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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엇갈린 두 개의 소포

by 일본의 케이 201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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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아저씨가 먼저 소포 하나를 건네시며

청구서를 내밀었다.

 내가 한국에 보낸 소포가

주소불명으로 다시 돌아 왔으니

반송료를 내야한다고 했다.

어느분께 보낸 소포가 다시 돌아온 건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받는이의 주소에 반송표가 붙어 있어 확인은 못하고

일단 서둘러 돈을 드리고 소포를 받았다. 

염려하던 일이 이렇게 발생해 버렸다.

이웃님들이 적어주신 주소를 그대로 적긴 했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주소지불명이였다.


 

자세히 보니 아파트 호수가 틀렸던 모양이다.

1401호는 없다고 적혀있었다.

핸드폰 번호라도 알았다면 한국 우체국에서

 어떻게 연락을 취해

그 분께 무사히 전달이 됐을텐데...

 

옆에 있던 깨달음이 날 한번 쳐다 보더니

그 분께 주소를 다시 알려 달라고 해야하겠다고 말을 걸었다.

이웃님이 댓글로 적어 주신 주소 그대로 썼는데..

뭐가 문제였을까.... 

함께 담았던 편지도 그대로...

일본을 참 좋아하시고

일본 음식도 좋아하신다고 해서

가쯔오부시, 후리가케, 김, 마요네즈 등

일본 조미료들을 위주로 보냈는데 고스란히 다시 돌아왔다.

 

또 다른 소포박스는 지난달에 보내주셨던 이웃님이 

 또 뭔가를 보내신 것 같았다.

 

 

지난달, 내가 소포를 받고 너무 기뻐서

카톡으로 정말 필요한 것들만 어떻게 잘 고르셨냐고

눈물나게 감사하다고 했는데

그 목록 그대로 다시 또 보내주신 것이다.

이 분도 해외생활을 해 보셨던 분이여서

해외에 살면 그리운 것, 필요한 것들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셔서인지

정말 귀한 것들을 챙겨서 보내주셨는데

또 이렇게 똑같이 보내주시다니...

김, 건어물다시팩, 마른멸치, 미역, 말린 고구마순,,,,

 

옆에서 깨달음이 물건들을 하나씩 들었다 놨다가 하더니

 좀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채,

자기 과자가 없다고 그러면서

자길 안 좋아하는 이웃님 같다고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 ............................ ] 

당신 과자가 넘쳐나는 걸 알고 계시는 분이라고

그리고 이렇게 당신이 좋아하는 김이 들어 있지 않냐고 했더니

그래도 웬지 자기를 안 좋아하는 분인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든단다. 

깨달음의 투정은 이 정도로만 들어주고

난 다시 이웃님들 주소 목록을 찾았다.

뭐든지 때가 있는데 왜 주소가 틀린 것일까....

우리들의 마음이 별 탈없이 전달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소포 하나는 다시 돌아와서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하고

또 하나는 죄송한 마음 가득하게 만들어 주시고,,,

엇갈린 소포 속에 두 개의 모습이 함께 교차했다.

다시 한 번 우리들 마음을 담아

인사 드려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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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천사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한데

주소 한 번 다시 알려 주세요.

그리고 다른 이웃님들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저희가 다음주부터 다시 소포 보내기에 들어갑니다.

함께 나누는 기쁨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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