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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세상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by 일본의 케이 2014.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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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8시 넘은 시각, 초인종이 울렸다.

나가 봤더니 택배 아저씨가 큰 박스를 들고 무겁다고 현관까지 들어 넣어 주신다.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감이 도착했다. 

전표에 감이라 적혀 있었는데 박스가 두 개로 나눠져 있다고 했더니

깨달음이 박스를 얼른 뜯어 보고서는 좀 익은 것과 단단한 것으로 분류되어 있다고 알려준다.

 시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잘 먹겠다고 근데 왜 이렇게 많이 보내주셨냐고 여쭤봤더니

올 해는 크기가 작아도 풍작이여서 많이 열렸다고 주위에 친구들하고 나눠 먹어라신다.

감사하다고 뭐 드시고 싶은 것 보내드리겠다고 그랬더니

아무것도 필요없으니 보내지 말라시며 전화를 서둘러 끊으려고 하셨다.

알겠다고 그럼 건강하시고 다시 한 번 잘 먹겠다고 인사를 드렸다.


 

전화를 끊고 쇼핑백에 일단 감을 나눠 챙기고 있는데

 깨달음도 사무실 직원들에게 줄테니 몇 개 챙겨달란다. 

 이 많은 감을 누구와 나눠 먹어야할지 생각을 좀 하다가

협회에게 알게 된 00씨에게도 조금 드릴려고 카톡으로 전화를 했다.

일본인 남편과 결혼생활 8년째 되는 00씨, 40대에 막 접어든 그녀,,

시댁에서 보내준 감 좀 나눠 먹으려고 전화했다고 그랬더니

그렇지 않아도 요즘 답답해서 나한테 이런저런 얘길하고 싶었는데 잘 됐다고 

대뜸, 시어머니와 어떻게 그렇게 편하게 지내냐고 묻는다.  

00씨는 내가 시댁 얘길 할 때마다 자기도 나처럼 시댁과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된다고 부럽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같은 일본인인데 자기 시어머님은 남편이 막내아들이여서인지 많이 관섭을 하신단다.

[ ............................ ]

 

[ 케이 언니,  언니네 시어머니는 무슨 말씀 잘 안하시지? 우리 시어머니는 그게 아니야~

지난 주에도 집 근처 오셨다가 들렸다가 저녁을 준비하는데

일본에서는 접시를 이렇게 놓는다, 우리집은 이렇게 맛을 낸다 등등

하나하나 가르치려 하시는 통에 스트레스가 쌓여 죽겠어~

그리고 아프시면 꼭 우리 애 아빠한테 전화해서는 하소연을 하는 것 같더라구,

내가 같이 병원 모시고 갈려고하면 괜찮다고 다 나았다고 그러시면서

남편한테는 우는 소릴 하는거야,, 얼마나 얄미운 짓만 하시는지,,,,

생각만 해도 짜증나 죽겠어,  언니네 시어머님은 전혀 그런 거 없잖아...

도대체 우리 시어머니는 왜 그러신지 미치겠어..]

[ ............................ ]

 

듣고 있다가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잠깐 고민이 하다가

 이제까지 내가 우리 시댁에 해 왔던 걸 다시 솔직히 말했다.

난 뭐든지 말을 하는 편이라고,,,

집안 일 같은 것도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지 못하는 걸 미리 말씀을 드리는 편이고

가족행사나 어떤 일이 생겼을 때도 며느리 입장에서가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아닌 건 아니라고, 싫은 건 싫다고 확실히 내 의사를 표현하는 편이라고 그랬더니

시어머니한테 어떻게 그러냐고 자긴 싫어도 그냥 [ 네]라고 대답을 한단다.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며느리이니까라고 꾹 참고 담아두면

 싫은 마음만 부풀게 되는 게 아니겠냐고 그냥 솔직히 자기 감정을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리고 난 그냥 우리 시어머니가 연세도 많이 드셔서인지

 짠한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 그랬더니

[ 언니, 나도 우리 시어머니가 짠한 생각이 들 때도 있어,,, 혼자 계시니까,,,

근데 미운소릴 한번씩 할 때마다 신혼 때부터 쌓아 두었던 서운함들이 계속 치밀어 올라~~]

남편의 태도, 시어머니의 성격, 남편과의 관계까지 좀 여러얘기들이 오갔는데도 

얘기가 많이 남아서 주말에 만나 못다한 얘기는 듣기로 하고 일단 전화를 끊었다.

 

언젠가 시댁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냥 시어머니라 생각하지 말고 [먼 친척]이라 생각하면 안되냐고,,,

[먼 친척 할머니]로 생각하면 할 말도 다 할 수 있고,

관심도 덜 가고, 서운함 맘도 덜하지 않겠냐고

그리고 그쪽에서 아무리 다가와도 적정거리를 넘어서지 못하게  

 확실히 입장표명을 하면 안되냐고 그랬더니

한국 시댁을 몰라서 그런소리 한다고 나에게 핀잔을 줬었다. 

친구왈, [시월드]란 그런 말들이 먹히지 않는 분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친척이든, 가까운 이웃이든, 아무튼 [시]자 들어가는 모든 것들이 싫다고,,,

[ .......................... ]

내가 이렇게 시댁과 편해 질 수 있었던 건

우리 시어머님이 해주신 이 말씀 덕분이였다.  

서로 잘 할려고 애를 쓰면 서로가 피곤하다고 그러니

 너무 가깝게도 너무 멀지도 않는 관계를 만들어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인지 난 처음부터 [ 연로하신 친척분]이라 생각을 했다.

내가 맘을 그렇게 먹지 않으면 정말 작은일에도 예민하게 받아 들이고

온 신경을 다 써야할 것 같아서,,,.

 착한 며느리보다는 편한 며느리, 그 편한 며느리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내 자신의 마음이 먼저 편해야만 했다.

그래서 내 편하자고 시부모님이 아닌 단순한 인간관계의 하나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 같다. 

너무 잘 할려고도 하지 않고,, 너무 서운하게도 하지 않는 관계....

시부모는 며느리를, 며느리는 시부모를 서로가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면 조금은 덜 서운할텐데,,,,,,

그게 쉽지 않기에 다들 갈등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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