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우린 부모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by 일본의 케이 2017. 9. 4.

아침 7시, 시댁을 나왔다는 카톡을 받고 

5시간만에 깨달음이 집에 도착을 했다.

조금은 핼쑥해진 모습으로 들어온 깨달음에게

 카메라를 대자 멈칫하며 찍지 말란다.

[ 왜? ]

[ 모습이 심난해서....]

[ 아니, 괜찮아, 멋져~ 그리고 원래 일상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거라고 당신이 그랬잖아 ]

[ 그럼, 이것도 찍어~~]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ㅜㅜㅜ를

하는 걸 보니 기분은 썩 나쁘진 않은 듯 했다.

[ 슬프다는 뜻이야? ]

[ 아니,,그냥 재밌으라고..피곤해서

죽겠다는 뜻이야,,,]

어머니를 입원시키고, 홀로 계신 아버지와

3일밤을 함께 하고 돌아온 깨달음의 마음이

무겁지는 않을까 싶어 가볍게

분위기를 살폈는데 까부는 거 보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 어머니는 지금 어때? ]

[ 응, 우리 엄마, 입원하시니까 완전 좋아졌어.

집에서 아버지 밥차려 드리고, 빨래하고, 

그런 집안 일들이 하기 싫었나봐, 

완전, 병원에서 말도 잘하고 

몸도 좋아지고, 잘 드시고, 그래..]

[ 아버님은?]

[ 아버지는 엄마랑 같이 요양병원에 들어가는 걸로

모두 서류처리 했고, 바로 들어가자고 했더니

들어가기 싫다고 고집 피워서

그럼, 혼자서 조금 지내보시다가 결정하되,

엄마 혼자 외로우니까 되도록 빨리 시설에

들어가게 마음 정리하시라고 했어 ]

[ 자리가 나온 거야? ]

[ 지난번에 말한 제일 비싼 곳은 남아있었어.

동생이랑 둘이 생각하다가 그냥 

비싸더라도 모시자는 결론을 내렸어]

[ 그래,,잘 했어..] 

http://keijapan.tistory.com/1004

(일본의 요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이유)


[ 근데, 아버지가 자기는 집에서 죽을 거라고,,

아버지도 바로 들어가면 좋은데,,

고집이 세서,,자기까지 병원에 들어가고 나면

앞마당 화초들이며 포도나무, 감나무들,

누가 돌보냐면서, 안 들어가겠다고 그러셨어.

그리고, 둘이 시설에 들어가면 지금 집이

빈집 되어버리니까,그것도 마음에 걸리셨나 봐 ]

깨달음이 갔던 날부터  아버님은 늘 그렇듯

마당에서 물도 주고, 벌레도 잡고, 

잡풀도 뜯고, 가지도 치고 하루종일

다리가 아프다면서도 왔다갔다 하셨단다.

당신이라도 이 집을 떠나서는 안 될 것같다며

혼잣말을 하시며 입소 신청을 취소하면 

안 되겠냐고 두번이나 물어보시더란다.


[ 정말 아버님 집은 어떻게  할 거야?]

[ 빈집이 되겠지.근데 당분간은 빈집 관리하는 

곳에 맡겨서 청소라든가 잡다한 일들을 부탁할 

생각이야,,]

[ 팔면 안 돼? ]

[ 사는 사람도 없을거야,비워 두기엔 아깝긴 한데.

별 방법이 없잖아,,우리가 내려가 그곳에서 

일을 하면 되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으니....]

[ 그러겠다.. 게스트 하우스라도 할까?]

[ 그럴려면 여기저기 리폼을 해야되고,

누군가 그곳에 있어야 하잖아,,]

[ 아,,그러네...]



[ 그럼 아버님은 일단 보류 한 거야?]

[ 아니, 시설측에 전화해서 아버지 얘기를 

일단 했고, 아마 1,2주후에는

시설 관계자가 입소 권유를 할거야,,

노인 혼자 있다가 뭔 일이 나도 모르고

불안하니까 자식들 위해 들어오라고

설득한다고 했어..]

그러더니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내 것이라며 쑥 내밀었다.

쓰레기 봉투, 모기약, 상품권이였다. 



[ 어제 아침부터 하루종일 동생이랑 둘이서

집안 대청소를 했는데 쓰레기봉투가 

얼마나 많던지,,그리고 우리가 사 드린

모기약도 20개 넘게 그대로 있었어,

돈도 여기 저기서 나오고, 엄마가 써 놓은

메모 같은 것도 얼마나 많던지..

그 외도 너무 물건들이 많아서 치우는데

죽는 줄 알았어. 버릴 것도 많지만

쓰지 않은 새 물건들이 많아서 버리기엔

아깝고,그 상품권도 엄마 서랍 여기저기서

나온 건데 아버지가 당신 주래, 

당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

[ 못 가서 죄송했는데.....]

[ 수술 회복하는게 중요하다면서

꼭 몸보신 할 것 사 먹으라고 하셨어]

[ 왠지,,받기가 좀 그렇다,,]

[ 당신에게 주는 아버지 마음이야,

항상 고맙고 미안하대...]

[ 뭐가,,미안해..가지도 못했는데..]

http://keijapan.tistory.com/813

( 늘 미안해 하시는 우리 시아버지)


일단, 요양시설의 자리가 확보 되어서 

다행이지만 자식들의 의무를 시설에 

떠 맡기는 것같아 한편으론 개운한 마음이 

들지 않는 게 사실이다.

깨달음 선배처럼 홀로계신 아버지 병간호를 

위해 시골로 내려간 그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 선택을 하셨는지 지금에서야

실감을 하게 되었다.

[ 아버님은 그냥 혼자 계시고 싶을 때까지

생활하시라고 하면 안 돼?]

[ 그러면 좋은데, 행여 혼자 쓰러지고 그러면

도우미가 올 때까지 모르고

식사도 그렇고 여러면에서 불안하잖아,,]

[ 그러네...]

 두 분 모두 시설에 들어가 계시면 일단 자식들은

 한시름 놓게 된다. 치료도 해주고

일상생활도 도와주니 자식들은 그냥 그런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경제적인 부분만

책임을 지는 것 같다.

깨달음이 청소를 하며 가장 놀랬던 건

어머니 서랍 곳곳에서 발견한 

알수 없는 메모였는데 그거 읽어보니

기도문 같은 거였단다.

불교적인 내용이 적혀있고 건강, 무사고, 

안전,그런 한문들이 섞인 메모들이

 마치 부적처럼 없이 나오더란다.

자식들 이름이 따로 적힌 건 없었지만

가정화목이 타이틀인 것도 있었고

어려운 한문들로 적혀있었는데

무슨 뜻인지는 잘 알수 없었다고 한다.

소멸이라 시작된 메모지에는

욕심도 소멸, 악운도 소멸, 병마도 소멸, 

고통 소멸, 재난 소멸 등등 나쁜 것들이 

모두 소멸하라는 뜻인 듯한

내용의 메모들도 틈이 보이는 곳마다

몇 장씩 나왔다고 한다.

날마다 그렇게 메모를 하며 기도를 했을

어머니를 생각하니 좀 짠한 생각도 들고

미안하기도 했다는 깨달음... 

혼자라도 집을 지키고 싶어하시는 아버님,,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하고 기도하신 어머님,,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자식과 가족들을 

염려하는 부모님 마음을 우리 자식들은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댓글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