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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부모님을 두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by 일본의 케이 2017.08.13

깨달음은 아침일찍 나고야로 출발을 하고

난 오전에 처리해야할 일들을 마친 뒤

신칸센에 몸을 실었다.

두시간은 신칸센, 그리고 두시간은

버스를 타고 시댁에 도착한 나는

시댁이 아닌 마트로 먼저 향했다.

저녁을 해드리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사기 위해서였다.

[ 시간 없으니까 그냥 스테이크 주문하지 그래?]

[ 그러긴한데 그래도 하나 정도는 

내가 만들어 드리고 싶어서..

지난번에도 못해드렸잖아,,]

[ 그래,, 그럼 당신이 알아서 해..]

 토실토실한 감자를 고르고 있는데

또 전화가 울려온다.

[ 당신 뭐 해드릴려고? ]

[ 잡채랑 감자전을 해드릴까하고,,

[ 아버지랑 통화 했는데 지금 

이가 아프셔서 잘 못 씹으신데 그래서 

부드러운 햄버거 스테이크가 좋다고

하셔서 내가 주문해 놨어, 그니까 당신 뭐 

만들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와]

[ 알았어...]

집에 도착하자, 깨달음은 불단에 사온 선물들을

올려놓고 기도를 하는 중이였다. 


[ 조금 있다가 배달 올 거야, 주문 한 거..]

[ 알았어,,]

내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깨달음이 쪼르르

따라와서는 뭘 사왔냐고 쇼핑 가방을 펼쳤다.

[ 아버님, 고기 좋아하시니까 불고기 

만들어 드릴려고 샀어,,스키야끼용으로 ]

[ 괜찮은데...]

[ 오늘 저녁에는 주문한 거 드시고

이건 재워두면 언제든지 드시잖아..

 오늘은 조금 맛만 보시게 하고...]


불고기 준비를 하는 동안, 깨달음이 안방에서

아버님께 내가 가지고 온 당면을 

설명해 드리고 있었다.

[ 오토기 단묜(오뚜기 당면)이라고 적혔네,

아, 한문로도 적혀있어, 하루사메라고...]

옆에서 어머님이 

안경을 끼고 보여달라고 하셨다.  

불고기가 끓고 있는 동안 

배추를 소금에 절여 냄비로 눌러 놓고

피망과 함께 석이버섯들을 볶았다.

그렇게 번개처럼 만든 배추절임과 야채볶음,

불고기를 내놓고 주문한 음식이 오고

저녁식사가 시작됐다.

 아버님이 불고기가 부드러워서 먹기 

편하다며 좋아하셨다.



[ 내가 게이트 볼을 하러 다닐때 한국사람이

한명 있었어, 아마 재일동포였을 거야,

그래서 경기가 끝나면 그 친구랑 항상 

야끼니쿠야(고깃집)에 가서 이런 고기 정식을

먹은 기억이 난다, 맛이 똑같애.. ]

[ 불고기 정식이였어요? ]

[ 무슨 정식이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이렇게 촉촉하게 국물이 있는 고기 였어.

전혀 맵지 않고,,야채도 들어있고,,]

[ 아버지, 그거 불고기 정식이였을 거야,

나물 같은 것도 나왔지? ]

답답했는지 깨달음이 이것저것 물었다.

[ 응, 고소한 참기름 향이 나는 무침 같은 게 

몇가지 나왔어, 그 때 생각이 나서 

아주 맛있구나, 케이짱, 고맙구나..]

어머님은 일본 스키야끼와는 향이 좀 

다르다며 양념으로 뭘 넣었는지 물으셨다.



그렇게 우린 아버님의 옛기억들,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들을 얘기하며 유쾌한 저녁을 마쳤다.

[ 역시, 케이짱이 오니까  참 행복하구나 ]

[ 자주 못 와서 죄송해요. 

근데 아버님 살이 많이 빠지셨네요]

[ 응, 잇몸이 아프더니 틀니가 헐렁해져

씹지를 못하겠더라구,,]

[ 병원은 가셨어요? ]

[ 갔지..근데 특별히 약이 없대..

늙으면 죽는 일만 남았다는 소리겠지..]

[ 그럼 아무 약도 안 받아 오셨어요?]

[ 아니,,진통제만 받아왔지..

늙어서 어쩔 수 없다고 의사가 그러면

알면서도 왠지 조금 서운하더구나,]

[ 다른 병원에 가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 다른데도 갔는데 같은 말만 했어.

나이 먹으면 다 그렇게 된다고,,

틀니를 새로 하던지 하라는데 멀쩡한

틀니를 할 필요가 없어 그냥 왔단다,,]

우리가 병원에 직접 모시고 가면 좋을련만

우린 다음날 아침 바로 도쿄로 올라와야했기에

약속을 드리지 못한채 늦은 밤까지

아버님의 건강과 어머님의 건망증에 관한

얘기를 들어드렸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시작한 두분께 깨달음이

어제 남은 불고기를 전자렌지에 데우려하자,

아버님이 낮에 먹을 거니까 냉장고에

 넣어두라고 하셨다.

[ 내가 먹으려고 했는데..못 먹게 하시네..]

깨달음이 내 쪽으로 와서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를 하고 지나갔다.

[ ............................... ]

늘, 그렇지만 아주 간소하게 내 놓고

아침을 드신 시부모님을 지켜보다

우리 초밥집에 미리 예약해둔 초밥을 받아 

냉장고에 넣어두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자

아버님이 날 불렀다.

[ 케이짱, 잠깐 이것 좀 보고 가렴,

올 해, 감이 주렁주렁 열렸단다 ]

마당에 감나무를 내게 보여주고 싶어서 

자리에서 힘들게 일어나셨다.


[ 9월말이면 맛있게 익을 게다, 그럼 그때

모두 따서 보내줄게..]

[ 네,,아버님, 기다릴게요 ]

그렇게 집을 나서려는데 마침 도우미 아주머님이 

오셔서 건강상태를 체크하시고

 집안 청소를 시작하셨다. 

[ 아버님, 그리고 어머님, 추석 잘 보내시고

제가 또 올게요]

[ 응, 케이짱도 아프지 말고,

내가 갈 때가 됐는지,,사람들하고 이별하는 게

점점 싫어진다, 주책없이..]

[ 아버님,,제가 또 금방 오도록 노력 할게요]

[ 그래...조심히 가거라,,] 


다시 나고야로 향하는 버스가 출발을 하고

우린 한참을 아무말 없이 창밖만 바라보았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도 그렇고 걷는 게 

확연히 힘들어 진 것 앞마당을 

나가실 때야 알았다. 이렇게 직접 내 눈으로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많았다.

생각에 잠겨있는 날 툭 건들며

 깨달음이 말을 건넨다.

[ 고마웠어..시간도 없었는데..]

[ 아니야,감자전을 못해드린게 좀 걸리네..

갈아서 부들부들하게 지져 놓았으면 

드시기 편하셨을텐데, 식어도 괜찮고,,..] 

[ 괜찮아, 잇몸 때문에 잘 드시지도 못하잖아 ]

[ 그래도,계속 걸리네.틀니가 자꾸 움직이니까 

잇몸이 더 상할 것이고 치과에서 받아온 

진통제로 참고 지내실텐데..]

우린 또 침묵 속에 들어갔다.

어느 병원을 가도 90살 넘은 노인이라고

환자로도 봐 주지 않을 때가 가끔 있어

 좀 서운하시다는 아버님..

그래서 당신의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한다며 테이블 끝에 가지런히 

놓아둔 비상약과 연고들이

보는 이의 마음을 더 착찹하게 만들었다.


시댁도 그렇고 친정에 가서

되돌아 올 때마다 매번 하는 고민들이지만

이 늙은 부모들을 우리 자식들은 어찌해야할까....

같이 사는 게 100%정답이라 

정의할 순 없지만 자주 들어다보며

불편한 부분을 곁에서 케어해 드리는 게

최고의 효도라는 걸 알면서도 왜 그런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뻔히 알고 있는 답을 외면한채 현실이라는 

에 몸을 숨기고 있는게 사실이다.

답답하고, 먹먹하고, 착찹하고,,,

내 자신에게 짜증스럽기도 한다.

이렇게 잠시 애처롭고, 가슴 아파하다가

 또 일상으로 돌아와 아무일 없었던 듯

 잊고 살아간다.

그런 안타까움과 바쁜 일상을 오가는 사이,

 부모님은 한 분씩 세상을 떠날 것이고,,

그 때서야 또 미치게 통곡을 하겠지..

조금은 무리를 하더라도

살아계시는 동안 찾아 뵙도록 노력하는게

지금으로서 최선이 아닐까 싶다.

부디, 모든 부모님이 자식이 다시 얼굴을

보여드릴 때까지

 건강하시길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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