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는 아니지만 그래도 1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카무라 상, 이마다 상, 요시오카 상은
보란티어협회에서 알게 된 분들이다.
지금까지 개인적인 만남은 없었지만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게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가지, 세 분 모두 한국음식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고
나카무라 상은 유튜브를 보고 김치나
나물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국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올 한해도 수고했다는 격려의 건배를 하고
주문한 음식들이 하나씩 나오자 블로그용
사진을 좀 찍겠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내가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아주 흥미로워했다.
블로그를 한지 7,8년이 되어간다고 했더니
그렇게 오랫동안 어떻게 해왔냐면서 한우물을
파는 스타일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며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얘기를 좀 하다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한국에 잠깐 다녀온다고
했더니 자기들도 가고 싶다며 부러워했다.
다들 세 번이상 한국에 갔었다며
요시오카 상은 6번이나 갔다왔다고 한다.
[ 한국은 지금 겨울용 김치담기 시즌 아닌가요]
[ 네,김장이라고 하는데 지금이 시즌이에요 ]
막 담은 김치는 샐러드처럼 맛이 있다며
자기네들이 한국에서 먹고 감동 받은 요리들을
나열했다. 간장게장, 돼지갈비, 감자탕,
닭한마리가 좋았고 아침 일찍 전복죽과
뼈해장국을 먹었던 것도 기억난다고 했다.
[ 나는 한국 갈 때마다 너무 좋은 게 식당에서
반찬이 막 나오잖아요, 갈 때마다 삼겹살을
먹는데 상추, 김치, 콩나물이 공짜로 나오고
몇 번이고 리필이 가능한 게 너무 좋아요 ]
나카무라 상은 깻잎과 파절임을 좋아하는데
눈치 안 보고 야채를 맘껏 먹을 수 있어 좋고
뭐니뭐니해도 김치나 반찬들의 무한리필
시스템이 손님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단다.
일본은 상추도 5장정도 내놓고 500엔,
김치나 나물을 시켜도 500엔이나 700엔정도
따로 지불해야하는데
한국은 메인요리 빼고
다 공짜여서 엄청 이득을 본 느낌이라고 한다.
한정식집도 아닌 일반 식당이였는데 반찬이
7개가지나 나온 곳이 있었어 먹으면서도
이렇게 팔아 이윤이 나올까 걱정스러움에
왠지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고 했다.
한국을 6번이 갔다 온 이마다 상은 명동과
인사동에 있는 찜질방에 가는게 한국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라며 불사우나에
들어갔다가 나와 시원한 식혜를 마시면
천국이 따로 없다면서 여러 아시아를 다녔어도
한국만큼 만족도가 높은 곳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한다.
다만, 딸은 사우나보다 소핑하는 걸 좋아해서
자기는 날마다 찜질방에 가고 싶은데 그걸 못해서
불만이라고 했다.
이마다 상의
딸은 명동에서는 화장품,
동대문에서는 옷을 사느라
3박4일을 다 보낸다고 했다.
[ 화장품도 역시 한국 게 좋긴 좋아요 ]
[ 정 상은 화장품 어디서 사요? ]
[ 저는 그냥 자주 쓰는 브랜드
매장가서 사는 편이에요 ]
색조화장품에 색 조화가 일본에는 없는
세련된 색이 많아서 좋고, 달팽이 팩은
지금껏 써 본 중에 가장 흡수력이 뛰어났으며
한국 여자들의 피부가 밝고 젊은 것은
화장품도 한몫하는 것 같단다.
저렴한데다가 품질이 좋고, 중저가
브렌드인데도 퀄리티가 상당한 것도 마음에
들고 특히 일본인 피부에도 아주
잘 맞아서 맞춤형처럼 피부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란다. 그래서인지
한국 화장품을 쓰면 얼굴에 윤기가 돌아서
사람들이 화장품 바꿨냐고 다들 물어본다며
그렇게 바로 차이를 알 수 있어 한번
사용하면 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요시오카 상은 강남쪽에 가면 연예인들을
커피숍에서도 마주 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자기가 좋아하는 소지섭을
한 번만 보는 게 소원이라고 정말로
강남쪽에 가면 연예인들을
만날 수 있냐고 물었다.
[ 저도 잘 모르는데 기획사나 콘서트장 근처에
가시는 게 좀 더 확실할 것 같은데요 ]
[ 정 상, 이번에 말 나온 김에 정말
내년에 한번 우리랑 같이 한국 안 갈래요? ]
[ 네..저야 좋죠 ]
[ 정 상이 자주 가는 맛집에도 가보고
막걸리 바에도 가보고 싶어요 ]
[ 네, 제가 모시고 갈게요 ]
[ 언제쯤이 좋을까요? 3월이 좋지 않아? ]
구체적인 날짜까지 오가며 각자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사고 싶은 것들을 경쟁이나
하듯이 서로 정보를 나누며 그렇게
우린 2시간내내 한국 얘기로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일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반찬, 야채리필이 일상화 되어 있는
음식문화가 좋다는 그들,
땀과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찜질방에
날마다 출근해서 땀도 빼고 푸드코너에서
한식, 중식을 골라먹으며
하루종일 뒹굴고 싶다는 그들,
한국 화장품으로 젊고 예쁘게 멋을 내서
엄마가 아닌 여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그들,
그 외에도 와이파이가 어디서나 팡팡 터져서
굳이 렌탈을 하지 않아서 좋고,마트에 가면
원프러스 원 제품이 많은 것도,
상품 옆에 덤으로 달려있는 것을 구매하는
재미가 꽤나 즐겁다고 했다.
그녀들은 자신들이 한국에서 체험하고
느꼈던 음식문화, 풍습에 아주 만족해했다.
내가 정작 한국에 살았을때는 당연시 했던 것들이
일본인들에게는 즐거움과 부러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자체가 기분좋은 일이다.
내년에 그녀들과 정말 한국에 가게 되면
좀 더 다양한 것들을 체험하고
맛 볼 수 있게 해 줘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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