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샤워중이던 깨달음이
젖은 몸에 수건을 두루고 나와서는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급탕기
(給湯器 온수기)가 고장난 것 같은데
키친쪽은 어떠냐고 물으면서
리모콘이 아예 작동을 하지 않는다고
춥다며 벌벌 떨었다.
머리를 감고 있던 중이었다는 깨달음은
일단 찬물로 샴푸를 씻어내고 나왔다며
온수기 설치센터 전화번호를 찾았다.
내가 일단 센터에 전화를 하고
방문날을 잡고는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야마다덴키(ヤマダ電機 )에
가서 일단 고장상태를 얘기 했더니
연식이 10년 넘으면 고장이 난다며
교체하는 게 좋겠다고 미리 견적을 냈는데
적어도 40만에서 50만엔(약 5백만원)까지
교체비용이 든다고 했다.
생각보다 비싼 온수기값에 놀라 원래
온수기가 그정도 드는가 싶으면서도
고치지 않으면 샤워를 못하게 생겼으니
일단 기사분이 직접 와서 보고 다시 견적을
뽑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먼저 우리 맨션 설비 전문인
도쿄가스에서 오셔서 배란다에 설치도니
온수기 상태와 리모콘, 그리고 욕실 리모콘들을
뜯어서 뭐가 문제인지 면밀히 살폈다.
연식이 오래되면 부품이 아예 없는 게
태반이어서 통채로 바꿔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며 새 리모콘을 달아서 작동을 시켜보셨지만
되지 않았고 리모콘이 먹통인 상태로
겨우 온수만 나오게 손을 봐주셨다.
[ 리모콘만 고장이면 좋았을텐데 본체를
뜯어보니 기반(基盤)이 고장났네요,
바꾸셔야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온수가
나오긴 하는데 리모콘이 없으니
온도 조절이 안 될것이고
언제 온수가 끊길지 모르는 상태니..
통채로 바꾸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
그리고 오늘, 공사를 할 업체에서
다시 체크를 하고 공사에 필요한 비용및
시간, 공사날짜까지 견적을 빼주셨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어간 소바야에서
술을 한 잔 하면서 냉장고를 시작으로
가스렌지, 화장실 비대기(ウォシュレット)
이번에는 온수기까지 10년이 지난 가전제품들이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는 현실에 생각지도 못한
지출을 어떻게 메우는 게 좋을지 얘기했다.
[ 그러고 보니 거의 다 바꾸고
세탁기만 아직 멀쩡하네..]
[ 에어컨도 아직 괜찮은데 올 여름쯤엔
바꿔야할지 몰라.그것도 10년이 넘었거든,, ]
[ 그러네...]
이번 기회에 오래된 가전을 모두 새 것으로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얘기도
하면서 당장 내일부터 공사가 시작되는 날까지
날마다 목욕탕을 가야하는데 집근처에
목욕탕이 있는지 검색도 함께 했다.
[ 근처에는 없지만,,그래도 씻으려면
저녁이 낫겠지? 아침은 바쁘니까 ]
[ 퇴근하고 목욕탕에 가면 되겠네 ]
[ 그러네..]
우린 어릴적 엄마가 큰 양동이에 물을 데워주면
형제들이 차례대로 찬물 섞어가며 씻었던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를 했다.
소바야를 나와 아침에 겨우 머리만 감고 나온
깨달음을 위해 바로 사우나를 하러 갔다.
느긋하게 암반욕도 하면서
예상치 못한 지출은 여행여비로
매달 모아둔 것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 우리 한달에 25,000엔씩 여행비를 별도로
모았는데 이번달부터 5만엔씩(약50만원)
하는게 어때? ]
깨달음이 느닷없이 두배로 인상하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해서 좀 많지 않냐고 했더니
다음달에 한국에 갈 건데 한국이 일본보다
물가가 더 비싸졌으니까 비용이 예전보다
더 들테니 미리 모아두자고 했다.
[ 그러긴 해..한국이 너무 비싸졌어..
그래도 한달에 5만엔씩 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많은데...]
[ 아니야,,요즘 물가도 비씨고 해외 나가면
엔이 약해져서 두배정도 여비를 가져가야 되니까
미리미리 모아두는 게 좋지 않아? ]
동의를 구하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지만
난 즉답을 피하고 잠시 생각을 했고
한달에 여행을 목적으로 각자 5만엔씩 모으면
여행 외에 다른 용도로도 사용하게 되고
이번처럼 큰 금액의 경비가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알겠다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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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여행비가 많이 모아지면 아직 고장나진
않았지만 세탁기랑 에어컨도 새 걸로
교체하자고 한다.
결혼하고 10년이 넘게 써왔던 가구, 가전들이
이젠 하나 둘씩 작동을 멈춰가고 있다.
부품이 있으면 새로 교환하면 되는데
요즘은 10년 지나면 부품자체도 생산을
하지 않으니 새 것으로 구입할수 밖에 없다.
새 것으로 바꿔 다시 길들여지고 때로는 부품을
교체해 예전처럼 사용하기도 하는 가전들이
어찌보면 우리네 인간사와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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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어딘가 아프고 고장이 나면
치료나 수술을 해서 떼어내기도 하고
새 것으로 교체해서 살아간다.
특별히 고장나지도 않았는데 멋진 디자인과
새로운 기능에 현혹되어 신모델을 사듯이
새 사람을 만나 다른 삶을 꾸려나가기도 한다.
그렇게 살다가 수명이 다하면 고물이 되어
버려지고 또 어디에선가는 끝없이
신감각의 디자인과 기능을 장착한
예쁜 새 생명이 만들어진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도 그대로인 건
늙어가는 우리의 마음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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