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페(competiton의 일본식 줄임말)에서
떨어졌다는 카톡이 왔다.
뭐라 딱히 위로해 줄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발표가 내일인데 이렇게 미리 알게 된 것은
대기업 상무로 계시는 선배가 언급을 해주셨단다.
이번 콤페는 깨달음에게 조금은 남다른 공모전이였다.
출신 대학교의 재건축및 기숙사설립이였기에
더더욱 자신이 있었고, 꼭 자기 손으로 짓고 싶었다는 깨달음.
솔직히 지금까지 여러 장르의 콤페가 있었고 순조롭게
당선이 많이 된 편이였다.
하지만, 이번만은 그 선배 기업측에서 당선이 되었고
깨달음과 함께 공모에 참가했던 다른 중소기업들도
모두 떨어졌다고 했다.
그 속내를 듣고 보니 그냥 지나치기가 짠해서
저녁에 깨달음을 불렀다.
나보다 먼저 가게에 도착해 있던 깨달음이
예약석에 앉아 있었다.
힘없이 건배를 하길래
[ 괜찮아,, 이번엔 좀 아깝긴 하지만 최선을 다했잖아..]
[ ........................ ]
깨달음이 아무말 없이 술 잔만 기울렸다.
[ 기대가 컸구나...]
[ 응,,, 졸업생이니까 난 우리 회사가 유리할 줄 알았어..
졸업생에서 기회를 주겠다고 공고에도 나왔었단 말이야...
그래서 그 선배 회사로 갔을까...
우리같은 작은 회사에 기회를 줄 것처럼 해놓고
결국엔 대기업에 맡겼다는 게 왠지 배신 당한 느낌이야... ]
난 말없이 빈 잔에 와인을 채워주었다.
그렇게 와인을 한 병 비우고, 또 한 병 주문을 하고,,,,
원래 사는 게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오가고,,지금 건축계의 움직임과
중소기업들의 고충들, 직원들의 능력,,
뭐 그런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깨달음이 좋아하는 전복요리가 나오고
혼자서 맛나게 먹던 깨달음이 좋아하는 걸 먹으니까
기분이 좋다면서 콤페에는 떨어졌지만
좋은 일이 하나 있다며 얼굴색이 갑자기 바뀌었다.
낙선 소식을 듣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눈에 띄는 즉석복권을 샀는데
5,000엔이 당첨 되어서 기분전환이 바로 되었단다.
[ ............................. ]
좀 전까지 풀이 죽어서 힘드네 어쩌네 했으면서
콤페에서 떨어진 우울함을
씻어버릴 정도로 5,000엔 당첨 된 게 기뻤냐고
물었더니 이번 콤페는 자기 스스로 기대에
부풀어 있어서 실망이 크긴 컸지만 결과를 바로 받아들이고
또 새로운 길을 열고 가면 되지 않겠냐고
그래서 복권을 샀더니 당첨이 되었다며
태어나서 최고의 금액이였단다.
[ ........................... ]
그러면서 브이를 얼굴에 대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운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증거란다.
[ .......................... ]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울했던 모습은 온대간대 없어
조금 황당해 했더니 당신은 복권 외에도
이런저런 운이 많이 따르는 사람이지만
자기에겐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니까 엄청나게
좋은 기운이 자기에게 몰려오고 있는 게 분명하단다.
자기 모교였기에 애착이 더 갔던 게 사실이지만
다른 기회가 또 올거라 믿고 싶단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니까 복권도 당첨 된 게
아니겠냐고 행복모드로 다시 되돌아왔다며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계속 질질 끌어서 좋을 게 없다고
당신이 이렇게 힘내라고 술도 사주니까
모두 잊어버릴 수 있단다.
[ .......................... ]
그렇다면 다행이라고,,,,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털어버리면
나도 편하다고 대답을 하고 방금 찍은
사진을 확인하다가 당신 머릿숱이 점점 없어져서
[대머리]아저씨 같다고 했더니
자기 조상들 대대로 대머리는 없었으니까 대머리 될 확률은
적지만 혹 그렇게 되면 [배 용준] 가발을 사면 된다고
아무 걱정 없다면서 [겨울연가]처럼 목도리 두르고 옷도
그렇게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자기를 [ 욘사마]인 줄
알 거라며 그것도 재밌을 것 같단다.
[ .......................... ]
너무 긍정적이라고 했더니 긍정적인 게 아니라
닥쳐오는 모든 일을 즐기면서 살아가면 된다며
완전히 기분이 좋아진 깨달음이
노래방 가서 [애인 있어요]를 한 곡 부르고 싶다고
와인 잔을 모두 비웠다.
단순한 건지..순진한 건지..정말 긍정의 힘으로
버틸생각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다시 밝아진
모습에 한시름 놓았다.
전전긍긍하지 않고 훌훌 털어 버리는 모습이 보기 좋아
가게를 나와 노래방으로 향하며
난 문뜩 헬렌켈러의 명언을 떠올렸다.
[ 행복의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의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힌 문을 오랫동안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있는 다른 문을 보지 못한다 ]
긍정의 힘은 행복도 만들어가는 파워가 있음을
재확인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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