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일찍 깨달음과 집을 나섰다.
이사를 하고 바로 예약해 둔 병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어제까지만해도 같이 간다는 말이 없던 깨달음이
아침부터 같이 가자고 서둘렀다.
이른 시간이여서인지 환자가 별로 없었다.
[ 요즘에 신경 쓰신 일 많으셨어요?]
[ 혈압이 너무 낮은데...원래 낮으세요?]
[ ....................... ]
[일단, 마취를 좀 약하게 할게요]
그렇게 약 30분이 지난 후,
원장실에 함께 들어 온 깨달음과 검사결과를 들었다.
[ 신경성 위염이 좀 있으시고,,,,
다행이 역류성식도염은 아닌데...
위 기능이 많이 약해진 상태인데
혹 예전에 무슨 치료하셨어요?
아니면 단식 같은 것 하셨나요? ]
[ ......................... ]
치료기간, 치료약, 치료기관까지 모두 말씀드렸다.
[ 마흔이 넘어가면 모든 기능이 약해지는데
치료 하시면서 거의 단식에 가까운 상태가 계속되다보니까
더 약해지신 것 같네요.
규칙적인 식사하시고 당분간은 기름진 덴뿌라 계열은 피하세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하셔야될 것 같아요.
혈압이 너무 낮아서 몸이 많이 차가운 상태입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내장기능도
활발히 움직이지 못하니까
손, 발을 따뜻하게 하시고 따끈한 물을 많이 드세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깨달음이 차 한잔 하자며
집근처 커피숍에 들어갔다.
난 따끈한 코코아를 주문하고 깨달음은 냉커피...
커피숍 안에 손님은 우리 뿐이였다.
둘이 잠시 말 없이 그저 차를 마셨다.
침묵을 깨고 깨달음이 입을 열었다.
마음이 불편하면 몸이 힘들어하니까
그냥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며 사는 게
제일 행복한 일이라고
하루 하루를 즐기면서 살아란다.
[ .........................]
무슨 근거로 믿고 끝도 없이 즐기며 살라는 거냐고
퉁명스럽게 물었더니
다 알고 있다는 눈빛을 보이면서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주문한 수제 샌드위치를 들고
점원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깨달음이 얼른 먹어보라고 권하면서
자기도 하나 들고 먹기 시작했다.
진짜 맛있다면서 하나 더 먹더니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것만해도
얼마나 행복하냐고 너무 자신을 몰아부치지 말란다.
[ ....................... ]
새로운 협회 설립, 작품제작, 갤러리 찾기 등등
이사를 하고 한달을 맞이하는 동안
난 많은 생각들에 빠져 있었다.
늦은 밤, 작업을 하다가도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베란다에 나가 보낸 시간이 잦아졌다.
마음가짐을 새롭게해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심이 넘치는 시간이였다.
일본에 유학을 와서 공부도 할만큼하고
자상한 남편과 결혼도 하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곳에 내 집도 마련했는데..
내 삶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그 무언가가
내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게 분명있었다.
샌드위치 두 조각을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은 깨달음이
남은 한 조각의 샌드위치를 빤히 쳐다보다가
먹기 싫어도 먹어보라고 들어서 내 입에 갖다 대었다.
한 입 베었더니 삶은계란의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 맛있지? 맛있지? 진짜 맛있지? ]한국말로
계속 묻는 깨달음..
[응,,,진짜 맛있다..]
그것보라고, 이렇게 맛있는 것 먹으면서
행복해하면 몸이 아플겨를이 없다고
아직 인생의 중반밖에 보내지 않았으니
남은 절반의 인생은 더 맛있고, 더 재밌고,
더 신나고, 더 행복한 일들만
찾아서 하면 된다며 그냥 심플하게 살아란다.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 있다고, 자기 계획대로 움직여지는 게
행복이 아니니까 지금을 감사하며 살면
모든 게 편안해진단다.
커피숍을 나오며 깨달음이 스치듯 얘기했다.
학교에 이력서 쓰는 걸 봤다고,,,,,
인생의 중반을 살아버린 나...
꿈은 있었지만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나,,,
100% 내려 놓지 못한 내가 아직도 있다. 바보처럼,,
마음에 남겨진 욕심과 욕망을 털어내자,,
건강한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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