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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아내가 없어도 남편은 잘 산다

by 일본의 케이 2015. 10. 7.

 광주를 떠나오기 전날, 가족들과 함께

증심사 입구에 있는 사찰음식집에 갔었다.

깨달음이 너무 너무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고

나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가게였다.

처음 와 본 언니, 동생네도 다들 만족해 했었고

즐비하게 놓인 음식 사진을 찍어 깨달음에게 보냈더니

 바로 알아차리고 [ 너무해~]라며

 우는 이모디콘을 보내왔었다.


 

그날 저녁, 미안해서 전화를 했다.

아내 없이도 잘 먹고, 잘 자고 있냐고

혼자서 자유를 만끽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냐고 물었더니

자유는 자유인데 뭘 해도 재미가 없단다.

주말에는 그냥 회사에 가서 일 했다면서

 기침을 연속해서 하길래

감기 걸렸냐고 물으니까

마음의 감기가 걸렸다고 외로워서 걸린 감기란다.

[........................... ]

마음의 감기가 걸린 사람이

상차림 보니까 진수성찬이더라고

다이어트중이라는 걸 잊였냐고 그랬더니

혼자 먹는 게 웬지 쓸쓸해서

여러가지 풍성하게 식탁을 꾸미고 싶어

이것 저것 많이 만들었단다.

깨달음이 아침, 저녁으로 보낸 메뉴들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가 만들어 먹었단다.

귀찮으니까 그냥 사 먹는게 편할 거라고 해도

집에서 먹는게 좋다면서 재료 사서 들어와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고 장식하는 게 은근 재미가 있었단다.

양이 너무 많으니까 한 접시는 줄이라고 그러자

냅 두란라면서 못 먹고 남긴 건 다음날 먹으니까

만들 때 많이 만들어 놓는 게 좋다고 했었다.

 

 참 다양하게도 먹었다.

저녁메뉴에는 사시미가 자주 올라가 있고

야채 샐러드에 있는 작은 상추와 잔파는

베란다에서 자라고 있는 걸 뜯어서 먹었단다.

내가 없어도 아주 살림?을 잘하는 깨달음이다.

공항에서 날 배웅하러 나온 깨달음에게

 나 없는 동안 뭐 할거냐 물었었다.

그랬더니, 묻지도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말라면서

자긴 이제 홀몸, 자유의 몸이라고

아주 들뜨고 상기된 목소리를 했었다.

결혼 5년째 되니까 이 남자도 자유를 원하고 있다는걸

목소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대충 뭐 할거냐고 재차 물어도

가르쳐주지 않을 것이고 자기 맘대로 하고 싶은대로

할 거니까 한국에 있는동안 자기는 신경쓰지말라며

마치, 나몰래 비밀스런운 짓?을 할 것같은

응큼한 미소를 짓길래

그렇게 자유가 필요했었냐고?

아니, 많이 답답했었냐고 그러니까

인간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다고 했었다.

다음날 소풍을 떠나는 초딩처럼

삔질삔질 거리며 곧 다가올 자유의 시간을

기다리는 깨달음 표정이 얄미워서

군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역시, 결혼 년수가 늘어가면 갈수록

남자도,여자도 변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아내가 없어도 남편들은

잘 해먹고, 잘 자고, 자유로운 영원이 되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게 되었다.

마음의 감기가 걸리기는 하지만,,,, 


댓글20

  • 아이리시 김 2015.10.07 00:20

    깨달음님 살림솜씨 좋으신데요^^
    우리신랑도 항상 자유를 꿈꾸지만 막상 자유를 주면 외로워하던데.. 저도 글코 그래도 가족이 그립더라구요~
    또 일상의 시작이네요~ 가을만끽하며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답글

  • Deborah 2015.10.07 00:22 신고

    ㅎㅎㅎㅎ 마자요. 남편은 아내 없어도 잘 먹고 잘 살더라고요. ㅎㅎㅎ
    답글

  • lovelycat 2015.10.07 00:36

    ㅋㅋ 자유를 원하지만 하루만에 후회하죠 ㅎㅎ
    혼자서는 뭐든 재미가 없었을거예요~
    그래도 '센 척'하는거죠 뭐^^
    답글

  • 홍선혜 2015.10.07 00:49

    와우~깨서방님도 케이님 못지않게 요리솜씨가 훌륭하시네요~~!!한상 차려진걸보니 갑자기 배고파지네요ㅠ
    답글

  • 2015.10.07 03:00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2015.10.07 05:34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ㅋㅋ 2015.10.07 08:19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답글

  • 2015.10.07 08:40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맛돌이 2015.10.07 08:59

    ㅎㅎ
    오래지 않아 아내가 그리울겁니다.
    답글

  • 건이맘 2015.10.07 09:44

    밥상이 진수성찬이에요~ ^^ 혼자서 저걸 다 차리시다니, 넘 대단하시네요ㅎㅎ
    저도 예쁘게 밥상차리는 법을좀 배워야겠네요~ㅋㅋ
    일하랴, 아이돌보랴, 요즘 밥을 대충 코로 먹고 있답니다.ㅠㅜ
    답글

  • 산사랑 2015.10.07 11:37

    깨서방님도 대단하시네요. 별의별걸 다 해 드셨네요. 주부 17년차인 저보다도 훠~~~ㄹ씬 요리를 잘 하시는것 같아요.
    앞으로는 케이님 계실때 실력발휘하셔서 맛있게 드시는 인증샷 올려주세요~~
    답글

  • 지후아빠 2015.10.07 20:43

    중요한 포인트는 '마음의 감기가 걸린다'는 거에 있답니다. 좋은 건 아주 잠시고, 그 이후엔 맘이 헛헛해지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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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깔 2015.10.07 21:42

    쉐프 수준입니다. ㅎ
    답글

  • 민들레 2015.10.08 00:33

    상 차림이 보통은 넘어선것 같습니다.
    주부들 보다 더 모양 내셨네요 ㅎ
    답글

  • 윤정우 2015.10.08 01:06

    매번 느끼는거지만 정말 무서븐부부라 느껴져요 ㅎ 케이님의 음식솜씨 깨달님의 음식솜씨 등 두분은 못하는게 없는것 같군요 무협영화의 한장면이 눈에 펼쳐집니다 ㅎ
    답글

  • 사는게 뭔지 2015.10.08 01:27

    혼자서 잘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잘 난 사람으로 보입니다. 제발 좀 안 물어보고 , 안 상의하고( 말만 상의), 안 시키고, 안 컴펌하고 혼자서 제~ 발 좀 잘 살아가는 사람이 가족 구성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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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08 04:29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2015.10.08 10:25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SPONCH 2015.10.09 22:35

    깨달음님도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혼자만의 시간이라... 그것도 즐겨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일 것 같아요. 늘 원하기만 했지 막상 주어지면 뭘 해야 할지... 오늘밤 한번 생각, 아니 상상해봐야 겠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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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희 남편도 저 없으면 신나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것도 몇 일에서 길어야 한 주 정도지 그 이상은 아닌 것 같아요. 심심하기도 하고, 뭔가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것의 부재를 그 때 쯤 되면 느끼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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