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아니 올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부부에게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
시부모님의 모든 재산을 두분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던 3년전부터 서방님께
맡겨 모든 걸 관리하셨다. 서방님에게
맡기게 된 이유는 도쿄에 사는 우리보다
시부모님과 가까운 곳(시댁과 1시간거리)에
있는 것과 병원을 모시고 가는 일을 포함해
행여나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가장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우선되었고
서방님도 흔쾌히 자신이 해야하는 일이라
생각하다며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이런 이유들로 깨달음은 시부모님의 재산은
동생에게 모두 줄 거라 했었고 나 역시
그렇게하라고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시니까 받으시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었다.
그래서 지금껏 단 한번도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언급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런데 올 초에 들어, 서방님이 시부모님
저축액이 별로 남지 않아 올 해를
못 넘길 것 같다는 황당한 소릴 해왔다.
두 분 앞으로 나오는 연금만으로 요양원
비용이 충당되고 시부모님 저축금액이
상당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잔액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그 말을 들었던 지난 2월, 한번쯤은 어떻게 돈이
쓰여져서 이렇게 된 건지 알아야하지 않겠냐고
시부모님의 통장을 카피해서 보내 받으면
알 수 있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서방님이 보여준 태도가 이상했다.
처음엔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못 보내주겠다 했고
다음에는 통장정리를 하려면 시부모님이 사시는
지방은행까지 가야한다라고 하더니
그 다음번엔 통장을 분실한 것
같다며 보내주지 않았다.
그 때 깨달음은 동생이 바빠서 그런 것일거라고
설마 이상한 짓은 안 했을 거라 믿고 적당히
넘어가고 싶어 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2주전, 깨달음이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내게 할 말이 있다며 동생에게
백만엔(한화 약 천만원)을 보냈다고 했고,
그 돈은 시부모님 요양원 비용으로
사용하게 미리 보낸 거라고 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난 올 초에 했던 말, 두 분의 통장내역을 한번
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다시 말했고
깨달음이 서방님께
말을 했는지 오늘 속달이 왔다.
그런데 통장이 두개만 들어있다.
총 7개인데..그리고 내역을 살펴보니 두분이
맡겼을 당시의 통장이 아닌 최근에 발급받아
원래 금액이 알 수 없는 상태였다.
[ 깨달음,,봐 봐,,연금만으로도 충분해....
혹 기타 병원비, 수술비,그외 지출이
있었다하더라도 돈이 남아있어야 해...]
[ 그러네..돈을 뺐다가 넣고,,그랬네..
내가 통장 7개 다 보내라고 했는데 왜
두개만 보냈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통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깨달음 얼굴빛이 조금씩
어두워져 갔다.
[ 왜 이 통장만 보낸 거라 생각해?
총 저축액이 처음에 얼마였는지 알 수 없는
중간부터 보낸 이유는 뭐라 생각해? ]
깨달음은 내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두분이 요양원생활을 하시던 3년간,
우리가 시댁 청소및 정리를 하러 갔을 때
깨달음이 시어머니 통장 잔액을 내게 보여주며
생각보다 엄청 부자라고 했던 걸 서로 기억하고
그 금액을 알고 있는데 지금 통장 속 잔액은
20만엔(약 200만원)밖에 없었다.
내가 가장 납득할 수 없고, 화가 난 부분은
돈이 없으니 요양원을 그룹 홈처럼 저렴한 곳을
찾아 옮겨야될 것 같다고 했다는 거였다.
통장 내역을 간단히 훑어봐도 입출금 금액이
전혀 맞지 않고 알 수 없는 인출이 많았다.
[ 깨달음,,정말 무단으로 썼던 돈이
밝혀지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
[ 다시 넣어두라고 해야지 ]
눈에 보이는 거짓들이 너무 많았지만 더 이상
얘기를 하면 깨달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
그만하고 이렇게 정리했다.
[ 시부모님 재산을 다 갖는 건 좋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두 분 살아계실 때까지는
그 분들을 위해 써야할 돈이라는 걸
다시 확인 시켜드려,.그리고 조용히 다시
입금 하시라고 당신이 말 해 ]
알았다며 자기가 일단, 통장을 좀 더 면밀히
조사해보고 다음달쯤에 시댁에 내려가
두 분에게도 얘기를 하고 동생을 만나
보겠단다.
지금껏 결혼 10년동안, 나는 참 좋은 시부모님을
만나 큰며느리지만 전혀 며느리로서 해야할 일들이
없었다. 결혼 초부터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신 덕분에 난 편한 결혼생활을 해왔다.
그래서도 난 두 분이 늘 고맙고 안쓰러웠다.
95살이 되신 시어버지와 90살을 향해가는
시어머니..두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사실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지내시면 되는데
돈이 없단다...매달 받는 연금만으로도해결
되는데 무슨 날벼락 같은 소릴 하는지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가슴이 아프다.
서방님에게 뒷통수 맞은 것 같아서
인간이란 무엇이고, 돈은 또 무엇이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돈 문제로 깨달음과 이런
대화를 할 거라상상해보지 못했는데
서방님이 우리를머리 아프게 만드신다.
일본인답게 돈에 관해서는 가족간에도
철처했던 시댁였는데..그래서도 믿었는데..
돈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게 인간이라고는
하지만, 늙은 노부모를 한번쯤 생각했더라면
오늘 같은 일이 없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안다, 깨달음이 서방님이 정말 돈을
무단으로 써버렸다해도 그냥 눈감아 주고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질 거라는 것을,,,
돈을 자신의 피와 같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던
깨달음은 동생을 위해 자신의 피를
내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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