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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우리 부부는 이렇게 먹고 산다

by 일본의 케이 2020.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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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신년회에서 옆에 앉았던

여직원이 내게 물었다.

[ 정상, 이상한 질문인데,,정상네는

한식이 많아요? 일식이 많아요? ]

[ 그게 왜 궁금했어요? ]

[ 그냥,,한일커플들은 평상시에 집에서 뭘

 자주 해먹는지 알고 싶더라구요 ]

유키코 상은 한국에 한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관심이 엄청 많은 40대 독신녀이다.


뭘 먹고 사는지 일일이 설명하기 그래서

블로그에 올렸던 음식사진들을 보여주자

질문이 방언 터지듯 터졌다.

깨달음은 매운음식을 잘 먹는지,

미소시루(된장국)은 매일 끓이는지,

사시미는 자주 안 먹는지,

한국재료는 어디서 사는지,

일본요리는 어디서 배웠는지, 그리고

나물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질문으로

신년회가 끝날 때까지 한국요리에 관해 물었다.

결혼을 하고 8년이 되도록 우리집은

변함없이 아침밥을 먹는다.

빵으로 대처를 하자는 제안을 몇 번인가 했던

기억이 있는데 역시 빵보다는 밥이 낫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아침밥을 챙겨 먹는다.


 반찬은 그날 그날 만드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두번씩 미리 만들어 놓는다.

대부분 한국의 반찬가게에서 볼 수 있는 반찬들이

많다. 콩조림, 우엉조림, 미역줄기볶음, 

무우나물, 김무침, 야채조림, 멸치볶음, 

호두조림, 마늘쫑볶음, 콩나물, 시금치,

 버섯볶음 등등 가끔은 한국도 아닌 일본도 아닌

 퓨전식 반찬을 만들곤 한다.

김치류와 우메보시는 늘 꺼내놓은 편이고

샐러드와 생선, 미소시루도 되도록이면

다른 맛을 볼 수 있게 구성을 한다


토마토와 우유는 매일 빠지지 않고

내 놓고 있고 가끔 깨달음이 좋아하는

꼬막을 구입하는 날이면 아침과 

저녁으로 두번 내놓기도 한다.

깨달음도 그렇고 나도 아침에 먹은 반찬은

저녁에 잘 먹지 않으려고 해서

늘 새로운 반찬, 새로운 음식을 만들려고 

신경을 쓰고 있는 편이다. 

주말이면 느긋하게 일어나 아침겸 점심으로

 김밥을 싸기도 하고, 우리 둘다 좋아하는

문어솥밥이나 굴솥밥을 해서 먹기도 한다.


엊그제 구정설날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엄마에 전화를 했더니 설날이니 

깨서방에게 맛있는 거 해 먹여라.

깨서방이 살빠졌더라, 좋아하는 거 해줘라,

잘 먹고 사는 게 최고니까 먹는 것을

허투루 하지 말고 잘 챙겨 먹어라 그래야

병도 낫고,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다. 그 틈을 타서 깨달음은

 음식장만 많이 하셨는지 자기도 먹고

 싶다며 칭얼거렸고 엄마는 깨서방이 

좋아하는 것을 많이 했는데 먹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하셨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서 마지막 남은 떡국을

끓여서 간단히 먹으려고 했는데

깨달음이 잡채랑 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 깨달음,,신정때 다 먹었잖아 ]

[ 그 때는 그 때고,,아,,그 날 갈비 안 먹었어 ]

[ 그러긴한데,,신정 한번만 하기로 하지 

않았어? 우리? 귀찮으니까 ]

[ 아니지, 신정은 신정, 구정은 구정으로

설을 쇠야지 기분이 나지 ]

[ 그럼, 잡채하고 갈비만 하면 되지? ]

[ 전도 있어야 설날같지 않아? ]

[ ..........................]


내 눈초리가 매서워서인지 자기가 전을

부치겠다며 벌떡 일어나 앞치마를 둘렀다.  

 그래서 결국 깨달음 요청에 의한 메뉴들로

 구정 상차림을 준비했고 깨달음은

 입안 가득 음식들을 넣고 좋아했다.


뭐든지 잘 먹어줘서 고마워 열심히 만들긴 

하지만 귀찮은게 사실이다.

 내 주변에 한일커플들 얘기를

들어보면 깨달음처럼 한국음식을

좋아하는 일본인 남편들이 의외로 적어서

 대부분 일식이 많다고 했었다.

또한, 아침은 빵으로 먹는 가정이 많았고

저녁엔 간단히 조리된 음식으로 대처할 때도

많다고 했다. 한국음식은 나물이든 뭐든

손이 많이 가서 만들지 않는다는 분도

계셨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좋아하는

깨달음은 이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되는 건 내가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깨달음의 요청?을 별 불만없이

받아줄 수 있는게 참 다행스러운 것 같다.

한식이든, 일식이든 맛있게 먹고

행복해한다면 조금은 귀찮아도

만들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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