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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연휴기간 남편을 위한 한국식 밥상

by 일본의 케이 2019. 5. 9.

길고 긴 10일간의 황금연휴가 끝났다.

출근하는 깨달음을 위해 아침을 챙기면서 

연휴가 끝났지만 변함없는 밥상차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을 실감했다.

우린 이번 연휴,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서 뒹굴뒹굴 서로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각자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매 끼니마다 식사를 해결해야해서

은근 피곤했던 연휴기간이였다.


연휴 첫날, 매콤한 게 먹고 싶다는 

깨달음을 위해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계란말이는 깨달음이 너무 좋아하는 메뉴여서

서비스차원에서 소시지 넣어 만들고

콩나물도 조물조물 무쳤다.

[ 깨달음, 식사 하세요 ]

자기 방에서 나오더니 밥상을 보고 

[ 어떡해,,, 맛있겠다~고마워 ]라고 정확한

한국말을 하고 큰 하트를 만들어 보냈다.


둘 다 늦게 일어난 어느 날,  

간단히 빵을 구워 먹으려다 길거리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게 생각나 케찹 발라서 계란과 

양파섞어 구워 넣고 콘소메 스프와 냈다.


연휴지만 회사에 잠깐 나갔던 어느날,

된장국에 아침상을 차렸다.

친정엄마가 주신 깻잎을 김치냉장고에 발견하고

꺼내 올렸더니 밥을 깻잎에 올려 돌돌말아

한입에 쏙 넣는다.

[ 음,,,어머니의 맛이 나..진짜 맛있어,

밥 한그릇 이거 하나면 다 먹겠어,얼마나 있어?]

[ 많이 있어 ]

[ 남한테 주지 마, 알았지? ]

이것도 깨달음이 가지고 있는 음식에 관한 나쁜

 욕심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 특히

 한국에서 가져온 김치류나 김, 젓갈 같은 건

절대로 남에게 못 주게 한다.

내가 후배들에게 보낸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아예 처음부터 못을 박는 것이다.


 갑자기 여름처럼 더웠던 어느 날,

간단하게 소면을 먹자고 했는데 부침개나

만두처럼 기름진 게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길래 귀찮아서 없다고 했더니 냉동실에

 한국만두가 아직 남아있는 걸 봤단다.

그래서 또 구어서 올렸다.


라면으로 한끼를 때우려고 했던 또 어느 날,

튀기지 않은 신라면을 맛보기 위해 깨달음에게

설명을 했더니 칼로리가 적어서 좋겠다더니

그냥 라면만 먹을 거냐고 물었다.

[ 라면이면 됐지? 뭐가 또 필요해? ]

[ 라면하면 김밥이지...김밥이랑 먹으면 

궁합이 잘 맞잖아,,,,]

그래서 현미밥으로 급하게 김밥을 만들었고

깨달음은 국물까지 깨끗이 비웠다.  


뚝배기 불고기를 만든 날,

 계란말이를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밥상에 앉더니 바로 상추를 한 입 손에 올려

고기 한 점과 국물 잘 배인 당면도 조금 올리고

된장 넣는 것도 잊지 않고 쌈을 싸서 입에 넣었다.

[ 맛있지? ]

[ 응, 그냥 불고기보다 이게 더 맛있어 ]

[ 나도 한 점 싸줘 봐]

[ 당신 거 있잖아...]

깨달음은 참 이상하다. 평상시 뭘 먹으러 

가거나 집에서 먹을 때도 나한테 먼저 

먹어보라고 싸주기도 하고 생선 가시도

잘 발라서주고 큰 것은 내게 먼저 주곤 하는

한국음식만큼은 나눠 먹으려는 생각이 아예없다.

   아주 미스테리한 부분이다. 왜 유독

한국음식 앞에서는 자기만 생각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지락 칼국수와 만두를 구어서 냈던 날,

생김치가 있으면 좋은데 없어서 급하게

양배추로 겉절이를 만들었다.

[ 이건 무슨 김치야? ]

[ 배추가 없어서 그냥 양배추로 만들었어,

맛은 괜찮을 거야 ]

약간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는 한 입 

먹어보더니 아주 맛있단다.

[ 양배추로 만든 겉절이도 진짜 맛있어 ]

[ 내가 맛있다고 했잖아 ]

반 정도를 먹다가 나한테 겉절이를 올려달란다.

[ 왜? ]

 오른쪽 젓가락으로 면을 걷어올려 왼쪽

숟가락에 올리다보면 김치를 올릴 수 없다고

겉절이와 동시에 먹어야 맛있단다.

그래서 숟가락에 올려주는데 갑자기 

목소리가 커졌다.


[ 국물에 떨어트리지 말고 잘 좀 올려줘 ]

[ 왜? 국물에 떨어지면 안돼? ]

국물에 김치가 떨어지면 개운한 바지락 

국물맛이 사라지니까 싫다고 

사진 찍지말고 제대로 올려달란다.

군밤을 한대 쥐어박고 싶은데도 자신만의 

칼국수 먹는 방법을 고수하려는 게 귀여워서

국물에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올려줬다.

[ 역시, 칼국수에는 겉절이야~~마시쪄]

 조심히, 그리고 맛있게 남은 겉절이까지 

싹싹 비우고 나서야 잘 먹었다고 

[ 대만족, 고마워요]란다.


 원래 주말이나 휴일이면 외식을 자주 하는 편인데

이번 연휴는 10일간 별다른 스케쥴 없이

집에 있다보니 끼니를 챙겨야할 시간이 많았다.

잘 먹어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다음 장기 연휴때는 하루 한끼만 먹는 걸로

 약속을 해야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블로그를 옆에서 살짝 보더니만

이번 주말에는 보쌈이 먹고 싶다고 하면서

 오늘 우연히 검색하다가 찾았는데 

신라면에 치즈를 넣어서 먹으면

맛있다고 치즈 닭갈비처럼 지금 젊은 층에

상당히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 그거 2년전부터 인기였어,,치즈 넣은 거 ]

[ 근데 왜 한번도 안 넣어줬어? ]

[ 그냥,, ]

괘씸하다는 듯이 날 쳐다보면서 자기가 모른다고 

그냥 적당히 대충 넘어가지 말고 더 맛있게

더 즐겁게 한국음식을 먹을 수 있게

 알려달라는 깨달음. 실눈으로 째려봤던 눈이 

애처롭게 부탁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아무튼, 이번 연휴동안 음식을 할 때마다 

여긴 어디이고, 나는 누구인지,

그리고 맛있게 먹는 저 사람은 도대체

출신이 어디인지 궁금했던 시간들이였다.

저렇게 매 끼니때마다 한국음식을 잘 먹는

일본인 남편은 극히 드물 것이다.

참, 여러모로 독특한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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