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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미식가 남편이 불편할 때가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2. 11.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고 깨달음은

심각한 표정으로 하나씩 맛을 보며

짜다, 달다가 아닌 풍미가 어떻고,

뒷맛이 어떻다는 요리평가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든 음식들을 천천히 음미한 후에

꼭 내게 3가지를 질문한다.

[ 당신은 몇 점? ]

[ 다시 올 거야? ]

[ 뭐가 문제라 생각해? ]

그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점수를 말한다.


 5점 만점에 1점, 2점, 2,5점, 3점, 3,5점, 

4점, 4.5점으로 나눠서 엄지손의 

각도로 표현한다.

[ 이 가게는 2점이야? ]

[ 응,원래 1점주려고 했는데 마지막 파에야가

먹을만해서 2점으로 했어 ]

 [ 당신이 무슨 미슈랭 심사원이야? 

매번 어딜가나 점수를 주는 건 좀 그래.

원래 미슈랭( Michelin) 은 비공개로 수차례 

방문해서그 음식점의 맛과 서비스, 장애인을 

위한 편의성등 여러부분을 체크해서 점수를 주잖아

그런데 당신은 요리전문인도 아니고

그냥 손님인데 너무 엄할 때가 많아]

[ 알아, 나는 심사원이 아니니까 맛과 서비스를

 중심으로 평가를 하는 거야, 요리사는

아니지만 나만의 맛집을 구분하는 거지 ]

[ 그래도 적당히 해 ]


구글이나 야휴에서 평가하는 맛집 점수와

자신의 입맛을 비교,확인해보고 싶은 마음과

점점 음식에 욕심이 생겨서인지

맛없는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입맛에 맞는지 직접 먹어보고 

체크해 봐야 한다며 세상에 맛있는 음식,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너무도 많은데

 맛없는 것으로 배를 채운다는 게

점점 용서가 되질 않는다고 했다.


주말 저녁에는 닭꼬치 전문점을 다녀왔다.

한입씩 먹고 나서 내게 또 묻는다.

[ 어때? 이 닭꼬치? 맛집이여서 예약이

힘든 곳이야, 점수는 3.5점이였어, 

당신은 몇 점이야? ]

[ 난 괜찮은데,,좋아 ]

[ 환풍이 원할하지 않아서 가게 안 공기가 좀

탁하긴 한데 그래도 맛은 괜찮네 ]

그렇게 말하고 나서 깨달음은 자기 핸드폰에

 맛집표기를 해놓고 종합적인 평가도 

몇자 적어 넣었다.

[  ]


일요일, 점심으로 이탈리안레스랑에서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비린내가 좀 심하게

났었고 깨달음은 내게 언제나처럼 하는

질문은 생략하고 바로 

엄지로 점수를 표했다.

[ 깨달음,,알았어, 근데 너무 그러지 마,,

그냥 다음에 안 오면 되는거지, 꼭 매번

그렇게 점수를 줘야겠어? ]

[ 응, 행여나 실수로 또 올까봐 걱정이야,

이렇게 표시를 해두면 귀한 한끼를

실수하지 않아서 좋잖아 ]

[ 그러다가 버릇되서 이번에 한국에 가서

엄마 밥상에도 점수 먹일라, 지난번

 엄마가 아침밥상 차리시면서 깨서방이

점수 먹일까봐 괜시리 겁난다고 하셨잖아 ] 

[ 아니지, 어머님 밥상에 점수를 먹인다는 건

있을 수 없어, 사랑이 담긴 요리에

 점수를 먹이는 건 건방지고 실례야,

그리고 어머님은 요리가 넘버 원이잖아,

내가 얼마나 어머니 밥상을 좋아하는데.. ]

[ 그니까 레스토랑에서 나름 열심히 만든 

사람도 많으니까 날카롭게 음식 평가하는 건

 썩 좋은 일은 아니라는 거야]


지난 12월 한국 친정에 갔을 때  

저녁을 먹기 위해 갔던 음식점이 솔직히 

그저 그랬고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깨달음이

 불고기는 몇점, 돌솥밥은 몇점이라고 하는 

얘기를 듣고 계시던 엄마가 깨서방한테 

점수 받는다고 생각하니까

밥상내기가 겁난다고 하셔서 

셋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 어머님은 내가 먹고 싶다는 것, 좋아하는 것만

해주시잖아, 그런 귀한 밥상에 점수를 먹인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 ]

깨달음은 점수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엄마가 무친 콩나물에서 예전맛이

 나질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하며 점수를

표현하려고 했었다.

[ 깨달음, 이번에 한국 가면 여러모로 

조심해야돼. 알지? 코로나도 그렇고

음식점에 가서 이러네 저러네 평가하는 것도

좀 삼가하는 게 좋을 거야 ]


무슨 말인지 알겠다면서 이번에 한국에서 

뭘 먹을 것이며 어딜 갈 건지 미리 

정해두었기에 점수 얘기를 할일은

 없을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귀한 한끼를 

맛없는 음식으로 때우고 나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엄밀하고

더 신중하게 가게를 선별했다는 깨달음.

 나도 건강을 잃기 전에는 그저 끼니 때우기식이

많았지만 한끼, 한끼가 건강과 직결되는 걸

몸으로 체험하고 난 후로는 더욱 

신경을 쓰는 편이다.그게 외식이더라도 

맛과 건강을 중심으로

가게를 선택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음식, 일본음식 할 것 없이 깨달음은

조금 민감한 미각을 소유하고 있는 건

인정한다. 그래서 맛있는 음식, 몸에 좋은

 음식만을 먹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어딜가나 거침없이 점수 주기하는 걸 

보고 있으면 약간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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