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은 스트레스를 이렇게 풀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7. 9.
728x90

오전 업무를 마치고 신주쿠를 가야했다.

수조에 넣을 수풀과 새우들의 먹이를 사야했고

화방에 들러 필요한 도구들도 갖춰놔야했다.

요 며칠새 신주쿠에 코로나 감염자가 늘고 있어

요주의 지역이긴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긴급사태가 해제되고 일상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늘 그렇듯 가장 짧은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쿠아센터에 가서 사려고 했던 수풀과 먹이를 

구입하고 새우가 번식을 너무 많이해서

다음주에 치비들을 가져올테니 받아주라는

 부탁을 하면서 돌아 나오려는데 점장이 어쩌면 

그렇게 번식을 잘 시키냐며 다른 종류를

키워보라고 내게 권하려고 하길래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   


다음은 화방에 들렀는데 역시나 화방에 오면

사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생각보다 지체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새로 나온 색상, 표면이 재각각인 보드, 

너무도 다양해서 좀처럼 못 본척하고 돌아서기

 힘들어 멈칫거리면서 신상들을 보며 골랐다.

이걸로 표현하면 어떨까, 저것은 왜 이렇게 

질감이 둔탁할까, 펜 종류는 어쩌면 이리도 많은지.

갈 때마다 셋트별로 몽땅 구입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게 힘들다.


그 다음 향한 곳은 코리아타운이였다.

내가 오늘 신주쿠에 나간다는 걸 알고 깨달음이

부탁한 게 있었다.

 6월에 한국에 갈 스케쥴이 모두 중단되어버리고

 한국에서 사 오려고 했던 것들을 사지 못해

필요한 먹거리를 구입하기 위해 왔는데

오늘은 깨달음이 먹고 싶은 것들을 

몇 가지 사달라고 했었다.

코리아타운에 도착할 쯤에 어디냐며

깨달음에게서 이쪽으로 오겠다는 카톡이 왔다.

가게 안을 둘러보다 찾는 게 없어 다시 다른 곳을 

찾아가봤는데 왠일인지 팔지 않았다.

예전에 내가 본 기억이 있어 직원에게

물었더니 안 판지 오래됐다고 한다.

라면류는 많은데 의외로 그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어디서 구해야할까,,고민을 하다가 

일단 애호박, 새우젓, 간장을 사고 있는데

언제 왔는지 깨달음이 가게 입구에 서 있었다.


[ 왜 이렇게 빨리 왔어? ]

[ 당신 시간에 맞춰서 사무실을 빨리 나왔어,

근데 내가 말한 거 샀어? ]

[ 아니...없어..]

[ 거짓말 치지 말고,,,]

[ 아니야,,정말 없대, 안 판대 ]

[ 하나도 못 샀어? ]

[ 응,, ]

 안 판다는 내 말에 코를 쑥 빠트린 깨달음이

울상을 하면서 그럼 자긴 짜장면이라도

먹고 가야겠단다.

그건 안 된다고 지금 신주쿠에 감염자가 많아서

다들 조심하는데 식사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는데

여긴 신주쿠가 아닌 신오쿠보니까 괜찮다고

그리고 짜장면이라도 먹어야 이 슬픔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슬픔???? 슬픔까진 아닌데...

그렇게 깨달음은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말없이 먹다가 남은 탕수육을 용기에 담으며

취조를 하듯이 내게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 쥐포가 진짜 없었어? ]

[ 있는데 완전 얇은 것 뿐이고 두툼한 건 

비싸서 안 팔려 놔 두질 않는대,

당신, 얇은 건 안 먹잖아,, ]

[ 그럼, 그 과자가 하나도 없었단 말이야? ]

깨달음이 원한 과자는 시장에서 파는 오란다과자와

 고구마형과자였는데 정말 없었고

왠일인지 오0온 꿀꽈배기는 판매를 했는데

깨달음이 좋아하는 오0온 땅콩강정은 없었다.

그리고 오0기 야채스프는 아주 오랜전부터

판매하지 않았다고 했다. 

[ 난, 당신이 거짓말 하는 것 같애 ]

[ 깨달음,,,거짓말 할 필요가 없잖아,,한국에

못 가서 나도 당신이 먹고 싶다는 거 사려고

 했는데 팔지를 않는다는데 어떡해...]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의심스런 눈빛으로 실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는 깨달음,,

[ 깨달음, 그럼 같이 다시 가볼래? 정말 없었어.

내가 안 살 이유가 없잖아..]

[ 그럼 난 어떡해...]

뭘 어떡해라고 말하려다가 꾹 참고

후배에게 부탁하겠다고 했더니 꼭 잊지말고

오늘 저녁에 바로 부탁하란다.

자긴, 정말 많이 참았단다.

그리고 지금 다이어트를 한지 반년이 지나면서

체중도 많이 빠지고 몸관리도 잘 하고 있기 

때문에 과자도 적당히 먹을 생각이였는데

왜 하필 자기가 먹고 싶어하는 과자만

어떻게 하나도 판매하지 않을 수 있는지

지금도 믿을 수 없다면서 집에 오는

전철 안에서 계속해서 자기 입장을 토로했다.


[ 그 과자도 우리 직원들이 좋아해서

맨날 나는 조금밖에 못 먹었어. 이번에도

직원들에게 반은 줄 생각이였단 말이야,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쥐포랑 그 과자들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맛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걸 먹으면

누구나 다 행복함을 느끼잖아,,그러면서 내 안에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치유가 되는 거야]

참,,스트레스를 그렇게 풀었다니.....

지금껏 할 말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았다. 

[ 알았어...깨달음,,.후배에게 부탁하면 

보내줄거야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말해놓고도 난 괜시리 억울했다.

정말 깨달음이 체중관리를 잘 하고 있어서

먹고 싶어하는 걸 모두 사 주고 싶었고

무엇보다 한국에 못 갔으니까 꼭 사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판매를 하지 않으니 살 수가 없는데

깨달음은 내가 예전부터 과자를 못 먹게 

했던 게 각인되었는지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 깨달음,,당신이 다이어트도 잘하고 그래서

난 정말 기쁜 마음이였어, 그래서 이제부터는

당신이 먹고 싶은 건 다 사 줄 생각이야,

그니까 이상한 오해하지 말고 지금처럼

몸관리 잘해줬으면 해 ]

[ 알았는데..그래도 오늘 내가 부탁한 게

하나도 살 수 없어서 내겐 쇼크였어 ]

그게 쇼크까지 갈 일인지 이해가 안 되지만

아무튼, 깨달음은 다이어트에 성공을 하고

자기관리를 하면서도 한국 과자는 

끊지 못했고 그것들을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함과 만족감을 높이며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라도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이젠 더 많이 많이 사줄 생각이다.

댓글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