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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유언장을 적어보니...

by 일본의 케이 2014.10.22

 

예전에 사둔 유언장 세트를 오늘 다시 꺼냈다.

지난주, 일본행 비행기 안에서 우리부부는 죽음을 생각했었다.

 

기내에 들어가자 태풍의 영향권으로 기내식및 모든 서비스를 서두르겠으니

 양해 바란다는 아나운스가 흘러나왔다.

태풍19호가 동경으로 북상중일 때 우린 동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출국전, 그 시간대의 타 항공사는 모두 결항및 지연되었지만 

자국기인 JAL, ANA는 스케쥴 변경없이 이륙을 했었다.

약간 불안해서 물어봤더니 자국기는 혹 도착지가 변경되더라도

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행여 무슨 일이 발생했을 경우 책임을 지는 것도

자국기이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하네다공항에 가까이 오자 비행기가 착륙을 하지 못한채 선회하기 시작했었다.

한 바퀴, 두바퀴, 세바퀴,,,,돌며 태풍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동안

기체가 바람에 흔들려 오른쪽으로 쏠리고 왼쪽으로 쏠리고....

마치 바이킹을 탄 것처럼 몸이 자꾸만 허공으로 떴다가 가라앉고, 떴다가 가라앉고,,,

비행기가 회전을 할 때마다 난 엄청난 후회를 했었다. 

유언장을 써놨어야 하는데,,,, 유언장을 써놨어야 하는데.....

(구글에서 퍼 온  이미지)

 

깨달음은 한국영화 [역린]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가 안 되겠는지

이어폰을 빼더니 창문에 머리를 가까이 대고 밖을 유심히 쳐다 봤었다.

어둠과 비바람으로 인해 밖은 보이질 않고,,, 기체가 흔들리고 있으니 안전벨트 확인하시고

자리이동 하지 말라는 아나운스가 또 흘러 나오고,,,,

그 때 기체가 크게 또 한바퀴를 천천히,,, 천천히 돌기 시작했자,

깨달음이 힘없이 [ 오메,,,,,,, ]라고 외마디를 뱉어냈다.

내가 메모지를 꺼내 하고 싶은 말을 일단 적자고 했지만 멍하게 그냥 밖을 쳐다보고만 있던 깨달음...

나도 볼펜을 쥐어 들긴 했지만 뭘 적어야 할지,,,

누구에게,,아니 뭘 남겨야할지 아무생각도 나질 않았다.

 수많은 인물들이 스쳐지나 갔고,,,책들은,,, 예금 통장들은,,, 블로그는,,,, 열대어 구피들은,,,,,

그렇게 머릿속 정리를 못하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한바퀴 더 선회를 하고,,,,,

도착 예정시간보다  약1시간 늦게 우린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깨달음은 그 날 이후, 미리 적어 두었던 유언장을 다시 정리했고

난 오늘에서야 이렇게 펼쳐 놓고 자산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내 이름에 모든 금전관련사항을 적고 상속자 이름도 적고,,,,

옆에서 지켜보던 깨달음이 상속자란에

자기 한국이름(깨달음)이 아닌 것 같다고 누구냐고 묻는다.

[ ....................... ]

알고 싶냐고 물었더니 혹 자기보다 내가 먼저 죽으면 자기도 어느정도 유언장에

적힌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할 게 아니겠냐고 그래서 물어보는 거란다.

[ ....................... ]

내가 아무말 하지 않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 

이렇게 대비하는 차원에서 적어 두는 유언장,,,

처음엔 그리 유쾌한 기분이 들진 않았지만 하나씩 적어 가다보니

과거의 시간속에 함께 했던 사람들, 지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

앞으로도 만나야할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머릿속도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약 1시간정도에 모든 걸 작성한 후, 봉투에 넣어 봉인을 하고 나니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편해진다. 

나라는 사람을 다른 시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였던 같다.

봉투를 만지작 거리며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아낌없이 사랑하며,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고 다짐해본다.

댓글18

  • 박씨아저씨 2014.10.22 08:34

    예전에 나도 이런글 포스팅 한적이 있거든~~~
    한번더 돌이켜 생각해보게 되더라구~~~
    나쁜건 아닌것같아~~~
    답글

  • 굄돌* 2014.10.22 09:01 신고

    예전에 모 잡자사에서 명랑한 유언장이라고 공모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써 놓았던 게 있는데
    다시 봐도 크게 손 댈 게 없는 것 같더라구요.
    삶의 방식이, 지향이 크게 바뀌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답글

  • 도플파란 2014.10.22 09:33 신고

    나쁘진 않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죽음을 체험하는 곳도 있답니다..ㅎㅎ
    답글

  • 아키 2014.10.22 09:58

    케이님~ 포스팅 잘 보고있습니다.
    저도 유언장 쓰는건 좋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쓰려니 쉽지 않더라구요.. 몇년에 한번씩.. 쓰는게 좋다고 생각만 하고있어요 ^^;
    아직 젊어서(?) 이기도 하지만, 주변분들도 유언장이라면 어쩐지 께름칙한것으로만 생각하더라구요..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건데 말이죠..
    나이가 많든 적든, 케이님 말씀처럼 인생을 돌아보고 정리하고,, 남길것을 미리 써놓는건 좋다고 생각해요 ^^
    답글

  • 엘케인 2014.10.22 10:16

    항상 잘보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몸 관리 잘하시길 바라며 깨달음님도 응원합니다.(__)
    답글

  • 맛돌이 2014.10.22 10:57

    하루 하루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군요.
    답글

  • 개코냐옹이 2014.10.22 11:33

    에공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너무너무 잘보고 갑니다 ..
    답글

  • 2014.10.22 15:55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민들레 2014.10.22 23:53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마음이 묘합니다.
    그상황에 블로그 걱정까지...

    청명한 가을 하늘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름은 물러나고 따사로운 햇살이
    나뭇잎에 붙어 반짝이는 수요일
    저마다의 가슴도 저렇게 빛나겠지 하며...
    주중반의 수요일 하루도 건강한 생각으로
    보내셨을거라는 생각을 해보며 다녀갑니다.
    답글

  • 채영채하맘S2 2014.10.23 00:59

    유언장이라니 갑자기 슬퍼지네요. 뭐든지 대비하는 게 좋다지만은 유언장은 그 단어가 지닌 어감이 차암 슬퍼요
    답글

  • 블루칩스 2014.10.23 23:25

    전 죽음에 대한 공포가 굉장히 크게 다가오더라구요 내가 알지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겠죠... 간혹 우리는 자신이 넓디 넓은 우주속 아주 작은 행성에 사는 작은 존재란걸 잊고 사는것같아요 마치 영원을 누릴것처럼... 케이님에게 소중한 시간이였을거라 생각이듭니다 저도 한번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답글

  • 윤정우 2014.10.24 01:24

    많은시간을 초조함과 불안함에 떨며 보낸것이 눈에 선합니다
    유언장 저도 나이가 잇는지라 매번 생각은 해봤지만
    별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에 무시하곤 했는데 케이님의 말씀처럼
    함 적어놨야겟네요

    어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마지막배려일지도 모르니 ,,,,,,,,

    늘 건강하시고 혹 보신다면 깨달음님에게 안부도 전해주시고요

    참 도치기현에서 가볼만한곳 추천좀 해주세요 ?
    십여일후에 들어 가기에
    답글

    • 저도 토치기현은 두어번 가긴 했는데.. 제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닛코 국립공원, 48번 구불구불 휘어진 이로하자카, 일본 3대폭포인 케곤폭포가 있고 키누가와 온천이 유명합니다. 먹거리는 우츠노미야 교자, 토치오토메 딸기, 칸표마끼가 있습니다. 시간 나시면 닛코 국립공원과 키누가와 온천 한 번 들려보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 윤정우 2014.10.27 15:51

      감사합니다 , 댓글 달기가 쉽지는 않을것인데

  • Chris 2014.10.24 06:40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그로인해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아무리 나쁜 경험도 삶에 조그만 도움은 되는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한 날 이어 가세요.
    답글

  • 남무 2014.10.25 02:47

    올해 한국사람들의 최대미션이 살아남기라고하네요...얼마전 환풍기사고까지 일이잦으니 정말 남의일같지않아요..... 아이가 조금 아파 병원다니니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됩니다..
    답글

  • 칼국수 2014.10.25 22:27

    귀가하실 때 상황이 어지간히도 위험하셨던가 봅니다.
    무사히 귀가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
    갑자기 제목이 유언장이라니 깜짝놀라서 들어왔다가...

    =====
    고등학교다닐적에 가사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별안간 유언장을 적어보라고 하셨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던지 잘들 적어내더군요.
    나중에는 발표까지 했었습니다. 재미 반, 진지함 반 그랬었지요.
    또 다른 시간엔 가장 어릴적의 기억 이야기하기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런식으로 아이들에게 한번은 자신을 뒤돌아보게 했던 그 선생님이
    그때 당시에 무언가 마음의 정리를 하여야할 일을 겪으셨던게 아닌가
    지금에서야 이 글을 읽고서 생각하게 되네요.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궂은 일 뒤에 좋은 일도 함께 하겠지요.
    이렇게 글도 늘 적어주시고, 읽을 거리,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답글

  • JS 2015.01.25 17:34

    지난주에 저희 신랑도 직장에서 유언장 작성하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저는 이제까지 아직 유언장을 적어 볼 나이는 아니려니 했는데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네요. 무사히 잘 도착하셔서 참 다행입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