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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친정엄마의 새해 바램

by 일본의 케이 2016. 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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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건강하시고 2월달에 만나요~]

[ 깨서방도 올해도 사업번창하고 건강하세요~]

엄마와 깨서방이 새해 인사를 나누고

난 엄마에게 신년부터 황당한 소릴 또 들었다.

올 해는 아이를 한 명 낳으라는,,,,, 

 

지난 11월, 엄마집에 갔을 때,

회사 직원들 집들이 사진을 보여주다가

직원 아이를 안고 있는 내 사진을 보시고는

그 때부터 [아이]얘기가 시작되었다.

광주를 떠나는 마지막날, 모밀집에서 사 온 만두를 펼쳐놓고

짜장면, 우동까지 시켜 저녁을 먹을 때였다.

엄마가 아이 낳으라고 한다고 깨달음에게 말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옆에 있는 날 손가락으로 가르키면서

[ 오머니~ 케이같은 아이가 나와요~

그래도 괜찮아요? ] 라고 했다.

[ ...................... ]

생각지도 않은 말을 해서 난 당황했는데

엄마는 금방 알아차리시고 웃으시면서

[ 아니여~~깨서방 반 닮아서 나온께 괜찮해~]

그러자 깨달음이

[ 오머니, 케이 성격은 누굴 닮았어요? ]라고 묻고 

[ 응,,, 나는 안 닮았고 형제들 중에서도

케이 성격이 좀 별난데가 있어..]라고 둘러대시자

자기가 봤을 때는 어머니 닮은 것 같은데

어머니가 왜 책임을 회피하시냐고 캐물었고

엄마는 좀 당황하신 표정으로 손까지 내어 저으면서

 당신은 케이처럼 이상한 성격이 아니라고

계속 발뺌을 하시다가 답을 내신 것이

[ 태교를 잘 하믄 온순한 애기가 나온께

걱정하지말고 한 명 낳아,,.내가 봐 줄랑께..

깨서방 닮으믄, 머시매든 가시네든 이쁠 것인디..

왜? 케이같은 애기가 나올까 싶어 걱정인가?...

나는 꼭 깨서방 같은 애기가 나올 것 같은디...]라고 하셨다.

 

짜장면을 먹다가 웃고 얘기하느라 면이 불어갔지만

유쾌한 얘기는 계속되었다.

엄마는 다섯자식 중에 

아들은 아빠 성격이며 외모도 빼다 박았고

딸 4명 중에 3명은 다 온순한 편인데

[케이]만 성격이 요상하게 변했다고

당신이 생각해도 왜 이런 딸이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자꾸만 당신 성격과 닮지 않았음을 강조 하시자

그러면 어머님이 태교를 잘 못 하셨냐고 또 추궁을 했고,,

엄마가 급기야,,,그 때 당시 60년대는 먹고 사는게 각박해서

태교가 뭔지도 몰랐다면서 깨서방 말을 듣고 보니까

 당신이 잘못해서 이렇게 모난 성격의 케이를 낳았다고

끝내는 인정아닌 인정을 하셨다. 

통역을 해주면서도 난 얼마나 웃기던지...

내 나이가 50이 가까워지는데

뭔 소리냐고 그만 하자고 그러자

엄마 교회에 마흔 일곱에 낳은 성도가 있다면서

낳을 맘만 있으면 얼마든지 낳는다고 하셨다.

[ .......................... ]

그렇게 그 날은 마무리를 했는데

새해 인사말을 하시는 중에 또 그 말을 꺼내신 것이다.

 

엄마 왈 [눈 먼 딸이라도 있어야 한다]라는

옛말이 있다면서 눈이 멀어 답답하고 불편함이 많지만

 그런 자식이라도 한 명 있어야 한다는 말이라고 

깨서방 닮은 아이면 분명 성격도 온순하고

귀여운 아이가 나올거라면서 한 번 잘~알 생각해 보란다. 

그리고 며칠전 여동생 시댁쪽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징하게 이쁘더라면서,,,,

전화를 끊고 깨서방에게 엄마가 [아이]얘기를

또 하시더라고 하니까 이렇게 말씀 드리란다.

 자기가 젊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낳아도 

그 아이가 20살이 될 때까지 잘 키운다는 보장이 없고

자기는 노인이 되어가니까 케이가 혼자서 고생할거라면서

하지만 케이가 모든 것 감당하고 키운다거나

혹, 케이에게 건강적 문제가 생기면

 어머님이 책임지고 봐 주신다고 약속을 하면

[늦둥이 낳기]를 생각해 보겠다며

 아주 현실적이고 분명한 자기의견을 펼쳤다.

맞다,,, 이젠 40대, 50대 끝자락에 서있는 부부가

아이를 낳는다는 건 아이에게도 못할 짓이다.

엄마의 새해 바램을 이루워 드리진 못해 죄송하지만

그냥 철없는 [어른]으로 올 해도 우린 지내야할 것 같다. 

조금 더 젊었더라면 엄마의 바램을 들어드렸을텐데...

엄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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