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지에 들어가 따끈한 우유를 한 잔 엄마께
드리고 깨달음에게 전화를 했다.
내 목소리를 금방 알아차리고 묻는다.
[ 싱가포르야? 다들 별 일 없으시지?
어머니도 좋아하셨어? 근데 왜 울어? ]
한번 터진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난
대답을 못했다.
[ 왜? 무슨 일 있었어?]
[ 아니,,내가 막판에 못 참고
엄마한테 짜증 내버렸어...]
[ 왜 그랬어..어머니를 위한 여행이였잖아,,
좀 참지 그랬어..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지만,
무조건 어머니한테 잘못했다고 그래..
마지막까지 어머니 기분 맞춰드려,,,
지금 바로, 어머니께 죄송하다고 그래,알았지? ]
[ 알았어..]
마지막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싱가포르 공항에서 엄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제발, 말 좀 들으시라고 악을 써 버린 것이다.
딸들이 하는 말들은 전혀 안 들으려하고
당신 고집대로, 당신이 지금껏 해왔던 습관대로
당신이 이제까지 믿었던 그 믿음대로
행동하시려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고 만 것이다.
엄마가 평소 하시던대로, 하고 싶으신대로
하게 나는 그저 지켜보고 도와드렸어야했는데
너무 많은 것들을 엄마에게
가르치려했고, 고치려고 했고
습득했으면 하는 마음에 간섭을 하고 말았다.
[ 엄마, 포크는 오른쪽에 놓고 드셔~]
[ 엄마, 가이드가 얘기할 때는 끼여들지 마~]
[ 엄마, 다른 사람이 늦게 오던 말던
상관할 필요 없어~ 신경 쓰지마~]
[ 엄마, 그 약은 씹어 드시는 게 아니야,,]
[ 엄마, 여기서 길 잃어버리면 못 찾으니까
꼭 붙어 다니셔야 돼~]
[ 엄마, 왜 같은 말을 자꾸 하게 해,,
내가 말했잖아, 이것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
[ 엄마, 여기서는 다리를 올리면 안된다니깐,,]
[ 엄마,,음식을 조심씩 가져와서 드셔,,]
[ 엄마, 모르는 사람들한테 쓸데없이
자식자랑 같은 거 하는 거 아니야,,
싫어해,,사람들이.. ] 등등,,
기항지에서 관광을 하기 위해 하루에 만보 이상을
걷는 팔순 노모의 무거운 몸상태를
배려하지 못한 나,,
티눈 수술을 한지 며칠 되지 않아
검지 발가락이 욱씬거려 천천히 걸었던 것을
난 빨리 오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친다며 재촉을 했던 나,,
생전에 포크, 나이프를 사용해 볼 일이
없었던 엄마에게 이렇게 하는거라고
몇번이나 같은 말을 하며 편한 마음으로 식사를
하게 못해드렸던 나,,,
하루에도 한움큼에 약을 드시는 엄마에게
약을 남용하는 게 아니라며
쓴소리로 참견을 하고 못 드시게 했던 나,,,
속이 쓰리면 우유로 속을 달래셔야 하는 것도,
국물이 없이는 식사를 힘들어하신다는 것도,
친구분들에게 드릴 선물을 사고 싶어도
현지에서 말이 안 통해 그냥 참으신 것도 모르고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야한다며
쓸데없는 잔소리를 늘어 놓아 버린 나,,,
엄마의 고집스럼이라고 치부해 버리고
내 상식을 강요해 버린 나,,,.
바다를 좋아하시는 엄마가 크루즈여행을 가면
좋아하실 거라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모셨는데
기본적으로 내가 늙은 부모에게 해드려야할
배려가 너무도 부족한 상태였음을
뼈져리게 느꼈다.
입으로만 가슴으로만 엄마를 위했을 뿐
막상 현실에서 엄마를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노인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가 준비되지
않았던 내 자신의 어리석음, 은연중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했던 내 자신의 못남이 죄스럽고
부끄럽고,, 그런 내게 동생이 카톡을 보내왔다.
일본 공항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깨달음이
리무진을 타기 전에 엄마에게
전화를 드리자고 했다.
[ 오머니,, 여행은 즐거우셨어요? ]
[ 응,,깨서방 덕분에 좋은 구경 했네요 ]
[ 오머니, 피곤 하시죠? ]
[ 아니, 인자 집에 온께 안 피곤하그만.. ]
[ 오머니,,케이가 잘못했어요]
[ 아니여,,내가 잘못했어..]
[ 오머니, 케이를 용서해 주세요~]
[ 아니여, 아니여,,내가 말을 안 들어서 그랬어..
다 내 잘못이여,내가,.괜히 깨서방한테 미안하네..]
[ 오머니, 다음에는 저랑 같이 가요~]
[ 그러세,,같이 가세~]
통화를 끝낸 깨달음이 울고 있는 나를 바로
앉히더니 조심히 묻는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 당신, 미에(시댁)에서는 잘 했잖아,
우리 엄마, 아빠 눈 높이에 맞춰서 잘했잖아,,
지난번에 내가 음식 너무 많이 드시는 것 같아
그만 드시라고 했을 때 당신이
날마다 먹는 것도 아니고 우리들이 왔을 때나
드시는 거니까 맘껏 드시게 하라고
먹는 걸로 스트레스 줘서는 안 된다며
나한테 그랬으면서 왜 어머니한테는
못 먹게 했어? ]
[ 아니,,엄마가 생각보다 복부비만이 심각했어..
예전보다 더 심하게..그래서 나는 엄마 건강을
생각해서 야채나 과일을 많이 드셨으면 했는데..]
[ 크루즈가 처음이여서 궁금한 게 많았을 것이고
모르는게 당연하잖아,,음식들도 새로운 거여서
그려셨을 것인데 왜 서운하게 그랬어...]
[ ............................. ]
[ 다음에는 나랑 같이 다른 곳으로 모시고 가게
진정하고,,어머니에게 사과 드렸으니까
어머니도 이해해 주실 거야,,]
리무진 버스에 타서도 난 눈을 감고 엄마와의
시간들을 되돌려 보았다.
시부모님께는 하고 싶은대로 하시게 했으면서
왜 친정 엄마한테는 화를 내고
못하게 막고, 잔소리를 했을까...
즐거우시라고 모시고 간 여행이였는데
나 때문에 힘들고 피곤하고 서운함 마음이
들었을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와서
또 눈물이 흐른다.
http://keijapan.tistory.com/818
(자식은 부모마음을 절대 모른다)
진정한 효도란,,부모편에 서서 바라보고
부모님이 원하신는대로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는
기본조차도 모른 채 엄마를 모시고 간 나는
시간이 갈수록 알수없는 죄책감에 빠져든다.
고분고분, 엄마의 말에 호응하고 더 귀기울려
들어 드렸어야 했는데 이제와서
뒤늦은 후회로 가슴이 져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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