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깨달음, 당신은 영화라도 보러 나가지? ]
[ 그냥, 나도 병원에 같이 갈까? ]
[ 아니야, 정기검진이잖아 ]
좀 늦은 아침을 차려주고 나는 따끈한 물을
한 잔 마시고는 끓여놓은 보리차를 텀블러에
가득 담아 집을 나섰다.
병원 정기점진을 하는 날인데 하필
담당의 사정으로 오늘이었고 아침부터
채혈을 해야 해서 속을 비워둬야 했다.
차분히 병원까지 음악을 들으며 걸었다.
다행히도 요 몇 년은 특별히 아픈 곳이 없었다/
중년 여성들에게 오는 신체적 변화에 따른
질병 같은 것도 없었는데 작년부터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게 신경이 쓰였다.
식생활 개선을 하면 좋아진다고 했는데
아무리 식단을 바꾸고 애를 써도 역시나
여성호르몬 감퇴로 인해 좀처럼 수치가 떨어지지
않았지만 담당의 말이 내 나이 또래는 흔한
증상이라길래 대스럽지 않게 생각했다.
그 대신 매달 체크를 해 보자고길래 동의했고
지난달부터는 약을 복용해보자고 제의해서
약을 먹게 됐고 오늘도 언제나처럼 채혈을 하고
6개월에 한 번씩 하는 동맥 초음파도 찍었다.
그러기 위해서 두시간 빨리 병원에 도착해
모든 검사를 다 마치고 결과를 듣기 위해
진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예약시간 1시간 30분이
지나도 내 번호는 알림판에 뜰 생각을 안 했다.
정확히 1시간이 지났을 무렵부터 환자들 사이에서
진찰이 너무 늦어지는 게 아니냐고 불만이 터졌고
내과 종합카운터 앞에서는 오사카 사투리가
심한 어떤 아저씨가 예약시간 1시간 오버하는 게
요즘 세상에 말이 되는 거냐고 더 이상 못 기다린다며
목소리가 커졌고 지금 당장 의사를 만나게 하라고
요구했지만 간호사들이 죄송하지만 그래도 순서를
지키셔야 한다고 같은 말만 반복하자 화가 난
아저씨는 끝내 번호표를 카운터에 내 던지듯 뿌리고
성난 발걸음으로 병원을 빠져나가버렸다.
유난히 우리 담당의는 예약시간과 무관하게
딜레이가 심하다는 걸 1년 동안 다니면서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나도 정말 참는데 한계가 올 정도였다.
깨달음에게 열불 나는 상황을 토로하며
투덜거리다가 정확히 2시간이 지나서야
내 차례가 되었고 지난달부터 복용하고 있는
약 덕분에 부작용도 없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혈관에도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렇게 10분도 안 걸리는 진찰을 마치고
다시 나와 회계를 기다리며 시계를 보니
2시 반이었다.
9시에 병원에 들어와서 5시간 넘게 이렇게
소비했다고 생각하니 다시 화가 치밀었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그냥 참았다.
집으로 가려고 깨달음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 고프지 않냐면서
채혈했으니 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기를
먹어야 하지 않겠냐길래
고깃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내가 김치와 나물들을 마주한 시간은 정각 3시,
21시간 강제적? 금식을 당한 덕분에
며칠 굻은 사람처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전화로 미리 주문해 둔 삼계탕을 후후 식혀가며
먹는 동안 깨달음은 숯불에 고기를 구웠다.
진찰을 기다리다 화내고 가버린 오사카 아저씨
얘기를 해줬더니 자기 같아도 1시간은
못 기다린다면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유도리없는 담당의가 문제가 있다고 했다.
[ 맞아,, 시급으로 따지면 1시간이 얼마나 큰데..
나도 5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10분 진찰을 위해
기다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화가 났어.
그래도 참았지만...]
[ 잘 참았어.. 분명 그 담당의 무슨 조치가
있을 거야, 지금처럼 환자들 무작정 기다리게
하면 클레임 들어와서 그 병원 가만 있지 않을거야 ]
우린 종합병원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에 대한
얘기를 하며 식사를 계속했다.
아무튼, 귀한 주말 하루를 모두 날려버리긴 했지만
혈관도 문제없고, 콜레스테롤 수치로 정상으로
돌아왔으니 얼마나 다행이냐며
뒤늦게 레드 와인을 주문해 마시며
잠시 고기를 부위별로 음미하는 여유를 부렸다.
모든 한일 커플들이 품고 있는 문제
결혼생활 10년,, 집안에 별거를 시작한 지5년째인 다빈 씨(가명)는오늘도 울지 않고 씩씩했다.내가 그녀를 처음 본 건 다음 블로그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 유학시절을 보냈던 곳에 살고
keijapan.tistory.com
깨달음은 늘 같은 메뉴인 갈비탕을 주문하면서
엄청 맵게 해 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 내가 생각해 봤는데 뭐든지 잘 먹으면 돼,
그래야 감기든, 코로나든 이겨낼 수 있어.
작년에 내가 코로나 걸렸을 때 입맛이 없었지만
당신이 매일 다른 메뉴로 밥상 차려줬잖아,
그래서 금방 나았는데.. 정말 먹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됐고 당신한테
정말 고맙게 생각해 ]
[ 그래서 아까 전화했을 때 고기 먹자고
바로 말한 거였어? ]
[ 응, 당신 고기 좋아하니까 먹이려고 ]
[ 고마워..]
남편이 한국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들
아침으로 칼국수를 먹겠다는 깨달음을말릴 수 없었다. 면 보다 밥이 좋은 나와 달리 깨달음은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남대문 칼국수를꼭 체험해 보길 원했고 다행히도 그곳엔찰밥이 덤으로 딸려
keijapan.tistory.com
아들이 야구를 그만 두다
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소년야구 때부터 지금까지 했는데..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는 아직 안 했다네..다음 달에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모일 거래.. 도훈이가 야구를 그만 둔대.코치도 말리
keijapan.tistory.com
황금 같은 연휴 중에 하루가 순삭하고 사라져
버렸지만 맛있는 고기와 와인을 한 잔 마시고 나니
또 언제 화가 났었나 싶을 정도로 온순해지고
술기운이 돌아 기분이 좋아진다.
단순하게 사는 게 좋다.
화낼 것도 없이..
맛난 거 먹고 술 한 잔으로 털어내 버리면 된다.
그렇게 심플하게 생각을 바꾸고 나니
내 몸도 트러블 없이 유쾌하게
잘 풀리고 있는 것 같다.
깨달음의 협력과 응원에도 감사하며
우린 또 건배를 했다.
'지금 일본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장난 온수기를 보다가,,, (0) | 2025.03.23 |
---|---|
일본은 죽어서도 이혼을 한다 (0) | 2024.09.19 |
일본에서 요즘 유행하는 재해 물병 (0) | 2024.09.04 |
일본 온천에서 꼭 지켜야 할 것 (2) | 2024.08.19 |
일본에 아무리 오래 살아도,,, (6) | 2024.07.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