악스케치] 

[복면가왕 ]을 보다가 유튜브로 옮겨 가 

송가인이 출연한 방송으로 보면서

라이브로 한번만 들어보고 싶다길래 한국에

 살아도 티켓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니까 

진도라도 한 번 가보고 싶단다.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단장의 미아리고개)를 듣는데

 중간 부분에 송가인이 독백하는 부분에 다다르자

눈물 스위치가 갑자기 켜졌는지 

코를 씰룩거렸다. 


( 아빠를 그리다가 어린 것은 잠이 들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 북풍한설 몰아칠 때

당신은 감옥살이 그 얼마나 고생을 하오

십년이 가도, 백년이 가도 살아만 돌아오소

여보~~~)

클라이막스인 여보~~를 외치면 자동적으로

깨달음의 통곡이 시작된다.

볼 때마다 이 대목에서 눈물을 쏟는 걸 보면

깨달음에게는 참을 수 없는 감정포인트인 게

확실하다.


 김연자의 미아리고개를 듣고는 얼굴까지

 빨갛게 달아오른채로 여보~~~를 따라하며

 눈물을 철철 흘린다.

[ 깨달음,,,, 남들이 보면 당신이 

6.25난민인 줄 알겠어..,,

너무 슬프게 운다.. 경험한 사람처럼..]

내 말은 안 들린지 오래고 노래에 빠져

슬픔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송가인의 미아리고개는 젊은 엄마가 앞으로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앞서는

 마음이고 김연자의 미아리고개는 희노애락을 

같이 한 노년의 남편과 영영 헤어져서 못 만나는 

가슴 저림이 있어 같은 노래이지만

전혀 다른 슬픔이란다.

[ ............................ ]

그렇게 노래가 주는 이미지 분석까지 상세히

할필요가 있냐고 하려다 말았다.

 마음이 여린 것인지 아니면 여성호르몬의

과다분비로 인한 감정 컨트롤 장애인지

알수 없지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 깨달음,,진정해..]

[ ................................. ]

[이젠 보지 말자, 당신이 너무 슬퍼하니까

안 보는 게 낫겠어 ]

[ 싫어,,그래도,,,,볼거야,,]

휴일이면 이렇게 깨달음은 마음껏 먹고, 

마음껏 울며 하루를 충실하게 보낸다.

이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머리가 개운해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한층 한국과 가깝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깨달음.

자신에게는 이렇게 보내는 휴일이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하다는데 옆에서 보는 나는 깨달음

 내면에 잠재된 슬픔의 정체를 

분석해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아침부터 한국 드라마를 보고 삼겹살을 먹으며

 한국 노래를 들고 웃다가 울다가,,,, 

결혼하고 8년간 지금까지 깨달음의 행복한 휴일

보내기는 거의 달라지지 않은 패턴이여서

낯설진 않지만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이 갈수록

 짙어지는 듯해 놀랍기도 하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깨달음은 이런 휴일이 진정한 휴식이라 말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즐기는 게 작지만 가장 큰 행복이라며

단순한 진리가 사람을 편하게 만든다고 한다

깨달음은 행복을 가득 품고 사는 사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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