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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새해를 또 일본에서 맞이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1. 3.

2019년 마지막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대청소를 했다. 매년 그렇듯 서로 담당한 

곳도 똑같고, 청소하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

각자의 방청소는 이틀전에 끝냈고

 서로의 공동구역?을 분담해서 맡아 말끔히

청소를 하고, 1년을 보내는 토시코시소바 

(年越しそば)를 먹으러 집을 나섰다. 

일본에서는 12월 31일, 1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식사로 메밀을 먹는 풍습이 있다.

메밀은 다른 면에 비해 끊어지기 쉬운데

1년간의 악재를 끊고 잘라버리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토시코시소바는 항상 집에서 

해 먹었는데 올해는 그냥 밖에서

 가는 해를 보내자는 생각에서

소바집으로 결정했다.


먼저, 니혼슈로 건배를 하고 

올 한해를 뒤돌아보았다.

특별히 나쁜일도 없었고 그렇다고 

슬픈일도 없었으니 꽤 괜찮은 해가 

아니였냐는 깨달음 말에 동감했다.

둘만이 풀어가야할 문제면 얼마든지

괜찮지만, 제 3자의 개입으로 인해

머리가 아파오는 일이 없도록 하자고

우린 짧게 반성하고 약속했다.


2020년도 깨달음 목표는 사업번창이란다.

요 몇년은 일이 많아 바빴는데 도쿄 올림픽

 이후로 계획된 일거리가 아직 목표량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걱정이라고 했다.

미리 걱정하는 타입이 아닌데도

회사 일에는 늘 노심초사이다.

특히, 올림픽 이후로 경기가 악화될 거라

예상하고 있어 같은 업계의 경영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했다.

그 외의 목표는 나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회사 직원들 얘기로 이어갔다.

결혼한 여직원이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중이고

  그만 둔다고 했던 직원이 곁돌기를 시작했고

 아무말 없이 건축사 시험에 합격한 직원도 있고

올해 친구와 한국에 가겠다며 나에게

맛집을 소개해달라고 했다는 직원까지,

새해에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생각인데

어떤 인재가 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소바를 맛있게 먹고 우린 집으로 돌아와 

새해 휴일동안 먹을 음식들을 준비해두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1월 1일 아침, 나는 나물과 잡채를

깨달음은 오세치요리(御節料理)를 

쥬박코 (重箱) 라는 찬합에 담았다.

일본에서는 섣달그믐날 만들었다가

정월 초하루부터 사흘간 휴일동안

 먹는 풍습이 있다. 주로 3단으로 된

 찬합에 여러가지 요리를 담아 

먹는데 겹겹이 쌓인 것은 복을 의미하며

가족들이 나누어 먹으면서 한해를 

좋은 해로 보내자는 뜻도 담고 있다.

새우, 연근, 검은콩, 우엉, 청어알, 멸치조림, 

호두, 문어, 토란 등,,각 재료들은 건강, 

무병장수, 금전운, 자손번영, 출세, 풍작 등,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다.


우린 아주 간소하게, 둘만이 먹기 때문에

깨달음이 좋아하는 것들만 넣었다.

난 이 오세치 요리가 달고 짜서 썩 좋아하지

않지만 깨달음은 어릴적부터 먹었던 

음식이여서인지 아주 좋아한다.

떡국과 오죠니(일본 떡국)을 올려놓고

오미끼(御神酒)로 신년맞이 건배를 하면서

깨달음은 한국어로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했고

나는 [ 아케마시테 오메데토 고자이마스

 明けまして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라고

일본어로 했다.

서로가 상대의 나라말로 자연스럽게 

 새해 인사를 하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해질무렵 아사쿠사에 갔더니

기모노를 입고 새해 인사를 하러 온

커플, 가족들이 꽤나 눈에 띄였다.

새해에도 잘 부탁합니다라며 갑자기

깨달음이 이상한? 경례를 한다.

[ 그게 경례야? 근데 누구한테

 뭘 잘 부탁한다는 거야? ]

[ 당신이랑 블로그 이웃님들에게 ]

블로그를 계속하라는 거냐고 다시

확인차 물었더니 깨달음은  

꽤나 심오한 표정을 지었다.


[ 내가 심각하게 생각을 해 봤는데,

그냥 쉬엄쉬엄 하면 안 돼?

 새 글 올리기 싫으면 안 올리면 되는 것이고,

 쉬고 싶으면 그냥 쉬면 되잖아, 하지만 

그만 두는 건 우리를 지금까지 응원해주신

 이웃님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거니까 

천천히, 당신이 쓰고 싶을 때 

쓰면 좋을 것 같애 ]

한글을 몰라 어떤 악플이 달리는지 모르는

 당신은 편하겠지만 나는 별의 별 소리를

 다 듣는다고 말하려다 좋은 소리도 아닌데 

그냥 나혼자 보고 넘어가는 게 어찌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만 뒀다.

https://keijapan.tistory.com/1331

(블로거도 의외로 지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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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또 이렇게 일본에서 맞이했습니다.

2020년, 7월 7일이 지나면 일본에서의 생활이

20년째가 되겠다고 생각하니

 상당히 오래 살았다는 느낌이 드네요.

결혼을 하고 8년이라는 시간동안 블로그를

통해 저희 부부의 일상을 공유하며

여러분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많은 격려와

응원덕분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모진소리, 억측, 악플들은

분명 있겠지만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따뜻히 지켜봐 주시고 다독여 주시기에

 조금은 소식이 늦여지고, 

자주 인사를 못 드릴 수도 있고

특별히 보여드릴 게 없을지라도

 쉬엄쉬엄 여러분들과 함께 할 생각입니다.

많은 분들이 위로와 걱정, 안부를 묻는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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