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일단 모든 짐들은 각자 방에 배치를 하고
중요한 것들, 소중한 것들만 먼저 제자리에
넣어둔 다음 배가 너무 고픈 것도 있고
이사 첫날인데 기념을 해야할 것 같아
집근처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깨달음도 나도 서로가 많이 피곤해서 힘없는
건배를 하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허겁지겁 뭔가를 먼저 먹었다.
이사 오기전, 이 집을 보고 맘에 든다고
이집으로 하자고 둘이서 결정했던
그 날도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사를 하고 이렇게 이사축하 건배를 한다는 게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깨달음 역시도 기분이 색다르다며
앞으로 이곳에서 잘 살자는 얘길 나눴다.
식사를 끝내고 옆 집에 인사드릴 선물을
사기 위해 근처 쇼핑센터에 들렀다.
뭐가 좋을지 몰라 매장을 왔다갔다 하고 있자
깨달음이 수건을 하는 게 좋다고 타월쪽으로 갔다.
이사 인사를 드리는데 웬 수건이냐고 그랬더니
일본에서는 대부분 간단한 타올을 많이 한단다.
반신반의로 타올쪽에 가봤더니
인사선물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바로 옆엔 세제도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주부들은 수건도 좋지만 세제가 좋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옆 집에 주부가 아닌 사람들이 살 수도 있으니 수건을 하잔다.
그리고 요즘은 세제들도 자기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고
알레르기나 피부가 약한 사람들은 사용 못하니까
제일 무난한 수건이 낫다고
중국산이 아닌 메이디인 재팬으로 사야된다면서
수건의 감촉을 하나하나씩 체크 하기 시작했다.
[ ............................. ]
난 한국식으로 세제를 사고 싶어서 얼른 검색을 해봤더니
인사 선물로 1위가 타올, 2위가 과자, 3위가 세제로
나왔길래 그냥 아무말 없이 타올을 고르고 있는 사이
깨달음은 과자코너에 가서 앙코빵 세트를 하나 사왔다.
왜 샀냐고 물었더니 관리실 아저씨가
연세가 많이 드셨더라고 타올보다는 먹을 게 좋을 것 같아서
타올 대신 빵을 샀단다.
(마이나비뉴스 참조)
그렇게 타올과 과자를 사와 먼저 관리실 아저씨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건넸더니
자기한테는 인사 안 해도 되는데 죄송하다면서
머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를 하셨다.
그리고 옆 집, 밑에 층에 사시는 분까지
무난히 인사를 드리고 집에 들어오자 깨달음이 물었다.
한국에서는 이사하면 이웃분들께 무슨 선물 하냐고 묻길래
이사를 하면 기본적으로 떡을 돌린다고 하자
일본에서도 옛날에는 힛코시소바(引越し蕎麦) 이사소바라는 게 있어
소바처럼 가늘고 길게 이웃으로 잘 지내자는 뜻도 있고
소바 (そば)는 일본어로 곁, 옆을 의미하니까
옆으로 이사 왔다는 뜻으로 힛코시소바를 돌렸단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그런데 요즘은 거의 안 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이사떡은 처음 듣는 소리라고 왜 떡이냐고
떡 종류가 뭐냐고 흥미진진하게 꼬치꼬치 물었다.
아마도 팥시루떡인가? 꿀떡인가?,,,
무슨 떡인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아무튼
내 어릴적에도 내가 어른이 됐을 때도
이사떡을 돌렸던 건 사실이라고 그러자
너무 한국스럽다고 진짜 재밌단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과자도 아닌 떡을 돌리는 의미는 뭐냐고 또 물었지만
내가 대답을 못하고 얼렁뚱당 넘어가려고 했더니 찾아보란다.
분명 떡이여야만 하는 깊은 의미가 있을 거라고,,,
[ ............................ ]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태어나서 백일을 맞이하면 백일떡,
돌떡, 생일떡, 개업떡, 잔치, 축하행사에는
빠짐없이 떡이 있었던 것 같아
차분히 검색을 해서 알려줬다.
이사떡은 주로 팥시루떡을 돌리며
한국 풍습에 의하면 붉은 색은
잡귀를 막아주는 것이기에 팥시루떡을 하고
이사를 가거나 오게 되면 서로간에 함께 나눠먹으며
집안의 잡귀와 액운을 막는 의미로
팥떡을 돌린다고 설명해 줬더니
코리아타운 가게 되면 팥떡 사서 먹잔다.
자기 생각에 떡을 돌리는 것은
떡처럼 착착붙게 이웃하고도 사이좋게 지내라고
떡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일본처럼 수건이나 과자를 돌리는 것보다는
훨씬 정적인 면이 있어 좋단다.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깨달음의 해석이였지만
그 논리도 어느정도는 일리가 있는 듯 싶었다.
아무튼 우린 이사를 했고, 주위분들에게
일단 모든 인사도 끝났다.
이젠 새로운 이웃분들과
사이좋게 지내도록 노력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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