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내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보냈네,
지금 보낸 걸 보면 보낼까 말까
망설였단 소린데,,그래서 보내지 말라고
강조를 해 뒀는데 말을 안 듣네...]
조금은 짜증스러운 얼굴로
깨달음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6월달에 돌아가신 다카시 형님의 큰아들이
보낸 장례 답례품이였다.
답례품에 꼭 들어있는 감사글이 넣어져 있었다.
장례식에 참석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끝냈음을 감사하는 내용이다.
지난 추석(8월 15일), 우리가 시댁에 갔을 때
다카시 형님의 동생분이 저녁에 찾아오셨다.
형님이 돌아가신 후, 여기저기서
채권자들이 찾아와 문제가 좀 크게 났다고 한다.
형이 그렇게 많은 부채를 안고 있는 줄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일주일 후 바로 살고 계시던
집도 압류가 되었고, 그래서 집안으로
들어가질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날, 동생분이 시댁에 온 이유는
다카시 형님과 자기가 모르는 채무관계가
있었는지 50년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남긴 유산이 우리 시어머니 명의에서
다카시형님 앞으로 가게 된
경위와 그 증빙서류들을 확인하러 오셨단다.
도대체 재산이 얼마였고, 부채가 얼마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은 것과
혹, 우리 시부모님도 다카시 형님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하지 않았는지
그것도 궁금해서라고 했다.
아버님이 잠깐 어머님 눈치를 살피더니
[ 내가 입원해 있을 때 20만엔( 한화 약 200만원)
빌려주긴 했는데 그냥 그 돈은 수고비 명목으로
건넸어, 다카시한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가 아플 때 제일 많이 도와주고 해서
고마워서 난 애초부터 받을 생각은 없었어..]
듣고 있던 깨달음이 역시나 하는 표정이였고
어머님이 좀 주저주저하시더니
[ 작년에, 부인 죽기 전에 입원비가 밀렸다고 해서
50만엔( 한화 약 500만원) 빌려주긴 했는데
나도 아버지랑 같은 마음으로 줬기 때문에
돌려 받고 그럴 생각은 없어....]
깨달음이 두 분을 향해
[ 우리 아버지, 어머님 부자네, 아들한테는
한 번도 제대로 용돈 한 번
안 주시더만 다카시 형님한테는 많이도 줬네..]
라고 하자, 아버님이 아들 대신 해 준 게
많으니 당연히 다카시한테 용돈을 주는 게
맞는 거라 하시자 깨달음이 아무말 못했다.
(작년, 다카시 형님께 설명하는 깨달음)
다카시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
작년 가을에도 우리 시어머니께 연대보증을
부탁한 적이 있었고 그걸 알게 된 깨달음이
다카시형님께 어머님 대신 정중히 거절을 했었다.
그 당시에도 깨달음이 변호사와 세무사를 소개해
줄테니 부채 정리를 하라고 했었는데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나니 남은 자식과
친척들이 뒷처리를 해야하는 것이였다.
그래서 자식들도 상속포기 신청을 했고
동생분도 다카시형님과의 관계되는 것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 날도 어머님이 깊숙히 넣어 두셨던
옛날 서류들을 꺼냈고, 작년에 깨달음이 준비해 왔던
차용증, 내용증명서 등을 다시 꺼내
동생분께 설명을 했다.
원래 토목기사 였던 다카시 형님이
어쩌다 그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는지
어느 누구도 명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이유 중의 하나는
뇌졸증으로 스러져 의식불명의 아내의
병수발도 한 몫을 했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채무자가 사망하고 3개월동안에
상속포기를 하면 특별히 자식들에게
크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셨던 집에도 자식이 마음대로 출입을 하지못해
귀중품 뿐만 아니라 사진 하나도
마음대로 가지고 나올 수 없다고 한다.
변호사와 동행 없이는...
1시간이 넘도록 동생분과 얘기를 나누고
자리에 일어나면서 살짝 하시는 말씀이
먼 친척중에 한 분이 연대 보증을 섰던 모양인데
그 분이 지금 식음을 전폐하고 계신다고 한다
작년에 시부모님이 연대보증을 섰다면
그 많은 빚이,,,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돌아가신 분은 모든 것이 끝났지만
남은 자는 지옥같은 삶이 시작된다.
역시나 돈이라는 게 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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